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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양자암호 기술 상용화 '잰걸음'

  • 2025.02.05(수) 06:30

양자역학 100년 맞아 국내외 관심↑
수익성은 '아직'…시장 선점 노력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양자암호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보안 성능을 높인 기술을 통해 자사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하고 B2B(기업간 거래) 시장 발굴를 시도하면서다. 통신3사의 이같은 행보는 정부가 지난해 말 '양자기술산업법'을 시행하고, 유엔(UN)이 양자역학의 등장 100년을 맞이한 올해를 '국제 양자 과학기술의 해'로 선포하는 등 개화하는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을 활용한 통합 계정관리 솔루션 '알파키'를 정식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알파키를 금융·의료·공공기관 등 다양한 산업군 고객사에 보급할 계획이다. 알파키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기업 임직원의 업무계정 권한을 관리하고, 양자내성암호·동형암호를 통해 보안을 강화한 IDaaS(ID 관리 서비스)다. 

LG유플러스는 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알파키 베타 서비스를 적용하며 사용성과 보안성을 검증한 뒤 상용화에 나섰다. 이번 서비스 출시를 시작으로 올해 아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을 획득해 공공·금융시장 진입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양자컴퓨터의 보급에 앞서 관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광전송망에 양자내성암호(PQC)를 적용하는 표준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LG유플러스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광전송망에 양자내성암호를 적용하는 표준안을 공동 제안한 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선정한 '2024 우수 TTA표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KT의 경우 지난해 말 '하이브리드 양자보안 VPN(가상 사설망) 서비스'를 위한 실증을 완료했다. KT의 양자 보안 실증망은 전송망에 VPN 기술을 결합한 형태다. 전송망에는 양자 키 분배(QKD)Quantum Key Distribution) 방식이 적용돼 물리적 회선의 도청 시도가 원천 차단된다. VPN 기술에는 양자컴퓨터로도 해독이 불가능한 PQC 기술을 적용했다. 

회사 측은 "기존에는 특정 통신 구간에서만 양자 암호화 기술을 적용했지만, 이번 실증을 통해 전송망에서 고객 구간까지 하이브리드 양자 보안을 적용해 더욱 안전한 이중 보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KT는 향후 공공 분야 등 다양한 사업에 이번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대비 안전한 통신 보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말 케이씨에스와 공동 개발·상용화한 '양자암호원칩'이 국가정보원의 암호모듈검증(KCMVP)을 통과한 바 있다. KCMVP는 국가 및 공공기관의 중요 정보 보호에 사용되는 암호 체계의 안정성과 구현 적합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SK텔레콤은 국방 등 국가·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체의 인공지능(AI) CCTV, 드론, 5G 특화망 등 높은 보안성을 요구하는 다양한 영역에 양자암호원칩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통신3사의 양자암호 관련 기술과 상용화 모델이 실적에 크게 기여하는 상황은 아니다. SK텔레콤은 2016년 스위스 기반 양자 보안 솔루션 기업 '아이디퀀티크'에 투자한 뒤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2023년 매출은 54억원, 영업손실은 10억원이다. 현재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한 SK스퀘어가 경영참가 목적으로 아이디퀀티크 지분 56.9%를 보유하고 있으나 큰 소득은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3사는 자사 기존 서비스의 고도화를 노리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중견기업 고객 인터넷 전용회선 '비즈온'에 양자내성암호를 적용한 VPN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안성을 강화하면서 가입회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래 시장 선점 효과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특히 올해는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1925년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행렬 역학'을 발표한지 100년이 되는 해이고, 엔비디아·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양자 컴퓨팅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시장의 주목도가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구글의 양자컴퓨터 칩 '윌로우'는 기존 슈퍼컴퓨터로 10셉틸리언(10의 24제곱)년이 걸리는 문제를 5분 만에 해결하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양자 컴퓨팅의 발전이 기대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존 암호체계는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까닭에,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 작년 11월 '양자기술산업법'을 시행했다. 이는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는 양자종합계획 수립 △범부처 양자전략위원회 설치 △국가적 역량결집을 위한 연구·산업 허브 구축 △생태계 조성 및 인력의 전주기 육성·관리 △기술개발과 산업의 선순환 구축을 위한 기술사업화 △전략적 국제협력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업계가 양자 관련 보안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양자컴퓨팅 환경에서도 고객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키고 국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 마련에도 앞장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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