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C셀을 새로 이끌게 된 원성용, 김재왕 각자대표가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그도 그럴것이 GC셀은 지난해부터 검체검사사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며 실적이 고꾸라졌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 사업을 강화하려 했으나 전임 대표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면서 사업의 흐름이 끊겼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와 세포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이 해지된 이후 기술력에 대한 우려도 꺼지지 않고 있다. 머크와 재계약을 맺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한 상황이다. 회사의 경영 키를 새로 쥐게 된 최고경영자(CEO)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예견된 적자
5일 GC셀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적자 199억원, 순손실 7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위험 신호는 2023년부터 감지됐다. 그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90.7%, 99.6%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검체진단검사 시장이 엔데믹에 접어들며 위축되면서 실적도 2023년부터 가라앉았다.
지난 2022년 1614억원에 달하던 검체검사 서비스 매출은 2023년 941억원, 2024년 629억원(1~3분기 누적)으로 급락했다. 반면 검사장비 등 고정비가 큰 사업구조 탓에 비용(매출원가)을 줄이지 못하며 손실규모가 커졌다.
갑자기 떠난 대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GC셀은 2023년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영업센터장 출신의 제임스박을 대표로 선임했다. 해외 시장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제임스박 대표는 취임 이후 간암 치료제인 '이뮨셀엘씨주' 해외진출에 속도를 냈다. 그러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기술을 이전하는 첫 성과를 냈다. 계약금은 총 160억원으로 상업화 시 별도 로열티(판매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사전허가 미팅을 갖는 등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 절차도 재개했다. 앞서 지난 2018년 GC셀은 미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지금처럼 세포치료제를 생산하거나 운송, 보관하기 위한 설비가 미국에 잘 구축되지 않았던 탓에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제임스박은 해외사업이 한창 탄력을 받던 지난해 11월 임기를 4달여 남겨두고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적을 옮겼다.
갑작스러운 퇴사에 입사 1년차인 원성용 연구소장이 대표직을 넘겨 받았다. 한순간에 전문분야가 아닌 해외사업 업무를 짊어지게 된 셈이다. 검체검사 사업이 불황에 접어든 시점에서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다보니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다행히 GC셀은 올해 1월 김재왕 GC녹십자웰빙 본부장을 각자 대표로 내정하며 연구개발과 영업 부문 대표를 분리했다. 김 대표가 이뮨셀엘씨주의 해외 사업화를 전담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녹십자에서 30년간 영업과 사업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긁힌 자존심 회복할까
연구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원성용 대표에게는 CAR-NK(키메릭항원수용체 자연살해세포) 치료제 개발에서 성과가 내야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와 CAR-NK 치료제 공동개발계약이 해지되며 커진 기술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GC셀의 미국계 관계사인 아티바테라퓨틱스와 맺은 CAR-NK 치료제 공동개발 계획을 해지했다. 아티바테라퓨틱스는 GC셀의 CAR-NK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미국에서 개발하고 있다. 이 여파로 GC셀의 주가는 다음날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연말 머크가 GC셀과 다시 CAR-NK 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으나 회사의 기술력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소식 알려진 다음날 주가는 오히려 1.5%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아티바테라퓨틱스는 GC셀으로부터 도입한 CAR-NK 치료제인 'AB-101'과 표적항암제 '리툭시맙'의 병용임상 1상 초기결과를 발표한다. 여기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하면 회사의 CAR-NK 기술력을 재입증하는 계기를 다시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GC셀 관계자는 "(경영진의 교체와 무관하게) 현업 부서에서 러시아, 중국 등 파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이뮨셀엘씨주의 기술이전을 위한 소통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AB-101가 임상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면 기술력을 재검증하는 긍정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