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코리아와 아이언메이스의 소송 1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른바 '닼닼'이라는 별명을 가진 '다크 앤 다커'가 넥슨이 준비하던 신규 게임 프로젝트 'P3'의 저작권을 침해한 건 아니지만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는데요. 왜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1심 판결문을 살펴봤습니다.
P3 '저작물'은 맞지만…저작권 침해 아냐
재판부는 다크 앤 다커가 P3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습니다. 두 게임이 유사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이유입니다. P3는 PvE(플레이어 대 환경) 요소가 가미된 배틀로얄 장르고, 다크 앤 다커와 같은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또 던전의 모습, 빛과 어둠의 활용, 클래스, 세부 표현 등은 특정 장르에 전형적으로 포함된 구성요소라고 판단했지요.
이번 판결에서 눈에 띄는 건 P3 자체는 저작물로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다른 게임 간 저작권 침해를 다투는 소송은 대부분 완성되어 발표된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이었습니다. 반면 넥슨이 '다크 앤 다커'가 침해했다고 주장한 프로젝트 'P3'는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일부 공개된 미완성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P3를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P3를 업무상저작물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공표되지 않은 업무상저작물이라도 그 나름대로 창작성을 갖춰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면, 저작권이 발생한다"면서 "원고(넥슨)의 명의로 출시하기로 예정하고 개발한 원고의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봤습니다. P3가 보호받아야할 저작물이긴 하지만 다크 앤 다커가 이를 베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인 셈입니다.
영업비밀, '파일'은 아니고 '정보'는 맞다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85억원을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습니다. 다만 아이언메이스가 침해한 넥슨의 영업비밀은 기획 과정에서 P3에 구현될 것으로 본 정보만 해당하고, 프로젝트 과정에서 나온 P3의 파일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넥슨은 아이언메이스가 개발제작프로그램, 데이터소스, 프로그램빌드파일 등 P3의 파일을 무단 유출해 다크 앤 다커를 개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아이언메이스가 P3 파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P3와 관련된 파일은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사건에 쓰인 P3 파일 1만1657개 중 2467개가 상용에셋,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오픈소스에 해당한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P3에 최적화하도록 작업한 일부 상용에셋은 영업비밀에 해당할 만한 여지가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본 건 P3의 정보였습니다. 재판부는 던전의 모습, NPC 상점이나 유저거래를 비롯한 아웃게임 등 구성요소가 P3에 구현될 예정이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당초 피고 A씨가 작성한 아이디어 자료에 해당 요소가 적혀 있더라도, P3 정보는 넥슨 내 리서치나 구현, 평가, 업데이트 과정을 거치며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지요. 넥슨이 P3의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던만큼 비밀의 성격을 가진 '비공지성'이 인정됐고,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정보로 '경제적 유용성'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양측 다 항소 예고…장기전 가능성
재판부는 아이언메이스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다크 앤 다커의 제공을 금지해달라는 넥슨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영업비밀 보호기간이 지났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변론종결일 현재는 그 보호기간이 훨씬 경과해 영업비밀 침해금지·침해예방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봤습니다.
1심 판결은 양측 다 만족하지 못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모두 항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소송은 장기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넥슨 측은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불법 침해 행위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 청구액 85억원을 전액 인정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상급 법원을 통해 재차 법리적 판단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언메이스 또한 "다크 앤 다커'는 아이언메이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순수 창작물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헌법상 보장되는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 및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이와 관련한 법리 검토를 거쳐 상급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