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 대기업들이 중고 명품시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벤처스는 '왓타임' 운영사 테이밍랩에 시드 투자를 진행했다. 테이밍랩은 이번 투자 유치로 중고 명품시계 판매, 수리 등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신뢰 기반의 구매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창업한지 만 3년도 안 된 회사로 그 동안 주로 오프라인 영업에 치중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재작년까지도 자본금 100만원에 매출은 거의 없는 소규모 업체였지만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카카오보다 먼저 시장에 진출했다. 두나무 자회사 바이버는 테이밍랩보다 1년여 앞선 지난 2021년 사업을 시작했다. 두나무는 바이버에 수년간 매년 수십억원씩 투자해오다 지난해에는 3번의 증자를 통해 200억원을 투자했다.
두나무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바이버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두나무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215억원으로 4분기 투자액 150억원을 더하면 현재는 기업가치가 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세도 눈부시다. 월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하면서 누적 판매 거래액 120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말 기준 판매상품수, 방문자수 등에서 모두 1년새 3배 이상의 성장세를 냈다. 업계는 명품시계 단일 품목으로 이러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을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네이버도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직접 관련사업을 영위하지는 않지만 손자회사 네이버 크림에서 중고 명품시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정판 리세일 플랫폼 네이버 크림은 '롤렉스' 카테코리를 마련해 매매를 지원하고 있다. 이달에는 롤렉스 제품 판매 수수료 무료 등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플랫폼기업과 가상자산거래소가 중고 명품시계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고명품 거래 인프라가 없고 제품 보증 등 거래 과정에서 신뢰가 부족해 시장 형성이 더딘 편이지만, 가까운 일본은 중고 명품시계 시장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관, 리세일, 수리까지 전 과정에서 고객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거래 플랫폼이 등장하면 시계는 물론, 가방, 쥬얼리 등 중고명품 시장 전체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명품시장이 큰 만큼 중고 명품거래도 활성화돼 시계 거래액만 연간 수조원에 달한다"며 "국내는 중고 명품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신뢰와 기술을 내세운 거래 플랫폼이 나온다면 시장 수요도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