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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넥스시장 강조하면서 거래소 이사장은 왜 안뽑나

  • 2013.07.18(목) 10:45

요즘 한국거래소는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물난리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재민 못지않다. 이번 주초 거래소에서는 이틀에 걸쳐 전산사고 발생했다. 정규시장 거래중에 코스피 지수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시세단말기에 늦게 전송되더니 다음날 새벽에는 야간 선물거래 시스템이 중단되는 소동을 빚었다.
 
선물거래 시스템이 중단된 야밤에 거래소 앞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거래소 직원들이 한꺼번에 차로 복귀하면서 거래소 건물 앞에서 때아닌 정체가 빚어진 것이다. 장중에 터진 시세 전송 지연으로 밤 12시까지 비상근무를 선 후 집에 가자마다 다시 뛰어 돌아온 직원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두 건의 전산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너나 할 것 없이 거래소의 `유례없는` 상황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한 달 째 공석으로 남아있는 이사장 자리가 더욱 커 보인 것이다.
 
한 달 전 이사장 공모 작업이 진행될 때 거래소는 안팎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이사장 후보군이 일찌감치 하마평에 오르더니 관치금융부터 낙하산 인사까지 온갖 잡음에 시달렸다. 정작 `힘 없는` 이사장을 맞이해 본 거래소로서는 관료 출신이든 비관료 출신이든 누구 하나 쉽게 반길 수 없는 상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이사장 후보 공모까지 마쳤지만 한 달 째 인선작업이 중단됐다. 표면상으로는 정부가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 마련에 나선 연유 때문이지만 청와대에서 올스톱을 시켰기 때문이다. 그 사이 거래소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누구든 수장 없이 오랫동안 떠돌고 있는 배를 곱게 볼리 만무하다. 게다가 잦은 사고까지 반복된다면 "역시 표가 나는구나"하고 간주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거래소는 증권사를 포함한 회원사들이 주주로 있는 특성과 정부 공공기관이라는 현실이 매번 충돌해 왔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반복되는 `공기업 개혁` 추진은 인선작업까지 지연시키고 있다.
 
최근 나온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 방향이 실질적인 개혁을 꾀했다고 보기에는 내실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의 연례행사의 철저한 희생양이 된 셈이다. 거래소 이사장에 대한 인선작업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감감무소식이고 정작 거래소에 물어보면 일정을 아는 사람도 없다. 모호한 의미의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다시 재개될 것이란 답변이다. 자기네 사장을 뽑는 일에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는 입장에서는 오죽 답답할까.
 
증권업계는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거래소는 물론 증권업계 또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거래소 이사장이 사임하는 것을 바라보고 `이번에는 다를까` 내심 기대를 했을 법하다.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듯한 지금의 모양새는 `역시나`하며 한숨만 짓게 한다.
 
관치 논란 확산 우려에 인선작업 뚜껑을 황급히 덮어버린 정부가 혹여 이번엔, 거래소 이사장 공백에 대한 비판이 증폭되면 다시 쫓기듯 인선작업을 마무리해 버릴까 우려된다. 어제 정홍원 국무총리는 한국거래소를 찾아 "코넥스시장은 우리경제가 기존의 양적성장에서 미래지향적인 창조경제로 성장전략을 수정해 나가는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진지하고 일관된 고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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