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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②

  • 2014.10.15(수) 08:26

가끔은 이런 장기적인 전망자료를 접하고 생각하며 사는 게 피곤해서 그냥 이런 내용을 모르고 살수 있다면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타고난 호기심과 파고드는 기질이 있다 보니 알게 되었고 알게 된 이상 억지로 모르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알리려는 노력으로 책도 쓰고 이렇게 컬럼도 쓰고 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공동 대응하는 분위기가 없다 보니 요즘은 개인적으로 대비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자주한다. 1975년생인 필자는 중간에 특별한 사고가 없다면 대략 2050년 정도까지는 살아있을 것이고 2012년에 태어난 둘째 아이는 2100년에도 살아 있을 확률이 꽤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손주가 생긴다면 2100년 이후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북쪽으로 가자면 갈 곳이 많다. 미국 영토는 북위 30도부터 50도까지로 꽤 길고 가로 길이도 꽤 길다. 조금만 위로 올라가도 많은 땅을 차지할 수 있다. 물론 캐나다 사람들이 싫어하겠지만 캐나다는 영토에 비해 워낙 사람이 적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캐나다 인구는 대한민국 인구의 80% 정도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본토가 초토화되는 상황이 되어도 미국사람들은 알래스카에서라도 어떻게 든 한동안 살 수 있을 것이다. 알래스카만 해도 대한민국 영토보다 몇 배나 넓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은 북쪽으로 최대한 올라가 봤자 제주도를 제외하면 북위 34도에서 38도 정도다. 올라가 봐야 파주, 철원 정도까지가 한계다. 통일이 된다면 더욱 북쪽으로 갈 수 있겠지만 그래 봐야 중국 국경에 막힌다.


삼국시대라면 국경을 너머 만주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북쪽으로 못 간다면 나름대로 고지대여서 서늘한 대관령 같은 곳에서 수십 년 정도는 살 수도 있겠다. 다만 고지대라서 비가 오지 않으면 가뭄 때문에 크게 고생할 수도 있다. 다른 대안은 저지대이면서 대한민국 영토의 최북단인 파주로 가는 것이다. 통일이 된다면 아들딸은 한반도 최북단인 신의주(북위 40도) 정도에 터를 잡게 해 놓고 만주 지역으로 진출을 꾀해 증손자 대에는 하얼빈시(북위 46도)에 자리를 잡는 식으로 북으로 북으로 이동하는 것이 하나의 기후변화로 인한 가족 대피 로드맵이 되겠다.
 

▲ 기후변화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폭염을 피하려면 21세기말에는 하얼빈 정도까지는 올라가야 한다. 한국 기상청은 기후변화가 이대로 진행될 경우 21세기말(2100년) 부산 지역의 경우 열대야가 일년에 약 150일 정도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런 계획에는 큰 변수가 하나 있다. 너무 더워진 기후를 피해 사람들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과연 중국이라는 대국이 살기 좋아진 북쪽에 한국 사람들이 자리 잡는 것을 그냥 손놓고 보고 있을 거냐는 점이다.


전쟁 역사학자이자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의 지정학적 변화 시나리오를 연구해 ‘기후대전’이라는 책으로 엮어낸 귄 다이어 박사는 기후 악화로 중국 상황이 나빠지면 내부 분열과 갈등이 심해져 이를 수습하는데 정신이 팔려 중국 정부가 한반도 지역의 국경 문제 등 ‘변방’의 문제에 대해 관여하지 못할 거라는 전망을 내 놓은 바 있다. 귄 다이어 박사는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이 만주 지역과 손을 잡고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 전쟁 역사학자이자 독립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귄 다이어 박사. 전쟁사와 지정학 정세 분석에서 권위를 인정 받고 있다. 10명이 넘는 손주들이 캐나다에 살고 있으며 미국인들이 국경을 넘어 오려고 하거나 오대호의 물 사용권을 요구할 경우 웬만하면 잘 협력하라고 캐나다 정부에 조언했다.


귄 다이어 박사의 전망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내분을 틈타 한국이 만주까지 영토를 확장해서 먹고 산다고 한들, 여름에는 몇 달간 폭염으로 견디기 어려운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고 한해가 멀다 하고 극도의 가뭄이 지속되다가 폭우가 쏟아지고 강력한 태풍이 매년 해안가를 강타하는 식으로 기후가 악화된 상황이 현실화 되는 것은 여전히 대단히 불행한 상황이다. 우리 민족이 수 천년 동안 쾌적하게 살아온 터전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안타까움도 안타까움이지만 기후악화는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투자를 해서 만들어 놓은 시설이 파괴되고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자산 가치 폭락 가능성도 안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기후변화를 막는다는 것은 이렇게 자기 자산을 지킨다는 의미가 있다. ‘멸종 위기종인 도룡뇽을 지키기 위해 터널 공사를 반대한다’ 같은 환경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부동산이던 동산이던 자산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 기후변화 라는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적극적으로 한 번 살펴보기를 권한다, 특히 부산, 대구, 전주 등 남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 지구가 더워질수록 태풍의 숫자는 줄어들고 대신 더욱 크고 강력해 질 전망이다. 콜롬비아대학 연구팀이 대형 태풍으로 인한 과거 피해 자료를 조사한 결과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할 경우 2090년 기준 누적 피해가 일본 4조달러(4266조원), 중국 1조3000억달러(1386조원), 한국 1조달러(1066조원)으로 집계되었다. 이런 피해는 남부 지방에 집중될 것이다.


 

▲ 가장 능력 있는 중앙은행으로 인정받고 있는 영국 중앙은행의 마크 카니(Mark Carney) 총재는 지난 10일에 열렸던 월드뱅크 세미나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미 찾은 석유자원의 대부분을 그냥 땅에 묻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석유자산의 대부분이 휴지 조각처럼 불량자산화(stranded asset)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대비하지 않은 기관과 개인, 국가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글을 끝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조명하려고 노력했던 ‘리스키 비즈니스’ 컬럼의 연재를 잠정 중단한다. 지금까지 공유해 드린 정보가 독자 분들이 기후변화 라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리스크’를 피해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기후변화를 막는 일을 한다고 실제로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막아내는데 실패하면 장기적으로는 이 땅에서 살기 어려워 지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끝으로 한 말씀 드리자면 기후변화는 도망간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10여척의 배로 몇 백 척에 달하는 적선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으로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말을 하셨다. (실제로 이런 말을 하셨는지는 모르겠다.) 기후변화가 두려워 옌벤이나 하얼빈으로 이주하기로 마음을 굳힌 독자라면 그런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서 맞서 보시기를 권한다. 필자도 태양광 발전, 전기 오토바이 사업 지원 등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되는 사업에 참여해 기후변화 문제와 맞서려고 한다.


임진왜란 참전이나 독립운동과 같은 일과는 달리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 아니며 태양광 발전 등 성공할 경우 금전적 보상이 따라오는 일이 많다. 워런 버핏, 테드 터너, 엘론 머스크 등의 전설적인 사업자들이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필자처럼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 곳에서 아들 딸이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독자라면 용기를 가지고 방법을 모색해 보면 좋겠다. 독자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끝>
 

▲ 필자의 두 아이, 큰 아이는 2006년생, 둘째 아이는 2012년 생이다. 기후문제가 다는 아니지만 지금 어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크게 변하게 될 것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아빠 된 입장에서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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