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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비상출구

  • 2014.10.28(화) 10:26

현금성 자산을 대규모로 쌓아둔 대기업집단도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등 한국 기업들이 생존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최종 소비 주체인 가계의 빚이 늘어나 소비여력이 없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증폭시키는 부채, 그 중에서도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당한 고통을 각오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무엇보다 경제성장을 통해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거나 부채 담보물의 유동성을 높여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가계 빚을 탕감해주거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부채의 상대적 크기를 축소시키는 방법도 있다.

#가계의 상환 능력을 키우려면

① 경제성장으로 가계소득을 늘려 부채의 비중을 낮추는 일이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공급과잉 상황에 있어 수년 안으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특히 한국경제는 이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다. 설사 지속적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시스템을 방치한다면, 부채상환 능력은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먹을 것 먹지 않고, 입을 것 입지 않고 빚을 갚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가계 중에서 허리 띠 졸라 맬 여력이 있는 가계가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② 가계부채와 맞물려 있는 부동산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일이다.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이 부동산 담보대출인데, 부동산시장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하니 마지막으로 부채열차(loan train)를 탄 사람들은 벌금을 물고 내리려해도 내릴 수가 없다. 빚을 지고 산 집을 손해를 보고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으니 부채의 사슬에 묶인 것과 다름없게 되었다. 한 번 빚쟁이가 되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얽매여야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쏠림현상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만든 거래제한과 보유억제를 위한 제도들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LTV, DTI 규제 완화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 오늘날 부동산 문제는 거래활성화가 핵심이지 가격상승에 있는 것이 아니다.

#부채의 크기를 축소시키려면

③ 돈을 찍어 가계 빚을 직접 탕감해주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그렇게 되면, 근검절약할 필요 없이 적당히 빚을 지며 살려는 공짜심리가 넘실대고 도덕적해이가 극성을 부리게 될 것이다. 무능력자가 아닌데도 아무런 불이익 없이 개인의 빚을 탕감해줄 경우 빚을 갚지 않으려고 하거나, 나아가 부채를 더 늘리려는 풍조가 나타나면서 경제 질서는 뿌리 채 흔들릴 수 있다.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게 될 위험이 크다.

④ 점진적 인플레이션을 진행시켜 부채의 상대 가치를 떨어트린다. 금리인하를 통하여 통화가치를 하락시키고 명목소득을 높여, 사실상 빚의 크기를 줄이는 일이다. 물론 사회, 경제적 부담을 각오하여야 한다. 그러나 완만한 물가상승은 최악의 상황을 피해가는 `차악의 선택`인지 모른다.

멈칫거리다가 가계부채와 맞물린 부동산침체로 말미암은 지불불능사태가 연속되어 금융위기로 이어지면, 도리 없이 유동성을 무한대로 팽창시켜야 하고 자칫하다가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늪에 빠질 위험이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 있다.

가계부채를 직접 탕감하면 그 후폭풍이 어떻게 번질지 모른다. 또 내외 경제 환경을 감안할 때, 가계소득증대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부채의 덫으로부터 탈출할 비상출구(emergency exit)는 점진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고육지책과 부동산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길이 남아 있을 뿐이다.

경제개발초기단계, 금융억압 상황에서 특정기업에 편중된 (저리)대출은 돈을 공짜로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제성장으로 빚의 상대적 크기가 작아지는데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빚은 흐지부지 되었다. 이 같은 자본축적 수단은 오늘날 재벌 형성의 토대가 되었음을 상기하자.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으려 야단법석 떨지 말고, 물동이가 깨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 세상살이 어려운지 모르는 금융권 고위인사들의 `인플레 타령(걱정)`은 정말이지 터무니없다.  "배부른 상전, 배고픈 하인 사정 모른다"는 옛 속담이 그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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