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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이너스 금리인가?

  • 2015.02.27(금) 11:31

2015년 들어 유럽 주요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스위스 식품업체인 네슬레가 발행한 회사채(4년) 금리는 0% 아래로 떨어졌다.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는 흔히 있었지만, 마이너스 명목금리는 화폐경제 사회에서는 드문 일이다.

일반적으로 자금의 융통과정에서 이자를 지불하는 까닭은 대출 받은 돈으로 투자하여 수익을 낼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물가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보상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이너스 명목금리는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는 커녕 거꾸로 보조금까지 얹어주는 기형적 금융거래 형태다.

마이너스 금리가 시사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상식과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는 마이너스 금리는 한마디로 미래의 경기상황이 어두운데다 디플레이션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를 부양하려면 실질금리를 낮추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고 돈을 돌게 해야 한다. 그런데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빚의 가치가 더 커져 실질금리 즉 실질자본비용이 높아지고 투자심리는 더 위축된다. 적어도 물가하락률보다는 명목금리를 더 낮추어야 자본비용을 줄이고 투자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디플레이션이 벌어지면 물가가 떨어지는 만큼 부채의 가치가 높아진다. 예컨대, 명목금리가 2%,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1%라고 가정하면, 실질금리는 이자지급률 2%와 화폐가치 상승분 1%를 더하여 3%가 된다. 마이너스 금리는 끝 모를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상황을 벗어나려는 중앙은행들의 궁여지책이자 선제대응이다.

아울러 기초경제여건 향상 없이도 자국 통화가치가 고평가되는 부작용 즉 환율전쟁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는 국가들은 대부분 물가가 안정되고 대외준비자산이 충분하다. 금리 차이나 통화가치 변동을 노리고 유입되는 핫머니는 금융시장 균형을 깨트리고 결국 실물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스위스 중앙은행은 금리인하와 동시에 환율의 제한폭을 풀어 포트폴리오투자 자금 유입을 사전에 차단했다.

개방경제체제에서 성가신 핫머니 유입을 막으려면 고금리나 고환율을 틈탄 차익거래의 기회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간과하고 고환율과 고금리를 통하여 외자유입을 유인하게 되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초과수익을 제공하게 된다. 실물부분에서 힘들게 벌어글인 외화를 금융부분에서 빼앗기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대규모 경상수지흑자를 기록하고도 대외준비자산이 부족하여 100억 달러에 불과한 통화스왑 협정을 일본에게 요청하는 까닭이 어디 있는지 생각해보자,

통상 채권수요는 많은데 반해 채권공급은 적기 때문에 채권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을 투자하여 수익을 추구한다. 그런데 세계경제가 공급과잉 상태에 빠지고 불황이 예상되다 보니, 신규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아 채권발행을 주저하게 한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완화로 풀린 돈은 많은데, 기업이 공급하는 채권은 부족하니 금리는 내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이 2015년 3월부터 양적완화(QE)를‘16년 9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 상당의 채권을 사들이겠다고 했다. 채권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어 급기야  시장금리가 마이너스에 이르게 되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실질적 마이너스 금리가 오랫동안 존재했다. 고성장과 고물가 시대에 정책금융, 구제금융 같은 초저금리는 기업에게 역금리를 지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융억압 상황에서 정경유착으로 거액을 빌릴 수 있었던 기업들은 사실상 정부 보조금으로 문어발 확장을 거듭한 셈이었다. IMF 사태 때 대부분 상업은행들이 무너진 까닭이다.

한국의 경우 2011년 이후 하향 기조를 보이기 시작한 물가는 2015년 현재 물가상승률이 제로 내지 마이너스에 가까워짐에 따라 (경제성장률 대비) 실질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증가될까 두려워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중앙은행의 변명(?)과는 반대로 불황 속에서 높은 실질이자 부담으로 말미암아 가계부채 멍에는 점점 더 조여지고 있다. 

LTV, DTI를 강화하여 부채증가를 억제하고, 금리는 대폭 인하하는 정책조합(policy mix)만이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가계부채 짐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통화당국과 시장과의 대화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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