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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이래 최대 위기라는데...웬 파업

  • 2014.11.03(월) 15:48

결국 노조는 파업을 선택했다. 부분파업이지만 파업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지난 19년간 현대중공업에게 파업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늘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며 가장 이상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반대 분위기가 연출됐다. 일단 회사가 어려워졌다. 올해 들어서만 3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수장도 전격 교체됐다.

 

노조도 변했다. 통상임금 확대 분위기에 편승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지만 더 많이 받기 위해서다. 노조는 파업을 전제로 사측을 압박했다. 사측 입장에서는 19년 무파업 기록이 깨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노조는 이 점을 십분 활용했다.

 

하지만 무리수를 두면서 사측 압박 전술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파업을 강행하기 위해서는 노조원들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를 거쳐야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참여한 인원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노조는 당황했다. 결국 찬반투표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취임 이후 매일 회사 정문에 서서 출근하는 임직원들의 손을 잡으며 "파업만은 안된다"고 호소했던 권오갑 사장도 노조의 '무기한 연장' 카드에 방향을 바꿨다. 사측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매일 출근길 회사 정문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출근하는 입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파업만은 안된다"고 호소했다.


권 사장의 메스는 날카로웠다. 전체 임원 자리의 3분의 1을 없앴다. 젊고 능력있는 인재들을 대거 현장과 영업부문에 투입했다. 그동안 '무풍지대'였던 현대중공업에 칼바람이 불었다.

 

권 사장의 강력한 구조조정은 노조를 향한 시그널이었다. 회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만큼 노조도 파업을 자제하고 현장에서 회사 살리기에 동참해달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권 사장의 메시지는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노조는 사측의 강력한 구조조정에도 불구, 파업을 선택했다. 오는 7일 2시간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사측이 납득할 만한 임금인상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금 인상안을 두고 대립 중이다. 노조는 기본급 6.5% 인상, 성과금 250%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월 3만7000원 인상, 격려금 500만원 등을 제시한 상태다. 

 

노조의 파업 소식에 재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1조9346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사상 최대 규모다. 그리고 전사적으로 원가절감과 비핵심사업 정리 등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 노조는 파업을 선택했다. 노조는 "회사가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은 경영상의 판단 잘못"이라며 "그것을 사측이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사측의 잘못이지 노측의 잘못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가 처한 위기는 경영상의 잘못에 따른 것인만큼 근로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노조는 오는 7일 2시간의 파업을 결의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19년 무파업 기록이 깨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어쩔 수 없이 파업 카드를 빼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면 앞으로 계속 사측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파업이라는 무리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업체로 십수년을 군림해왔다.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은 지난 19년간 노사가 화합했기에 가능했다. 노사가 한 배를 탔다는 인식이 그 어느 기업보다도 강했기에 많은 어려움을 헤쳐올 수 있었다.

 

지금 현대중공업은 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해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노사가 화합해 위기를 타개해야 할 시점이다. 현대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왜 하필 지금이냐"며 답답해 했다. 회사 사정이 좋다면 노조의 요구는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는 "회사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노조가 그 허리띠를 풀라고 한다"며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사측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회사 정상화를 위한 손을 내밀었다. 이제 남은 것은 노조가 손을 내밀어 그 손을 마주 잡는 것 뿐이다. 노조가 끝내 그 손을 외면한다면 더 이상 현대중공업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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