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다. 요즘 포스코의 모습이다.
철강이라는 든든한 뿌리를 가진 '거목(巨木)'이었던 포스코는 최근 5년간 큰 줄기를 키워내지 못하고 잔가지만 무성해졌다. 수많은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자 뿌리마저 약해지기 시작했다.
작년 포스코 수장에 취임한 권오준 회장은 가지 치기 작업에 사활을 걸었다. 더 이상 잔가지가 불어나 뿌리를 흔드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뿌리가 흔들리면 포스코라는 거목이 쓰러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권 회장의 이런 노력은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그러나 과거 정준양 전 회장 시절에 웃자란 가지들은 쉽사리 제거되지 않았다. 때마침 검찰 수사라는 강풍이 몰아쳤다. 포스코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약해질대로 약해진 포스코는 휘청거렸다. 그동안 가려져있던 치부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충격이었다.
결국 지난 7월 권오준 회장은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기존의 구조조정안보다 더욱 강도를 높였다. 뿌리인 철강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잔가지들은 모두 도려내겠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행보에 주목했다. 권 회장은 이례적으로 자기반성까지 했다. 그동안의 포스코가 해왔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겠다는 선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포스코는 조직과 사업을 개편하는 등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자란 가지 치기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부에서 바람이 불었다.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권오준 회장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이 돌기 시작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내용은 적나라했다. 회장의 자질과 러더십 문제는 물론 포스코의 자랑이었던 파이넥스 공법의 허상,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신성장 동력 문제 등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포스코 내부에서 권오준 회장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권 회장이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와 능력이 부족하다는 우려였다. 조직 장악력도 떨어져 과연 위기의 포스코를 잘 이끌고 갈 수 있을지 하는 불안한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내부에서만 돌았을 뿐 공개적으로 드러난 적은 없었다.
포스코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당황하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문건 작성자를 반드시 찾아내 사법 당국에 고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만큼 내부적으로도 충격이라는 이야기다. 포스코에서는 이번 문건 작성자가 권오준 회장의 잔가지 치기에서 정리된 사람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장급 인사도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포스코의 개혁작업에 대한 구세력의 반발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한 판국에 이런 일까지 일어나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문건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류의 이야기에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는 것이 더 걱정스럽다"면서 "이런 것이 포스코가 과거의 위상을 빨리 되찾아야 할 이유가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지금 안팎에서 된바람이 불고 있다. 검찰 수사의 삭풍이 그치지 않고 있고, 개혁에 대한 반발로 안에서는 회오리 바람이 불고 있다. 포스코가 모진 풍파를 뚫고 다시 거목으로 우뚝설 수 있을지 여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