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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플랜텍의 날개 없는 추락"

  • 2015.05.22(금) 18:30

2013년 성진지오택 합병 이후 실적 급속도로 악화
업황 전망도 비관적.."추가 지원 무의미..정리 수순"

포스코의 대표적인 우량 계열사였던 포스코플랜텍이 '워크아웃' 위기에 몰렸다. 2013년 성진지오텍과의 합병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일각에서는 결국 '법정관리'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량했던 포스코플랜텍이 순식간에 부실기업으로 둔갑한 이유가 뭘까.

◇ 2012년까지는 우량계열사

포스코플랜텍은 1982년 철강 생산공장의 설비를 정비하는 제철정비㈜로 시작했다. 든든한 매출처인 포스코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포스코 계열사 중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알짜회사로 통했다. 이후 ㈜동양기공을 인수하고 포스코 계열사들과의 통합 등의 과정을 거치며 지난 2010년 포스코플랜텍으로 사명을 바꿨다.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그룹에서 중공업 설비 분야를 담당했다. 철강 및 비철에서부터 화공, 에너지, 해양모듈 등에 이르기까지 착실히 쌓아올린 기술력을 바탕으로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지난 2001년에는 5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대만 등 해외 공사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업계에서도 인정받는 업체였다.

 

실적도 좋았다, 실제로 지난 2008년에는 매출액 5201억원, 영업이익 748억원을 기록했다. 비록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2년부터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3년 성진지오텍과 합병하면서 포스코플랜텍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성진지오텍은 포스코가 지난 2010년 인수한 회사다. 해양플랜트 부문, 특히 해양용접 부문에서 세계 1위의 기술력을 보유한 유망한 기업이었다. 1989년에 설립돼 플랜트, 조선해양, 발전 등의 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선박용 블록, 화학플랜트·발전설비를 생산해 21개국 약 100여 개 주요 대기업에 납품했다. 지난 2007년에는 2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 체제하에서 비철강 사업 부문의 확대를 꾀하고 있었다. 마침 해양플랜트에 대한 수요가 많았던 터라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눈여겨 봤었다.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당시 성진지오텍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수출하던 기업이라 환헷지를 위해 키코(KIKO) 상품에 가입했다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큰 손실을 입었다. 포스코에 인수될 당시 성진지오텍의 부채비율은 1613%에 달했다. 포스코는 이런 성진지오텍을 1600억원에 인수했다. 성진지오텍이 가진 해양부문의 기술력과 포스코 보유 기술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었다.
 
◇ 2013년..성진지오텍 합병이 불행의 씨앗 

하지만 성진지오텍은 포스코가 인수한 이후에도 계속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면서 해양플랜트 부문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성진지오텍과의 시너지를 노렸던 포스코의 계획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결국 포스코는 지난 2013년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 포스코플랜텍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성진지오텍을 합병한 포스코플랜텍은 합병 첫 해부터 흔들렸다. 간신히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시점에 대규모 부실 기업을 합병했으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포스코플랜텍은 성진지오텍을 합병한 지난 2013년 63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심지어 작년에는 189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18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이후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총 네 차례에 걸쳐 4900억원을 지원했다. 또 전체인력의 30%를 감원하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하지만 포스코플랜텍은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한때 유망한 중견기업이었던 성진지오텍은 환헷지를 위한 KIKO상품 가입에 따른 손실과 글로벌 금융위기 지속 등으로 손실폭이 매년 커져만 갔다. 실제로 지난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될 당시 성진지오텍의 부채비율은 1613%에 달했다.

여기에 최근 포스코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비리 수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지난 2010년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건이 불거졌다. 당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망가질대로 망가진 성진지오텍을 시장 평가액보다 훨씬 많은 1600억원이나 들여 인수한 배경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이어 정권의 실세와 유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며 포스코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졌다.
 
급기야 포스코플랜텍이 지난 1일 외환은행에 무역어음대출 원리금 477억원을 연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스코플랜텍의 앞날은 더욱 위태롭게 됐다. 이에 따라 나이스신용평가는 포스코플랜텍의 장기 신용등급을 'BB-'에서 'CCC'로 내렸다. 단기 신용등급은 'B-'에서 'C'로 강등했다.
 
상황이 이렇자 더 이상 포스코플랜텍을 안고갈 수 없다고 판단한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정리 작업에 돌입했다. 산업은행은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기업신용위험평가 실시 결과 'C등급'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 신청을 결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 2015년...워크아웃이냐 법정관리냐 

업계에서는 포스코플랜텍의 추락 원인을 성진지오텍 합병에서 찾는다. 포스코라는 든든한 배경을 업고 건실한 성장을 해왔던 포스코플랜텍이 부실한 성진지오텍과 합병하면서 순식간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이사회에서도 포스코플랜텍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껏 5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지만 개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추가적인 자금지원은 안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업계에서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비관적이다. 저유가에 따른 해양플랜트 발주 부진 등으로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은 무의미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권오준 회장의 방침이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한 재무구조개선인 만큼 포스코플랜텍에 더 이상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최근 포스코는 대대적인 경영쇄신을 선포한 만큼 포스코플랜텍은 정리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아울러 최근 지속되고 있는 유가 하락에 따라 해양플랜트 부문의 발주가 줄어든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부문이 주력인 포스코플랜텍이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포스코 내부에서조차 실적도, 경영환경도 무너진 포스코플랜텍에 더 이상의 지원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정준양 전 회장의 잘못된 판단이 포스코플랜텍을 벼랑 끝에 세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플랜텍에 성진지오텍이라는 어마어마한 부실덩어리를 안긴 것이 모든 일의 화근"이라며 "포스코플랜텍에게는 정리 이외에는 다른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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