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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포스코·채권단 '동상이몽'

  • 2015.05.26(화) 15:43

포스코 : 채권단 지원이 우선
채권단 : 포스코가 회생 의지 보여야

포스코가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워크아웃을 신청키로 했다. 당초 법정관리 신청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결론은 일단 워크아웃 신청으로 가닥을 잡았다. 채권단의 결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그동안 채권단이 투자금의 회수를 원했던만큼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추가적인 자금 투입 여력이 없는 데다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포스코플랜텍 법정관리 신청설이 힘을 얻었던 이유다. 하지만 채권단의 반발이 거셌다. 이에 따라 고민을 거듭했던 포스코는 워크아웃 신청을 기점으로 일단 회생에 집중키로 했다.

 

◇ 포스코 '정리' vs 채권단 '회생'

 

포스코와 채권단은 그동안 포스코플랜텍 처리 문제를 두고 대립해왔다.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더 이상의 자금 투입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4년간 4900여억원을 투입했지만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만큼 추가 자금 투입은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포스코는 내심 정리를 염두에 뒀다.

 

이에 따라 당초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의 법정관리 신청을 심각하게 검토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포스코는 쉽사리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할 수 없었다. 이미 계열사인 포스하이알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터라 추가적인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은 포스코에게 부담이었다.

 

▲ 포스코가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워크아웃'을 신청키로 했다. 당초 법정관리 신청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여러 위험 부담이 있다는 판단하에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을 모색키로 했다.

 

여기에 정부 입장과 지역 내 고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했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포스코의 지배구조도 쉽게 법정관리를 결정할 수 없었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또 포스코플랜텍은 검찰 비리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계열사다. 여러모로 포스코에게 포스코플랜텍은 '계륵'이었다.
 
반면 채권단은 포스코가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압박을 가했다. 포스코라는 대주주를 믿고 자금을 투입했던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포스코의 추가 자금 투입 불가는 결국 투자금 회수 불가와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채권단은 대주주인 포스코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해왔다.

사실 포스코플랜텍 처리 문제를 두고 채권단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았다. 산업은행의 경우 회생을 통한 자금 회수를 원했다. 반면 다른 은행들은 포스코가 먼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라고 주문했다. 포스코가 제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은행들의 생각이었다.
 
◇ 포스코-채권단의 '교집합'
 
하지만 지난 21일 산업은행이 포스코플랜텍의 신용평가위원회 결과, 포스코플랜텍의 신용등급을 C로 강등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산업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은 포스코로 하여금 워크아웃을 신청하라는 압박이었다. 업계에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포스코를 압박하고 나선 것에 대해 채권단 내부의 합의가 전제됐을 것으로 봤다.

아무리 주채권은행이라고 하더라도 채권은행들과의 사전 교감 없이는 워크아웃 신청의 길을 열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법정관리 신청으로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막자는 것이 채권단의 합의였다. 투자금의 일부라도 회수해 손실을 줄이려는 채권단의 본능이 작용한 셈이다.

채권단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포스코는 고심했다. 워크아웃을 선택한다면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추가 자금 투입 등을 포함한 다양한 회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포스코플랜텍의 회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재무상황도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법정관리 신청을 고집할 수도 없다.
 
▲ 포스코플랜텍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회생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원했다. 일부 채권 은행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채권단 내부의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일주일 안에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업계에서는 채권 은행들간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만큼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민 끝에 포스코는 결국 워크아웃을 선택했다. 공을 다시 채권단으로 넘겼다. 채권단은 일주일 안에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만큼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있다.

포스코의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워크아웃 신청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채권단과 '교집합'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또 법정관리로 갈 경우보다 부담이 덜한 데다 포스코플랜텍의 회생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아울러 최근 권오준 회장이 발표한 경영 쇄신의 한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부실 기업을 채권단과의 긴밀한 협의와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시킨다면 경영 쇄신의 성공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 회생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 여전히 남은 불씨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포스코의 입장에서는 명분을, 채권단은 실리를 취하려는 동행일 뿐 입장 차이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경우 내부적으로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자의든 타의든 회생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채권단이 원하는 것이 이것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포스코가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꿔 추가 자금 지원을 통한 회생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의 기대와 달리 포스코 내부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금융권의 협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기간 내 추가 자금지원은 포스코 주주의 이해에 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추가 자금 지원은 어려우니 채권단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보고있다. 포스코는 현재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 확고한 반면, 채권단은 포스코가 대주주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이번 워크아웃 신청은 포스코와 채권단의 갈등이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크아웃은 자금 집행 때마다 채권단의 간섭을 받아야 하지만 자금 유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의 경영권은 유지하지만 핵심인 자금과 관련된 사안은 채권단의 몫인만큼 채권단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채권단의 입장은 다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 공간을 마련해준 만큼 포스코가 책임을 가지고 회생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포스코에게 워크아웃 신청의 길을 열어준 것은 책임을 다하라는 의미"라며 "향후 포스코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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