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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과 재벌]①'단골' 증인후보 삼성家

  • 2013.09.25(수) 16:02

올해 증인 채택 앞두고 재계 초긴장
정치적 의도 담긴 출석요구도 적잖아

"회장님을 보호하라!" . 오는 10월말 아니면 늦어도 11월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기업들은 올해도 비상이다. 국회는 매년 가을 정기국회 기간 동안 감사원 감사를 받는 정부 부처, 산하 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벌인다.

 

국감에 대기업들, 특히 재벌가(家) 오너들이 왜 신경을 쓸까? 각종 현안과 관련해 대기업 회장이나 최고경영자(CEO)를 증인으로 부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도 적잖고, 여야간에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 공방이 오가기도 한다.

 

올해는 유독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지난해 롯데 신동빈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 재벌 오너들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감과 청문회 출석을 하지 않아 검찰에 고발됐고, 법원은 이를 준엄하게 꾸짖으며 법정 최고형의 벌금을 내렸다.

 

'안나가고 벌금 내면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아니다. '올해도 그러는지 보자'며 정치권이 대기업을 상대로 '칼'을 갈고 있는 형국이다. 역대 정권의 국감에서 거의 매해 증인 대상에 올랐던 삼성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부자는 올해도 국감의 호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편집자]

 

◇ 이 회장 부자는 국감 증인 '단골 후보'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힘있는 사람에게 괴로움 당하지 않으려 돈을 냈다"고 말해 장안의 화제가 됐다. 1997년 한보청문회에선 정태수 회장이 "자금이라는 건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압니까"라고 말해 수많은 '머슴'들의 공분을 샀다. 이 두 사람 이후 한동안 재벌 회장이 국회에 출석해 눈길을 끈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여야 정권 교체가 처음 있었던 97년 말 대선 이후 당시 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는 '손보기 1호 재벌' 삼성그룹을 겨냥했다.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원한 삼성을 혼내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했다. 다방면에서 이건희 회장을 압박하던 정부·여당은 99년 국회 국정감사장에 이 회장(사진)과 이재용 부회장 부자를 불러 증언대에 세우려 했다.

 

삼성그룹의 변칙적인 경영권 이양을 문제삼으며 국회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던 것. 앞선 두 정 회장과 비슷하게 만천하에 삼성을 비판하고 망신을 주기 위한 '판'을 벌이려 했지만 결국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정무위 여야 간사들이 합의해 이 회장 부자를 증인에서 제외했는데, 이후 '정권과 삼성이 대(大)화해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인 2000년에도 같은 사안으로 국회 정무위는 이 회장 부자의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였지만,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과 함께 이들을 증인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9월 국회 재경위원회는 이건희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앞서 이 회장은 변칙증여와 삼성차 손실보전 문제등으로 해마다 국감 증인채택이 논의돼 왔지만 실제 증인으로 처음 채택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이 회장은 신병치료를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이었고, 국감에 불출석했다. 이후 재경위는 불출석한 이 회장에 대한 고발할 지 1년 간 논란을 벌였고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006년 국감에선 법사위가 이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증여 의혹으로 이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이 회장을 증인으로 요구했다. 당시 미국, 일본 등을 오가며 도피성 장기외유 논란을 불러왔던 이 회장은 "국회가 증인으로 채택하면 귀국하겠느냐"란 기자의 질문에 "가야지요"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끝내 국회에 나오지는 않았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이 회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여야 합의로 제외됐다. 다른 한편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망자 문제를 추궁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당시 무소속이었던 심 의원의 주장은 여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2007년 12월 7일 발생한 서해안 유류오염사고 당시 허베이스피리트호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름띠가 해안을 뒤덮고 있다.


 

◇ 올 국감 환노위, 태안 유조선특위 증인?

 

올해 국감에서도 이 회장 부자는 증인 후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먼저 환경노동위에서는 지난 1월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친 삼성전자 화성반도체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를 다룰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난 7월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에서 물탱크 붕괴로 일하던 3명이 사망한 사고도 야당은 문제삼을 태세다. 

 

이를 다룰 국회 환노위는 위원장에 민주당 신계륜(사진) 의원, 대우자동차 노조 대표 출신의 민주당 홍영표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강성 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보다 야당 의원들이 더 많은 '여소야대' 위원회다.

 

신계륜 위원장은 지난 5월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이건희 회장 등 경영진의 사과와 재발방지 방안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환노위에서 이 회장 부자가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도 삼성과 직접 연결된다.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한 사건에 대해 국회는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피해 대책 특위를 구성했다. 이달 초 특위 기한이 만료됐는데, 여야는 공히 기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인근 지역구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이 회장의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서산·태안의 새누리당 성완종(사진) 의원은 지난달에는 서울 삼성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 회장과 면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성 의원은 "삼성 측은 유류피해의 보상책임을 삼성중공업에 한정함으로써 그룹 차원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삼성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 특위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의 증인출석 요구 등으로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천안을)도 "서해안 유류피해에 대한 삼성의 무책임과 무성의가 도를 넘어 국민을 상대로 오만방자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 회장의 특위 출석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올해 2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것과 관련해 이  부회장이 국회 교육위에 증인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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