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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과 재벌]④ 회장 압박? KT·포스코

  • 2013.09.30(월) 14:27

여야 눈밖 KT 이석채 회장 '낙하산 방패'
'MB맨' 정준양 포스코 회장 사의설 분분

KT와 포스코는 '오너'가 없다는 점에서 여타 재벌과 다르지만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 집단이다. 각각 세계적인 통신, 철강 대기업이지만 그 출발은 정부 공기업이었다. 물론 현재는 정부 지분이 0%인 완전 민영회사이지만, 회장 인사에서 정부의 입김과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KT 이석채, 포스코 정준양 회장 모두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사람들로 'MB맨'으로 불린다. 야당은 이들 취임 이후 매년 국감에서 정부의 인사 개입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이들을 증인으로 부르려 했지만, 여당의 결사 반대로 증인석에 서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올해 국감에선 여당이 더이상 이들을 보호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여당에서 두 사람에 대한 퇴진 압력이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이들에 대한 증인 채택에서 또 다시 야당의 방패막이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정치권·노동계 협공받는 이석채 회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새누리당,민주당의 핵심 실세 의원들이 '통신 공룡' KT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인 홍문종 의원은 현재 유료방송사업자의 가입자를 전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의 3분의 1로 제한하자는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또 민주당 원내대표인 전병헌 의원은 IPTV 제공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산정에 위성방송·유선방송사업까지 확대하는 IPTV법 개정안을 발의했다.이 법안들은 'KT 독과점 방지법' '반(反)KT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KT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는 법안들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법안 심의와 함께 이석채(사진) KT 회장의 증인 출석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민주당 등 야당과 노동계, 진보적 시민단체들은 "이석채 회장이 KT를 사유화해 국가기간 통신 사업자로서의 KT의 공적 책임과 공공성이 훼손됐다"며 이 회장의 증인 채택을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결국 서유열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서 사장마저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압박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이석채 회장의 살인적 노무관리로 매년 40~50여명의 직원들이 자살하고 있다며 올해는 반드시 이 회장을 증인석에 세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두 노조 조직은 최근 여러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채 회장의 증인 채택에 반대하는 의원이 있다면 KT의 반사회적 행태에 동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모든 언론 노동자 및 사무금융 노동자와 함께 규탄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련이 지난 10일 국회 정문 앞에서 KT 이석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낙하산 인사 논란도 이 회장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 회장이 지난 6월 친박계 홍사덕 전 의원과 김병호 전 의원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한 것을 두고 퇴진 압력의 '방패막이' '보험 가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이석채 회장은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친이ㆍ친박ㆍ심지어 친YS 등 정치권 인사들을 전문성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여 KT를 낙하산 집합소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말했다.심지어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 마저 "KT의 친박계 인사들의 영입에 대해 대통령은 몰랐을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인사권자'인 이석채 회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하고도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과 더불어 국빈 만찬 초청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도 이번 국감 증인 채택에서 이 회장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002년 정부 지분 매각 완료 뒤 케이티는 순수 민영기업이지만, 최고경영자 선임 등에 있어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 회장 전임자인 남중수 사장 역시 정권 교체 뒤 퇴진 압박을 버티다가 검찰 수사를 받고 결국 물러났다.
    
◇ 포스코 'MB맨 회장' 교체…'박의 사람'으로?

 

국세청은 이달 초 포스코에 대해 대대적인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지난 3일 포스코의 경북 포항 본사와 전남 광양 제철소,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조사인력을 대거 투입, 회계장부 등 세무자료를 확보했다.

 

포스코는 3년 전인 지난 2010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보통 정기 세무조사는 5년 마다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특별' 세무조사인 셈이다. 이를 놓고 대표적 MB맨인 정준양(사진) 회장을 향해 "물러나라"란 말이 안통하자 청와대가 본격적으로 퇴진 압박을 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MB정부 출범 초기 이구택 전 회장이 돌연 사퇴한 뒤 2009년 포스코 회장에 취임해 지난해 2월 3년 임기를 마치고 회장에 재선임됐다. 그는 2009년 회장 선임 과정에서 당시 정권 실세였던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 '왕차관' 박영준 전 차관의 개입설이 나돌았던 대표적 MB맨. 그해 민주당은 정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대에 세우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KT와 마찬가지로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정 회장은 올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연일 '왕따'를 당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수행하고도 만찬장에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이 10대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할 때도 10대 그룹중 하나임에도 초청을 받지 못했다. 급기야 국세청 특별세무조사까지.

▲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지난 6월 7일 세계 최대 규모로 확장한 광양제철소 제1고로에 불을 넣는 화입식행사를 갖고 있다.

 

국세청 조사 착수와 때맞춰 임기가 1년 6개월 남아있는 정 회장이 사의를 밝혔다는 일부 보도마저 있었다. 그러나 포스코측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자진사퇴설은 일단 잠복돼 있는 상태다. 정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그를 증인으로 부를 명분도 없지 않다. 바로 지난 4월 한국 사회를 '들었다 놨다'했던 대한항공 여승무원 폭행 사건, '포스코 라면상무'건이다.

 

포스코의 '갑질 문화'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던 만큼 정 회장을 증인으로 부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회장은 사건 직후 임원특강에서 "포스코 이미지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됐다. 나 자신이 먼저 깊이 반성한다. 또 임직원 모두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해야 한다"며 사실상의 사과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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