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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국감 키워드]④ 서별관 회의

  • 2013.10.23(수) 14:09

동양사태, 청와대 '밀실 논의' 논란
최수현 금감원장, 조원동 경제수석 곤혹

올해 국회 국정감사가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국감을 관통하는 가장 큰 경제 이슈는 '동양 사태'다. 기재위, 정무위 등 경제, 금융상임위 마다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국감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가 동양그룹의 침몰을 수수방관했거나 그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청와대가 동양사태 책임론을 차단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최고위 공직자들이 청와대에서 만나는 일명 '서별관 회의'에서 비롯됐다.

◇ 경제방향 논의 '최고위급 회의'


청색 기와를 지붕에 얹은 건물, 청와대. 공식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인 이 곳은 대통령과 직원들이 일하는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우리 경제의 큰 틀을 정하는 회의, 거시경제정책협의회도 이곳에서 열린다. 청와대 본관 서편 별관, 서별관에서 열리기 때문에 '서별관회의'로 불린다.

 

 

서별관회의가 공식화된 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다. 청와대 서별관에서 매주 화요일 우리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최고위 인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였다. 고정멤버는 경제부총리 역할을 했던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하지만 회의는 공식 회의가 아니었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참석자는 물론 회의 내용 등은 비밀에 부쳐졌다.

당시 육동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회의를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회의 결과가 충실하게 전달되지 않고 경제위기 극복의 총괄기구로서 성격도 확립되지 않았다"며 서별관회의를 명실상부 정부의 최고위 경제회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 회의 결과, 즉 경제정책의 큰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주인이 바뀌면서 서별관회의는 잠시 뜸하다가 지난 4월 박근혜 정부 첫 회의가 열렸다.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고정멤버인 한국은행 총재가 불참한 것이다. 김중수 총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로, 현 정부와는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갈등을 빚는 등 불편한 사이였다.

 

김 총재는 당초 오찬을 겸한 서별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전 내내 집무실에 있다가 임원 몇 명과 식사를 했다. 김 총재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불참 이유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명박 정부 때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후 한국은행 총재는 서별관회의 멤버에서 자연스럽게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 금감원장의 위증…청와대 보호?


서별관회의는 현 정부 들어서는 주1회가 아닌 부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감에서 제기된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동양그룹 사태가 터지기 전후 청와대 서별관회의는 9월15일, 9월22일, 10월6일 세 차례 열렸다. 동양사태가 회의의 주요 이슈였고, 이중 9월 15일 회의에서는 현 정부 금융실세 중 한명인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도 참석했다.

 

 

문제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거짓말에서 불거졌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김기식(사진) 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금감원과 산업은행에 각각 동양사태를 논의한 9월 15일 서별관회의 내용을 확인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답변하지 않은 반면 산업은행은 "회동은 있었으나 동양그룹에 시간 여유를 주자는 내용은 협의하지 않았다"는 답변서를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이런 내용을 금융위에는 보고했지만, 금감원에는 알리지 않았다. 결국 최수현 금감원장의 위증 논란이 빚어진 것이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감에서 최수현 금감원장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동양그룹 사태를 청와대에서 논의하고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시달렸다.

 

최 원장은 줄곧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원동 경제수석,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과 만나 동양 논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하지 않았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최 원장은 "조 수석과 홍 회장을 만나기는 했지만 동양그룹과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가 번복하는 오락가락 답변을 계속했다.

 

그러나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답변 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하자 최 원장은 당황해하며 말을 바꿨다. "9월에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함께 청와대 서별관에서 만났다"며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한 논의도 했다"고 실토했다. 서별관회의에서 최 원장은 오리온그룹 대주주가 주식을 후순위 담보로 넣고 산업은행이 2000억원, 보고펀드가 3500억원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해결방안까지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청와대 '동양사태 책임론' 부담…야당 총공세

최 원장은 왜 이렇게 위증을 했던 것일까. 동양 사태가 청와대 '윗선'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특히 청와대 고위 인사가 최 원장에게 '동양 사태의 청와대 관련 사실을 부인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 대목에서 야당은 청와대 조원동(사진) 경제수석을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동양사태와 관련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8월 말에 서별관회의가 있었다고 했지만 9월15일과 9월22일, 10월6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다"며 "더 심각한 것은 청와대로부터 이를 부인하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종합국감 때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증인으로 불러 서별관회의에서 어떤 논의를 했는지, 왜 그런 사실을 위증하면서까지 숨겼는지, 이를 부인하라고 청와대에서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별관 회의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서별관 회의는 김영삼정부때 한국은행법, 노동법 등 논란이 됐던 법을 밀실 논의한 게 출발"이라며 "법적 근거도 속기록도 없는 서별관 회의는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입장은 엇갈린다. 박민식 새누리당 정무위 간사는 조 수석의 국감 출석은 찬성하면서도 "동양사태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서별관회의는 자주 있을 수록 좋다"고 회의 자체는 옹호했다. 그러나 같은 당 조원진 의원은 "조 수석 증인 채택은 정치공세"라며 반대했다. 앞으로 정무위는 양당 간사협의를 거쳐 최 원장을 위증죄로 고발할 지, 조 경제수석을 증인으로 채택할 지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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