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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국감 키워드]③ 낙하산 인사

  • 2013.10.18(금) 14:42

"동양그룹 사태 원인으로 작용"
"대기업 낙하산,경제민주화 저해"

21세기 정치학 대사전은 '낙하산 인사'를 이렇게 정의한다. "공무원, 특히 고위공무원이 재직 중 관련있던 민간기업이나 특수법인 등의 중역ㆍ임원ㆍ관리직 등에 재취직하는 것".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지없이 낙하산 인사를 두고 설전이 뜨겁다. 동양사태 금융감독 부실과 각종 공기업 인사는 물론 경제민주화와 관련, 민간기업에도 만연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이 적잖다.

◇ '낙하산 영입'도 동양사태 원인?


요즘 국감을 휩쓸고 있는 최대 이슈인 '동양사태'를 둘러싸고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동양그룹이 정·관·법조계 유력인사들을 계열사에 무더기로 영입해왔던 것이 드러났기 때문.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강기정(사진) 의원실이 동양그룹 계열사의 공시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동양을 비롯해 동양시멘트와 동양증권 등 9개 계열사에 정치권, 금융감독 당국, 법조계 출신 인사 41명을 임원과 사외이사, 고문으로 모셔왔다.


 

동양그룹이 영입한 정치권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대통령 인수위원을 거쳐 18대 총선에서 부산 동래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던 오세경 변호사가 ㈜동양의 클린경영팀장으로 영입됐다. 새누리당 출신인 최연희 전 의원이 동양파워 대표이사로,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냈던 조동성,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달곤 장관이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홍두표 동양시멘트 고문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선대위 직능 총괄본부 협력단장으로 활동했던 이력을 가졌다.

금융계, 금융감독 당국 출신 인사들도 대거 영입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인 KDB산은금융지주 홍기택 회장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홍 회장은 특히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로 활동할 때, 동양그룹과 계열사의 사금고 역할을 한 동양파이낸셜대부를 동양증권의 100% 자회사로 두는 결정에 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병일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과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이종호 전 금융감독원 국장, 홍순우 전 금감원 국장, 송시영 전 금감원 대구지원장, 권정국 전 금감원 부국장, 김상규 전 금감원 부국장 등 감독당국 출신들도 대거 활동했다.

강 의원은 "권정국 전 금감원 부국장의 경우 2011년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을 검사했을 당시 동양증권 상근감사였다"며 "이 때 예금보험공사가 동양증권의 회사채 불완전 판매 혐의와 투자자 소송가능성을 보고서에 포함시켰지만 금감원 최종보고서에서는 관심촉구 수준으로 완화된 적이 있다"고 '봐주기 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 국감 단골…'금융기관' 낙하산


금융공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교체될 때마다 낙하산에 반대하는 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최근 취임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역시 비슷한 시련을 겪었다. 야당 의원들은 다음주 이들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벼르고 있다.

 

특히 최 이사장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해 대표적인 '박근혜 낙하산'으로 꼽힌다. 최근 유흥렬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이사장 후보 공모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정찬우 부위원장이 최경수 이사장에게 내정 사실을 후보 면접도 하기 전에 미리 통보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이 이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새로 수장이 임명될 기술보증기금, 한국정책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 공기업에 대한 국감에서도 '내정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금융사인 KB금융그룹, NH농협금융지주도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않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곧바로 작용하는 이들 자리에 경제 관료 출신인 임영록 회장과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점이 국감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농협 자회사 임원 자리가 전직 농협 간부들의 자리보전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홍문표(사진) 새누리당 의원은 올해 8월 기준 농협경제지주 14개 자회사 임원 50명 중 82%에 달하는 41명이 농협 부장급 이상 고위직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고 밝혔다.

 

농협 자회사 대표이사 14명 중 13명이 농협출신이고 자회사 가운데 남해화학과 농협케미컬, 농협물류를 제외한 농협유통, 농협아그로, 농협한삼인 등 11개 기관의 대표이사, 전무이사, 감사 등 임원이 모두 농협 출신이었다. 홍 의원은 "농협의 비대화를 해소하고 경영 전문성과 효율성을 살린다는 명분 아래 설립된 자회사들이 거대 공룡조직인 농협의 인사적체를 풀어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 "KT 낙하산 크게 늘었다"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KT 낙하산 문제가 제기됐다. 민주당 최민희(사진)의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 36명이 KT에 자리를 잡았다"며 명단을 발표했다.

그 명단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지냈던 홍사덕 민화협 상임의장과 박 캠프 공보단장을 지낸 김병호 전 의원이 KT 경영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안풍사건에 연루됐던 김기석 전 안기부 기조실장은 KT텔레캅 고문으로 영입됐고, MB정부 초대 여성부장관 후보였다 낙마한 이춘호씨는 KT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KT 법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아들인 황성진씨도 이름을 올렸다.

최 의원은 "MB 정부 때부터 시작된 KT 낙하산 인사가 박근혜 정부 들어 더욱 늘어났고 민간기업인 KT는 통신사가 아니라 정부가 운영하는 전현직 정부인사들의 재취업 전문기관이 되고 있다"며 "연봉이 적게는 7000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낙하산 연합군이 민간 통신기업 KT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아래 표 참조, 최민희 의원실 제공)

 


 
최 의원은 또 "과학기술계에도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며 "최근 임명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 과학기술분야 산하 기관장에 친박 낙하산 보은인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 교통·물류업계는 공·사기업 모두 심각

새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국토교통부 산하 주요 공기업 사장이 보은인사 및 낙하산 인사로 임명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 박기춘(사진) 의원은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천문학적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국토부 주요 산하 공기업들의 사장직에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때 자신을 도운 인사와 새누리당 총선 낙선자들을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새로 임명된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지난 총선 대전 서구을 새누리당 후보, 용산참사의 핵심 인물 한국공항공사 김석기 사장은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 입당했었다. 또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JDC) 김한욱 이사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 제주특별자치도 국민통합행복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정창수 전 국토부 차관을 낙하산 임명했고 부채 1위 LH는 이재영 전 국토부 실장을 낙하산 임명했다. 박 의원은 "현재 138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부채 문제를 해결해 낼 전문가가 절실한 LH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고 지적했다.

낙하산이 경제민주화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대기업 계열 물류회사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서 낙하산 인사가 이런 병폐의 원인이라는 것이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안효대(사진) 의원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형 물류기업들이 매출의 50% 이상을 계열사 간 거래로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기업 물류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했다. GS그룹의 STS 로지스틱스, 삼성전자로지텍, 롯데로지스틱스, LG 계열의 하이비지니스 로지스틱스, 두산 등 5개 기업은 매출의 90% 이상을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채웠다. 현대글로비스와 범한판토스도 일감 몰아주기 비율이 70%를 넘었고, 대림코퍼레이션, 동부익스프레스, CJ GLS는 30%가 넘었다.

 

안 의원은 “상위 13개 대기업 계열 물류업체 대표이사의 주요경력을 보면 대부분이 주력계열사 고위 임원 출신"이라며 “이는 일감을 몰아주며 물류업체를 주력기업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한 낙하산인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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