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특별기고] 중국은 '실리에 밝은 상인의 나라'

  • 2014.07.03(목) 14:43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시진핑의 '软, 硬, 情'의 외교전략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된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한이 우리로서는 미국 지도자 방한 만큼이나 관심거리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정치, 경제, 외교 등에서 한중관계의 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북한의 핵실험, 일본의 재무장 등의 민감한 지역정치와 외교문제, 그리고 한중FTA와 한중간 직접투자와 금융투자 분야에서 새로운 진전과 협력이 얼마나 이루어 질지가 관심사다.

 

중국의 제5세대 지도자 시진핑의 외교는 과거 3,4세대의 지도자와는 다르다. 주변국에 대해서 '친절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주변에 베풀고 포용하면서(亲, 诚, 惠, 容)' 이웃 국가들부터 자기편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집권 1년이 지난 시진핑은 새로운 외교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소위 '부드러운(软)' 외교, '강경(硬)한' 외교, '정(情) 많은' 외교다. 우선 시진핑의 부인 펑리위안을 동반한 '부드러운(软)' 외교다. 역대 중국의 주석부인들은 국내는 물론이고 외교선상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역대 지도자들의 퍼스트레이디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는 이도 많았다.

 

그러나 시진핑의 부인 펑리위안은 아름다운 미모와 뛰어난 음악성을 가진 온 국민에게 사랑 받는 중국 최고의 국민가수다. 시진핑의 외국순방에 펑리위안의 동반은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펑리위안의 세련된 패션감각은 '펑리위안 스타일'로 중국 국산브랜드의 국제적 홍보로 그 효과는 돈으로 셀 수가 없을 정도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이 3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그래서 시진핑은 복 많은 남자다. 펑리위안이라는 국민적 사랑 받는 중국 최고의 가수이자 패션 아이콘을 부인으로 가진 남자다. 중국 경제개발의 밑그림 그린 존경 받는 부총리 출신 아버지, 세계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대를 다니는 딸, 전세계 인구 20%를 통치하는 황제의 자리에 오른 남자다.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은 '중국의 미셀 오바마'다. 자국 패션디자이너의 옷만을 입는 뛰어난 패션감각의 소유자이고, 중화 소프트파워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퍼스트레이디다. 중국은 공자학원 1000개보다 펑리위안의 화려한 의상과 노래 한 곡이 더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공자와 맹자보다 이 시대의 군자는 '놀자'라는 것을 안 것이고 그 아이콘이 바로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이다.

 

시진핑의 '강경(硬)한' 외교도 주목받고 있다. 영토문제, 역사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아배총리와는 단호히 접촉자체를 배제함으로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이외의 나라에 대해서 특히, 아프리카, 중동, 아세안, 중남미 외교에서는 강하지만 결코 강함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경제원조와 국제협력을 통해 '정(情) 많은' 대국이라는 인상을 심고 있다.

 

'상인(商人)의 나라'의 면모를 보여준 시진핑 방한

 

중국의 동맹국인 북한을 제치고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시진핑 주석의 행보에서 '실리(實利)에 밝은 상인(商人)의 나라'인 중국의 면모가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시진핑 집권 이래 국정 어젠다인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동아시아에서 새 틀 짜기가 시진핑 방한의 큰 그림이다.

 

미국과의 특수관계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치, 외교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은 분명한 제한이 있다. 이를 절묘하게 파고드는 것이 시진핑의 방한 외교다. 북한을 간접적으로 견제하고 미국과 일본에게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시진핑 경제개혁에 필요한 가장 가까운 이웃 한국과는 손을 잡아 실리를 챙기는 것이다. 

 

그러면 시진핑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은 경제적으로 무엇을 챙길까? 한중 FTA, 현대차, LG, 포스코 등 대기업의 중국진출 대못 뽑기, RQFII(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와 위안화 결제은행의 지정 등이 언론에서 언급되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이 얻는 실리다.

 

하지만 그간 중국지도자의 프랑스와 영국 방문을 보면 248억달러, 300억달러어치의 구매 보따리와 위안화 역외시장과 위안화 결제은행 지정을 선물 주듯이 던져 유럽국가들의 환대를 받았다.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서 경제분야에서 협력은 유럽에서 보여준 중국의 유럽국가와의 수준을 넘어서는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인다.

 

한중간의 지도자 교차방문으로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중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입장은 유럽국가들과 다른 차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진핑 방한 특수보다는 중국의 구조조정을 잘 봐야

 

우리의 최대 무역거래 대상국인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한중우호협력에는 큰 의미가 있지만중국의 방한의 어젠다를 보면 경제보다는 정치·외교적 목적이 더 커 보인다. 그래서 시진핑 방한을 계기로 뭔가 특별한 한 건이 이루어질 거라는 경제분야의 기대는 접어두는 것이 좋아 보인다. 오히려 일과성의 협력보다는 중국의 본질적의 변화에서 기회를 잡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금융시장분야에서는 무역결제대금 위안화 직거래와 RQFII(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한도 부여 등에 기대를 하지만 당장 위안화 결제수요가 얼마나 되는 가를 보면 그리 흥분할 일은 아니다. 또한 RQFII 한도가 나오면 중국 본토 증시에 대한 투자가 위안화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지금도 QFII투자는 한도가 모자라서 수요가 대기 중인 상황은 아니다. 투자수익률이 형편없어 투자가의 외면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의 금융계는 대중국 투자에서 대대적인 실패를 경험했다. 세계 최고의 성장률을 자랑하는 나라에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60%이상을 마이너스 낸 이유는 중국 경제와 금융, 산업, 기업에 대한 우리의 리서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가 되는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가 제대로 없고 중국산업과 기업을 제대로 분석할 능력도 없으면서 큰 돈을 집어 넣은 탓이다. 중국어와 중국 경제와 산업, 기업을 잘아는 금융인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중국과의 금융협력에서 한국이 크게 얻을 것은 없다. 문제는 제도나 중국경제가 아니라 우리의 중국의 알짜배기를 골라내는 혜안과 실력이다.

 

지금 시진핑의 중국은 대대적인 국가 개조작업 중이다. 지난 30년간 지속해온 생산대국 중국을 소비와 서비스대국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역대 G2국가 중에서 G1국가의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7%대의 성장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전세계 언론은 중국의 성장률 둔화를 놓고 금융위기, 경착륙, 붕괴론이 넘쳐난다. 일본이 G2일 때 1~2%성장도 버거워 했는데 적어도 7% 성장을 하는 중국경제를 두고 7.5%냐 7.3% 성장이냐를 두고 경제위기라고 하는 것은 좀 과해 보인다.

 

7% 성장하는 대국경제를 소수점 한자리수로 경제상황을 판단하면 안 된다. 지금 2014년 중국은 10%대에서 7%대로 성장률을 낮추고 산업의 구조조정,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을 시작한 두 번째 해이다. G2 중국의 변화가 무엇이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뭘 찾아 먹을까를 연구하는 것이 답이다. 이미 지난 3월에 끝난 2014년 양회에서 중국정부는 많은 파격적인 정책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14년 중국의 GDP는 7.5%를 기준선으로 (+/-) 알파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리커창 총리의 2014년 경제정책 목표는 '좌우경제(左右经济)'다. '좌우(左右)'라는 중국어의 의미는 '대략'이라는 뜻이다. 과거에 원자바오 총리는 8%를 선언하면 죽어도 8%를 지키는 '목표관리'를 했지만 이번 2014년 리커창의 경제관리는 '구간관리(左右)'다.

 

중국은 2014년에 철강, 화학, 시멘트, 유리, 태양광 같은 19개 공급과잉 산업의 과잉설비를 2014년말까지 폐기하도록 했다. 2014년 수출목표를 사상 처음으로 GDP와 같은 수준이 7.5%내외로 정했다. 그리고 향후 2년내에 예금금리를 자유화해 금리자유화를 완성하기로 했다. 부동산분야에서 있어서는 2020년까지 1억채의 도시 노후주택개량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2014년에는 2013년보다 50만채 늘어난 750만채의 서민주택건설을 통해 부동산가격 안정을 취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의 2014년 양회 결과를 보면 중간재 수출로 재미를 보던 한국의 전통제조업은 이젠 중국 특수는 잊어야 할 것 같다. 2014년에도 잘해야 2013년 수준이다. 지금 중국의 산업을 분야별로 보면 전통산업은 '과잉설비 축소', IT를 중심으로 하는 '신성장 소비산업은 육성', '금융산업은 내부 구조조정'이다.

 

총수출의 30%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금융위기보다는 19개 전통제조업의 구조조정이 더 무서운 상황이다. 한국의 수출 호조는 이들 전통산업에 대한 중간재 수출이었는데 이젠 그 중간재 수출 호황이 끝난 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구조조정 후에 등장할 경쟁상대에 어떻게 대응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시진핑의 방한에서 큰 대박을 기대하기 보다는 중국의 변화에 한국의 돈 벌 기회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필자 소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국내 자본시장에서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꼽힌다. 외환은행, 대우증권 리서치·IB본부장,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 등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활동했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WISEfn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중국 베이징 칭화대(清華大) 경제관리학원(석사)과 상하이 푸단대(复旦大)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했고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등의 저서를 펴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