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실적발표 시즌마다 빠지지 않는 지표가 있습니다. CIR(Cost Income Ratio·총영업이익경비율)입니다. 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데요. 투자자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자마진(NIM) 등과 함께 금융사의 기초체력을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합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수익을 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인공지능(AI) 전환 등을 위한 인력 영입, IT 투자비 등으로 판매관리비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CIR은 대부분 30% 후반에서 40% 초반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각사별로 보면 KB금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p) 개선된 36.2%를 기록했고요. 신한금융은 36.6%, 하나금융 38.8%, 우리금융은 42.8%를 기록했습니다. 통상 40% 안팎이면 안정적인 수준으로 봅니다.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지주의 CIR 공시기준은 판매관리비를 총영업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으로 나눠 계산합니다. 말 그대로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 대비 비용이 얼마나 나갔는지를 계산한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산식이 인터넷은행에는 달리 적용됩니다. 후발주자인 인터넷은행들의 경우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신규 투자가 많이 필요한 만큼 CIR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부 인터넷은행의 경우 판관비가 크게 늘었음에도 CIR이 오히려 크게 개선되는 모습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최근 상반기 실적발표를 낸 카카오뱅크의 경우 CIR이 지난해 상반기 36.3%에서 올해 상반기 34.2%로 2.1%p 개선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 7.22% 수준이던 ROE도 상반기 9.95%로 껑충 뛰었습니다. 비용 통제와 본업을 통한 수익 창출이 잘 되고 있다는 건데요.
주의할 게 한가지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모두 판관비를 총영업이익이 아닌 충당금적립전이익(PPOP)으로 나눈 값을 CIR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충당금적립전이익은 영업외손익이 포함되는데, 일회성 평가이익 등이 발생하면 분모가 커져 CIR이 실제보다 개선돼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공정가치 평가이익(933억원)을 영업외손익에 반영했습니다. 지난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때에는 이를 반영해 CIR이 30.6%까지 낮아졌다고 밝혔어요. 확정 실적으로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숫자는 이보다 높았지만요. 2분기에는 판관비가 전년대비 17% 증가했음에도 상반기 CIR은 지난해보다 개선된 34.2%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기준으로 공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CIR 수치가 틀렸다거나 의도적으로 낮춘 것은 아닙니다. 실제 금융감독원 업무보고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은 CIR을 이익대비 비용을 보는 '이익경비율'로 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금감원도 내부적으로는 영업외손익을 제외한 영업이익 기준 경비율을 별도로 관리한다는 점입니다. 영업외이익의 경우 변동성이 크고 일회성 요인이 있을 수 있어서입니다.
실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외이익은 일회성 이슈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클 수 있어 영업외이익을 뺀 총영업이익경비율로 CIR을 계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투자자 입장에서 동일한 지표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입니다. 분모가 다른 만큼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을 단순 비교할 경우 착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금감원 역시 내부적으로는 영업이익 기준 경비율을 함께 관리하고 있는 만큼 공시기준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 거나, 유불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IR 목적상 수치의 스테이블함(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외이익을 제외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만큼 영업외이익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표시할 필요는 있다"면서 "실제 영업외이익 반영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오래된 보고 양식을 바꿀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