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우연하게 발생한 것일까 예견된 일일까. 양국간의 갈등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여파는 얼마나 클까.
27일 비즈니스워치 주최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9 차이나워치'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미국의 경제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며 우리 기업의 대중국 전략을 고도화해야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토론자로 나선 안총기 전(前) 외교통상자원부 2차관은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게 된 배경으로 무역 분쟁 당사자인 미국의 역할을 꼽았다.
그는 "미국을 세계무대로 이끌어낸 것은 미국"이라며 "그렇다면 헨리 키신저(전 미국 국무부장관으로 냉전시기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해 닉슨 전 미국 대통령 방중을 성사시키며 ‘상하이 코뮤니케’ 합의를 주도한 인물)는 지금 이 시점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안 전 차관은 "파이낸셜타임스가 2018년 단어로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s trap,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국은 구조적 긴장으로 전쟁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을 선정할 만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설명했다.
김시중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은 "키신저가 실수한 것이 있다면 중국의 잠재력을 과소평가 한 것이 아닐까"라며 "중국은 굉장히 자본주의적 문화를 갖고 있었지만 정치적 통제로 당시에는 이를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기적으로 중국 내부에서는 새로운 정치지도자가 들어서면서 개혁이 이뤄졌고, 외부적으로는 개방하면서 경제 성장의 성과를 이뤄냈다"며 "다만 키신저가 중국을 끌어들이지 않았어도 지금의 상황(미국의 대항마로 중국이 떠오른)이 펼쳐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영관 KDI 연구위원은 "키신저가 아니었어도 그 누구라도 중국을 세계무대로 이끌었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 통상정책은 사업에 의해 움직이는데, 사업 기회가 많고 중국이 계속 성장하는데 이런 시장을 미국이 그냥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금융팀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끌어들인 것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중국이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렸고, 이 시기 미국이 많은 수혜를 봤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에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많은 이득을 가져가고 있어 이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많다"며 "이를 뒤집으려는 시도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장을 가득 채운 청중들은 미중 무역 분쟁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한 청중의 질문에 대해 김시중 원장은 "중국 내에서 사업을 펼치는 외국 기업들은 기업 활동에 많은 불만이 누적돼왔다"며 "중국 입장에서도 자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기업들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규제나 차별 등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치훈 팀장은 "중국은 미국의 통상압박 외에도 스스로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외국자본이 꼭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외국자본과 기업에 대해 이전보다 더 개방화되고 우대하는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경제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도 발전하면서 국내 기업들과의 격차도 줄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존하려면 기술 발전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시중 원장은 "중국이 많은 분야에서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정치적으로 통제하는 분야가 많다는 점은 한계"라며 "단순 기술이 아니라 세밀하고 감성적 측면, 문화를 녹인 소프트한 기술 등에서 우리가 앞서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한다면 기술적 우위는 계속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영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90% 중소기업인데 이들의 생각 전환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은 하청구조로 고객사가 원하는 것만 맞추는데 몰두해 발전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투자와 인력 투입을 통해 더 나은 제품을 공급하면서 이윤을 늘려나가는 선순환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다루고 있는 일대일로 관련, 국내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김시중 원장은 "우리나라도 참여한 국제금융기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일부 프로젝트에는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일대일로 사업에 국내 건설사들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치훈 팀장은 "아직까지 국내 기업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경우는 없지만 중국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부분에 우리가 참여한다면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며 "G20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 요청하는 등 과거보다 환경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 대한 조언도 내놨다. 김시중 원장은 "중국을 이해하되 중국 논리에만 빠지지 않고 제3자적 입장에서 중국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국어 뿐 아니라 영어 등 다른 외국어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총기 전 차관도 "중국에는 우리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며 "중국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기반으로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국내서 스펙을 쌓는데 치중하지 말고 중국과 많은 교류하면서 시야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