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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톺아보기]공공기관 이사책임 강화될까

  • 2019.05.13(월) 08:48

채이배 의원, 10일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대표발의
상법 이사책임감경 조항, 공공기관은 활용 못 하도록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잘못을 저지른 이사의 책임을 일부 면제하는 조항을 담은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했습니다.

현행 상법 제399조에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 한 경우 회사에 손해를 배상해야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다만 같은법 제400조 2항은 회사 정관에 따라 이사의 최근 1년 보수액의 6배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KAI가 이번 주총에서 상정한 안건은 바로 상법 제400조 2항의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조항이 있는 이유는 유능한 경영인을 쉽게 영입하고, 보다 적극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인데요. 문제는 도입 취지와 달리 오히려 불법행위를 한 이사들의 책임추궁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KAI가 상법 제400조 2항을 정관에 넣는 안건을 상정하자 경제개혁연대는 "독단적인 경영자들의 거리낌없는 불법행위를 도외시하는 것"이라며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이사들에 대한 책임추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이미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정관에 담는 것이 어떤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요.

KAI는 한국형전투기(KF-X) 등 국가 방위에 쓰는 군수품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을 하는 곳입니다.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와 연결되기에 매우 폐쇄적인 환경에 놓여 있고 이로 인해 종종 방산비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투명한 경영환경이 요구되는 곳이죠.

이런 상황에서 KAI가 정관에 이사의 책임감경조항을 넣겠다고 나서자 투명한 경영이 불가능해 질 거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입니다.

특히 KAI는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분 26.41%,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6.59%를 보유하고 있는 곳입니다. 만약 투명한 경영이 이루어지지 못해 KAI가 부실화되면 이는 한국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의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지난 정기주총에서 KAI의 정관변경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사 책임을 줄이는 조항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반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KAI 정관변경에 찬성해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국회는 KAI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12명의 의원들이 10일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입니다.

개정안은 상법 제400조 제2항에서 규정한 '최근 1년간의 보수액의 6배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면제를 받는다는 내용'을 공공기관의 이사와 감사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의 부실은 정부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법상 이사 책임감경 조항을 무작정 준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상법 제400조 2항의 준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금융회사에도 종종 언급됩니다. 금융회사는 엄연히 민간 기업이지만 고객 예금을 주요 자산으로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이사 책임감경조항을 도입한다면 중대한 손실을 초래한 이사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이는 곧 예금자인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공공성이 짙은 기업에 대해선 보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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