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후 한 영국계투자자가 한국에서 친환경투자처를 찾고 있다며 도와달라고 했어요. 왜 그런 걸 찾느냐고 물었더니 SRI(사회책임투자)란 개념을 소개하더군요. 당시 영국에서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용어였어요."
다음달 10일 열리는 비즈니스워치세미나 '스튜어드십코드 읽기' 주제발표자로 나서는 임대웅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한국대표는 우리나라에 SRI,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같은 개념을 앞장서 소개해온 인물이다.
경제전문가 사이에서도 '책임투자'나 '지속가능경영'이란 용어가 익숙하지 않던 2000년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한국위원회,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아시아지속가능책임투자협회 등 다양한 책임투자분야 활동을 해왔다.
현재 전 세계 2300여개 기관투자자가 가입돼 있는 PRI(책임투자원칙)를 10년 전 우리나라에 본격 소개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2015년부터는 UNEP FI 한국대표를 공식적으로 맡고 있다.
임 대표가 몸담고 있는 UNEP FI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금융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UN과 금융회사간 공공·민간 파트너쉽. 전 세계 230여개 은행·보험·투자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KB, 신한, 하나, DGB금융그룹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이 가입해있다.
UNEP FI는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을 외치는 곳이 아니라 각론으로 들어가 구체적 사례를 연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곳이다. 대표적으로 기후변화 요소를 은행과 보험사 재무제표에 반영하려면 어떤 분석기준을 사용하고 조직구조는 어떻게 바꿔야하는지 지침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체적 접근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책임투자에 대한 철학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특성과 재무제표의 이해, 산업 흐름까지 꿰뚫고 있어야한다.
임 대표가 이번 세미나에서 "스튜어드십코드-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하나'란 주제 발표자로 적임자인 이유다.
임 대표는 세미나에 앞서 진행한 사전인터뷰에서 "자본시장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투자자 사이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알아야하는데 스튜어드십코드가 지금 세계 투자자들의 언어"라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코드의 본질이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기업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주식가치를 높이는데 있는 만큼 기업들도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자와 대화에 주저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기업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규제라고 인식하기보단 '나의 활동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인정받는 수단'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스튜어드십코드에 적극 대응해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코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IR 등 담당부서들이 투자자의 수탁자정책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내부 조직체계 변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최근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하며 보고서를 내지만 문제는 보고서를 쓰는 사람은 있어도 책임지는 임원이 없다는 점"이라며 "투자자와 책임 있게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투자자로부터 외면 받게 되고 그러면 결국 기업이 손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스튜어드십코드 대응방안으로 공시 강화도 꼽았다. 감추려하기보단 투자자들이 관심가지는 이슈를 먼저 끌어내 알리고 대화해야한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다음달 10일 비즈니스워치세미나 '스튜어드십코드 읽기' 두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와 금융회사와 일반기업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하는지 구체적 사례와 함께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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