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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팩트체크]⑦컵스프·밀크카라멜에 녹아든 불편한 진실

  • 2019.09.27(금) 11:00

<비즈니스워치 특별기획 전범기업 분석> 식품업계
아지노모토, 조미료로 문화식민주의 전파…조선인 강제동원
모리나가, 군용건빵·카라멜 납품…태평양전쟁 전투식량 지원

한국과 일본이 다시 국교를 맺은 건 1965년이지만 일본의 문화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유입되기 시작한건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1998년의 일이다.

김대중정부 때 일본대중문화개방이 시작되면서 영화·비디오·만화 등 일본의 각종 문화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양국 간 문화적 이해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음식에 대한 교류도 활성화됐다. 스시, 라멘, 모찌 등 일본 풍 음식들이 종로와 홍대 등 번화가를 채워 나갔다. 이제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일본 음식점이다.

외식문화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일본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아침에 출근 준비로 바쁜 직장인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보노 컵스프부터 주부들이 애용하는 조미료 혼다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리나가밀크카라멜과 다스초콜릿 등이다.

이 제품들을 만든 회사의 공통점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전력이 있는 기업, 즉 전범기업이라는 것이다.

#문화식민주의에서 강제동원까지아지노모토 

우리에게 익숙한 조미료 '미원'의 시초는 19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경제국대학(현 도쿄대)의 이케다 기쿠나에(池田菊苗) 박사가 다시마 성분에서 글루탐산나트륨을 발견해 조미료 제품으로 상업출시했는데 그 제품의 이름이 바로 아지노모토(味の素)다. 아지노모토는 일본어로 조미료라는 뜻이다.

아지노모토(아지노모도)는 현재 일본 굴지의 식품제조기업 중 하나다. 조미료 상업화에 성공한 아지노모토는 일제강점기 시대 우리나라에도 제품을 광고하고 판매했다.

아지노모토가 판매하는 조미료 혼다시(왼쪽)와 아지노모토(오른쪽) [자료=아지노모토 홈페이지]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역사넷에 따르면 아지노모토는 1915년 매일신보에 자사 제품 홍보를 시작했다. 아지노모토는 '한복을 입고 음식을 준비하는 여인들은 설날 음식이나 추석 음식 준비에 아지노모토를 사용해야 한다'는 문구를 사용했다.

또 '신여성이 되려면 아지노모토 조미료를 사용해야 한다'며 기존 우리나라 전통의 방식을 무너뜨리는 광고도 했다. 아지노모토는 단순 상품 광고에서부터 일본 국기를 배경으로 '국산'(내선일체 깃발 아래서의 일본제품)임을 자랑하고 전시 체제 후원을 기도하는 광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음식문화를 통한 문화식민주의를 펼친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지노모토는 2012년 이명수 당시 자유선진당 의원실이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로부터 자료를 받아 발표한 전범기업 299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아지노모토는 일본에 작업장 1곳(확인 된 곳)을 두고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노역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아지노모토는 지금도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 바쁜 아침 간편하게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보노 컵스프와 우리나라의 다시다와 비슷한 일본조미료 혼다시가 대표적인 아지노모토 제품이다.

보노 컵스프와 혼다시는 아지노모토의 한국법인이 수입해 농심이 판매한다. 농심은 2018년 보노 컵스프를 국내에서 대량 생산하기 위해 '아지노모도농심푸즈'란 합작회사(지분율 아지노모토 51%, 농심 49%)를 만들어 공장을 지었다.

전범기업 아지노모토와 모리나가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 모리나가 제품(왼쪽)은 편의점과 헬스앤뷰티숍 등에서 쉽게 살 수 있다. 편의점 인기상품 보노 컵스프(오른쪽)는 아지노모토의 한국법인이 수입하고 농심이 판매한다.

#달콤한 밀크카라멜그 뒤의 강제동원 

우리나라의 유명 제과업체인 오리온, 롯데제과처럼 일본에도 자국을 대표하는 제과업체가 있다. 바로 모리나가제과(森永製菓)다.

우리에게 친숙한 과자 고래밥의 기술을 오리온에 전수해 준 것도 모리나가제과다. 오리온 제품인 밀크카라멜도 모리나가제과와 기술 제휴를 통해 개발된 제품이다.

모리나가제과의 대표 제품 밀크카라멜은 1914년 출시됐다. 주머니 사이즈로 작게 만들어 휴대성을 높인 밀크카라멜 제품은 높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출시된 노란색 카라멜 상자는 지금까지도 큰 디자인 변화 없이 이어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과자를 만드는 기업이지만 모리나가제과 역시 아지노모토와 마찬가지로 일본에 작업장을 두고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전력이 확인된 기업이다. 당시 회사이름은 모리나가식량공업이다.

2012년 이명수 당시 자유선진당 의원실이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로부터 자료를 받아 발표한 전범기업 299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가 무심코 먹었던 제품이 선조들의 눈물이 밴 전범기업 제품이다.

모리나가제과는 강제동원뿐만 아니라 태평양전쟁 당시 군수물품도 납품했다. 일본 군인들이 먹을 전투식량을 제조했다. 밀크카라멜 역시 일본 군인들에게 유용한 전투식량 역할을 했다.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모리나가제과도 전투식량을 납품하기 위해 민간 제품 제조를 일시 중단했다. 모리나가제과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1941년부터 제품 제작에 필요한 원료도 부족하게 되면서 군용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자를 생산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1939년 모리나가제과의 건빵 광고. 군에 납품했던 제품으로 휴대성과 영양가 등을 강조하고 있다. [자료=재팬아카이브 사이트]

일본 근현대사 사진·문헌자료 등을 공개하고 있는 재팬아카이브 사이트(jaa2100.org)에는 1939년 태평양전쟁 당시 군에 납품했던 모라나가제과의 건빵을 민간에 판매하기 위한 광고가 있다. 광고는 군에 납품했던 건빵임을 강조하며 '휴대식량', '만주사변 이후 더욱더 작아졌다', '딱딱하지 않고 입안에 달라붙지 않는다', '영양가가 쌀밥의 3배' 등 건빵의 이점을 크게 광고하고 있다.

모리나가제과 제품은 한국에도 여전히 활발히 수입되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GS25가 모리나가제과의 밀크카라멜, 아이스크림을 독점 수입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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