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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코로나3법'으로 끝?…국회는 정녕 할 일 다 했나

  • 2020.02.28(금) 14:13

국회 코로나3법 통과…부칙조항 따라 시행 시기는 제각각
노인 어린이 마스크 지급 3개월·역학조사관 확대 6개월 뒤
등교 중단시 학부모에 유급 돌봄휴가 주는 법안 등 계류 중
정치권, 선거에 몰입하기 보다는 산적한 코로나법 심사해야

국회가 지난 26일 본회의를 열고 이른바 '코로나3법'을 의결했습니다.

코로나3법이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 예방법), 검역법, 의료법을 지칭하는데요. 3가지 법을 일부 개정하는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 1표없이 100% 찬성(감염병 예방법은 1명 기권),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통과했습니다.

코로나3법은 ▲마스크·손소독제 등 의약외품의 수출이나 국외반출 금지 ▲어린이·노인 등 감염취약계층에게 마스크 지급 ▲감염병 유행지로부터의 입국자(경유자 포함) 입국 금지 ▲입원·격리 거부자 처벌 강화(벌금 300만 →1000만원) ▲검사 거부자 처벌조항 신설(벌금 300만원) 등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는 '코로나3법' 국회 통과 직후 많은 언론들이 보도한 제목입니다.

- 국회 '코로나3법' 의결…"국가 차원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
- '코로나19 3법' 국회 통과 순간…감염병 유행지 입국 금지
- 국회, '코로나 3법' 의결...의심환자 검사·격리 거부 시 처벌
- '코로나3법', 국회 본회의 통과…노인·어린이에 마스크 지급

국회사무처도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3법 통과로 국가차원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불안을 덜어줄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언론보도와 국회사무처 보도자료만 보면 코로나3법이 당장 시행될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법 개정 내용은 지금 당장 시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률을 고칠 때는 부칙에 시행 시기를 적어놓는데요. 국회는 심사과정에서 일부 조항의 시행시기를 앞당기긴 했지만 대부분은 법률안을 공포(公布: 정부 관보에 게재해 법률 확정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한 이후 1~6개월이 지나서야 시행하도록 조건을 달았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이번 법률은 '코로나3법'이란 별칭이 붙어있긴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에 즉각 영향을 미치기 보단 향후 중장기적인 국가적 감염병 확산에 대비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국회가 속전속결로 '코로나3법'을 통과시키면서 모처럼 일을 했다는 일부의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국회의 법안 창고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민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법안이 쌓여있습니다.

진심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권이라면 선거를 앞둔 합종연횡, 공천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 남은 법안도 집중적으로 심사해 통과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의약외품 수출금지·중국발 입국금지는 바로 시행가능

먼저 국회를 통과한 코로나3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고 언제부터 시행되는지, 또 한계점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검역법 개정안에는 감염병이 유행(유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 포함)하거나, 그 지역을 거쳐 온 사람의 입국을 금지할 법적 근거(보건복지부장관이 법무부장관에게 요청)를 마련했습니다. (검역법상 입국금지는 외국인만 가능)

지금까지도 감염병환자 또는 감염병 의심자의 입국을 금지할 수는 있습니다만 지금은 사람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새로운 검역법은 '개인'이 아닌 '특정국가' 단위로 입국을 금지할 수 있게 된 것이 다릅니다. 따라서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외국인이 무증상자나 잠복기에 있더라도 입국 제한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법안은 '법안 공포 후 즉시 시행한다'는 부칙과 함께 통과시켰습니다. 따라서 이젠 중국을 거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여부는 정부의 판단만 남았습니다. ☞[관련기사]'중국發 입국금지' 검역법 국회 통과…정부 판단만 남아

다음은 감염병예방법입니다.

1급감염병이 유행할 때 보건복지부장관이 의약외품·의약품 등 물품의 수출이나 국외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이번이 통과됐습니다.(관계부처 협의 후 금지기간 미리 공표 조건)

품귀현상이 나타난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대표적인 의약외품이죠. 이 내용도 법안 공포 즉시 시행합니다.

참고로 1급감염병이란 신종인플루엔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등이 포함되며 정부는 코로나19(정식명칭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도 1급 감염병인 '신종감염병증후군'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이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수출 금지 품목에 넣을 수 있습니다.

# 검사거부시 처벌 1개월 뒤...노인·어린이 마스크지급 3개월 뒤

감염병예방법에는 벌칙 조항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많은데요.

의약외품 수출금지를 위반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조항, 감염병병원체 검사를 거부한 사람을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조항은 이번에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입원·치료·격리조치를 거부한 사람은 현재 300만원 이하 벌금이었으나, 앞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습니다.

벌칙 조항은 모두 법률 공포 1개월 후 시행합니다. 지금까지 검사를 거부한 사람은 해당하지 않고, 지금까지 입원·치료·격리조치를 거부한 사람은 기존대로 징역형없이 벌금 최대 300만원으로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소급적용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감염병예방법 개정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어린이·노인 등 감염취약계층에 마스크를 무상 지급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만든 것인데요.

마스크 품귀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만이라도 마스크를 무상 지급할 수 있다면 너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역시 곧바로 시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법안 공포 후 3개월이 지나 시행, 빨라도 초여름인 6월은 되어야 가능합니다. ☞[관련기사]'코로나法' 국회통과했지만...당장은 마스크 못 받는다

'코로나법'으로 불리지만 사실상 코로나 대응과 당장 관련 없는 대표적 조항입니다. 향후 유사한 국가적 감염병에 대비하는 성격이라고 봐야합니다.

2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방역협회의 한 봉사원이 쪽방촌 방역 작업을 기다리며 쉬는시간을 갖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메르스때도 되풀이한 역학조사관 확충…6개월 뒤 시행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감염 원인을 분석하는 이들을 역학조사관이라 부릅니다. '코로나를 쫓은 형사'로도 불리는 역학조사관을 대폭 확충하는 내용도 코로나3법에 담겨있는데요.

현재 '30명 이상을 둔다'고 되어있는 중앙정부 소속 역학조사관 숫자를 '100명 이상으로 두어야한다'고 바꾼 겁니다. 또 중앙정부나 광역단체 소속 역학조사관과 별도로 시·군·구청장에게도 역학조사관을 임명할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법안 공포후 6개월이 지나 시행합니다. 빨라도 9월부터나 가능해 사실상 이번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난 이후에나 가능할 것입니다.

역학조사관은 국가 방역체계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어서 이들을 적극 양성하고 확충하는 문제는 수년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개선 방안으로 나온 대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자고일어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도 또다시 법률 시행까지 6개월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지금도 '30명 이상을 둔다'는 조항에 따라 100명이든 200명이든 얼마든지 늘릴 수는 있지만 문제는 예산과 인식 전환입니다. 법률에 최소인원 기준점을 대폭 높여놓으면 예산심사에서도 그만큼 논의 폭이 한층 넓어지는 것이고, 국가 방역체계의 허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인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된 '의료관련감염' 정의 신설 및 감사체계 근거 마련 조항도 공포 후 6개월입니다.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국민은 준비됐는데 왜 즉시 시행 못하나

일반적으로 법률에는 시행 시기를 담은 부칙이 붙어있습니다. '제O조는 공포 후 O개월이 경과한 날 시행한다'는 방식입니다. 법률을 개정하면서 이러한 경과조항을 두는 이유는 곧바로 시행했을 때의 부작용을 우려해 국민들로 하여금 준비할 시간을 줘야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할 준비가 너무나 충분하고 즉각적인 법률 시행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검역 체계와 물품 지원을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단지 법률 통과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심사과정에서 부칙 조항도 더 치밀하고 적극적으로 논의했어야 합니다.

코로나3법은 지난 26일 정부로 이송됐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남은 절차는 국무회의 상정·의결, 법안 공포입니다.

매주 화요일 국무회의가 열리는 일정을 감안하면 정부는 다음달 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주 후반 관보게재를 통해 '코로나3법'을 공포할 것으로 보입니다.

# '국민은 절실한데'... 국회는 정녕 할 일을 다 했나

지난 26일 본회의를 열어 코로나3법을 처리한 국회는 다시 선거모드로 돌입했습니다. 여전히 이름도 생소한 미래통합당, 민생당 등 여러 정당과 계파가 통합한 신당이 연거푸 만들어졌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각 당은 연일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직선거법의 허점을 파고든 비례위성정당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치열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금 이 순간 생소한 이름의 정당, 공천 결과, 위성정당을 둘러싼 치고받기가 아닌 마스크 1장이 절실하고, 줄어든 손님에 가게 운영을 계속해야할지 걱정하며, 학교에 보낼 수 없는 아이들을 돌봐야할 생각에 막막한 상황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미성년인 자녀가 감염병에 걸리거나 감염병 예방을 이유로 어린이집 등이 휴원하면 근로자에게 유급으로 돌봄 휴가를 주도록 하는 법안(일·가정양립지원법 개정안) ▲12세 이하 아동이 감염병에 감염 또는 감염이 의심(감염될 우려 포함)되는 상황에서 등교 중지 또는 격리된 경우에도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줄 수 있도록 하는 법안(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등 숱한 법안이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정치권은 이 법안들을 끄집어내 빠른 시일안에 심의하고 의결해야합니다.

현행법상 학교(유·초·중·고)는 휴교 가능하지만 학원은 정부당국이 강제로 휴원명령을 내릴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교육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협조요청이나 권고가 최대여서 학교는 휴업하는데 학원은 휴원하지 않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당국이 휴원을 권고한 학원이 어디인지도 상세히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 주 개학이 연기되면서 613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유·초·중·고를 갈 수 없고 특히 초등생이 338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를 보면 이들의 부모들은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적극적인 위생·방역·돌봄 지원 대책을 필요로 합니다.

국회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할일을 더 해야 합니다.

 

*이 기사는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감염병포털 자료를 참고했으며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법제처 등을 직접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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