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시작된 해외 플랜트 실적악화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의 사업 전략이 두 갈래로 나뉘는 양상이다.
현대건설을 위시해 대우건설, 대림산업은 안정에 무게를 두고 보수적으로 사업에 나서며 실속 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다. 반면 삼성물산은 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대형 건설사간 경영전략 방향의 차이는 이번 3분기 실적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 영업이익 : 현대·대우 "안정과 실속"
보수적 사업 전략의 결과는 3분기 수익성 지표에서 차별성이 명확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3분기 206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197억원에 비해 6.2% 줄어든 것이지만 건설업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규모다.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익은 5853억원으로 작년보다 11.8% 증가했다. 이 역시 건설업계 1위다. 회사 측은 "양질의 해외공사 비중이 늘고 원가 절감 노력이 이어져 영업이익도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2011년 초 현대차그룹 편입 후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에 집중하고 그룹으로부터도 마진이 높은 일감을 받아내면서 입지가 탄탄해졌다.
▲ 대형 건설사 3분기 영업이익(단위: 억원, 자료: 각 사) |
대우건설은 3분기 1075억원으로 업계 2위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동기보다도 8.1%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률 개선이 발군이었다. 지난 분기 영업이익률은 5.4%로 올해 목표 4.5%를 크게 상회했다. 대우의 수익성 개선은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다른 건설사들이 진출하지 않은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경쟁력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대림산업 건설부문은 올 3분기 107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작년보다 9.5% 줄어든 것이다. 1~3분기 누적 영업익은 2968억원으로 작년보다 8.1% 감소했다. 이는 현장 원가율이 작년 89.3% 에서 올해 89.8%로 0.5%포인트 늘어난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건설사들이 해외 프로젝트에서 원가관리에 실패해 급격한 실적악화를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전년대비 영업이익 증가는 삼성물산이 가장 뚜렸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원가율 상승으로 부진을 겪은 데 따른 기저효과로 3분기 전년동기보다 143.2% 많은 98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GS건설의 경우 지난 1·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1047억원으로 줄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2분기 영업손실이 GS건설보다 적었지만 3분기 7467억원의 적자를 보며 누적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섰다.
◇ 매출·수주 : 삼성물산, '정연주 효과' 가시화
▲ 대형 건설사 3분기 매출(단위: 억원) |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린 곳 역시 현대건설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분기 3조5249억원의 매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규모를 6.2% 늘렸다. 사우디 마덴 알루미나 제련 공사 등 해외 대형공사가 본격 진행됐고 국내 플랜트 공사 매출도 늘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사업 규모 확대를 보인 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다. 삼성물산(건설) 매출은 3분기 3조3806억원, 1~3분기 9조1507억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67.4%, 49.8% 늘었다. 사업부문별로는 빌딩과 플랜트가 각각 72.5%, 56.4% 늘며 사업 성장의 동력이 됐다. 해외사업 성장률은 98%나 됐다.
사업 규모 확대에 일가견 있는 정연주 부회장이 2010년 취임한 후 CEO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규모에 집중하다보니 수익성은 떨어진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2.9%에 그쳤다. 그러나 4분기 이후에는 수익이 높은 그룹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이어 GS건설이 작년보다 1.2% 늘어난 2조4293억원의 매출로 업계 3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어닝 쇼크 이후 매출은 일단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추세다. 대우건설은 2조66억원의 매출로 작년보다 9.8% 줄었다. 보수적인 사업전략에 따라 규모를 늘리기보다 수익성에 집중한 결과라는 평가다.
지난 8월 신임 사장을 맞은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944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사업규모가 32.1% 급감했다. 대림산업 건설부문 역시 전년동기보다 19.6% 줄어든 1조69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택을 포함한 건축분야 매출이 3213억원으로 한 해 사이 36.9% 줄었고 주력인 플랜트 매출도 1조1228억원으로 14.2% 감소했다.
▲ 대형 건설사 1~3분기 누적 신규수주(단위: 억원) |
신규 수주에서도 삼성물산의 돌격 성향이 두드러졌다. 올 초 6조3000억원 규모의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를 따낸 삼성은 올들어 3분기까지 총 15조7390억원의 일감을 수주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4.3% 늘어난 것으로, 업계에서도 독보적 1위다.
나머지 건설사는 보수적 수주전략에 따라 모두 작년보다 신규 수주가 줄었다. 올초 각 사별로 세운 목표를 채우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3분기까지 수주액은 현대건설 11조8188억원, 대우건설 7조7925억원, GS건설 6조4970억원, 대림산업(건설) 5조3071억원, 삼성엔지니어링 4조9260원 등이다.
▲ 2013년 3분기 실적 종합(자료: 각 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