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서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장기간 천정부지로 뛰던 전셋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만해도 전세가격 상승률(8.0%, 한국감정원)은 물가상승률(1.3%, 통계청)의 6배를 넘었다. 이런 전셋값 상승 부담이 실물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있엇다.
이런 전세가격 상승률이 보합 수준까지 내려섰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전세가격 안정을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어째서일까?
◇ 줄기차게 오르던 수도권 전셋값 보합국면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0.01% 하락하며 2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봄 이사철에 몰렸던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이미 값이 많이 오른 탓에 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였다는 게 감정원 측 설명이다.
부동산114(www.r114.com) 조사에서도 4월 마지막주 서울은 주간 0.03% 상승해 전 주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신도시는 0.01% 하락했고, 수도권은 0.01% 미미하게 올랐다. 국지적인 움직임 속에 이사수요가 줄자 가격이 하향조정됐다.
하지만 이미 올 들어 4월 중순까지 전셋값은 전국 2.35%, 수도권은 3.22%의 누적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전셋값 상승이 멈춰야 올해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 수준(2.5∼3.5%)에 들어온다는 얘기다.
하지만 작년에도 여름부터 미리 전세를 구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앙등한 것을 감안하면 전세가격 상승률의 정체상태가 얼마 가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지난 주 전국적으로 33주만에 보합을 기록했다. 수도권은 0.04% 하락했고, 지방이 0.03%의 상승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는 서울이 5주 연속 0.01% 하락했고 신도시와 수도권은 보합을 나타냈다.
◇ 2년전보다 2억~3억원 오른 곳도..체감지수 '0'
▲ 지역별 주간 전세가격 변동률(자료: 한국감정원) |
전셋값 상승이 멈췄다지만 셋집을 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세상 얘기'다. 전셋값이 안정됐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 많다.
전세 계약기간이 대부분 2년이다보니 재계약을 하려면 이미 2년전 계약했던 전셋값에 20~30%의 전셋값을 얹어줘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전셋값 평균이 3억원을 넘어선 서울의 경우 6000만~9000만원의 목돈을 전세금에 더 얹어야 비슷한 조건의 집을 구할 수 있다.
작년 하반기 전셋값 급등의 진원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일대의 경우 트리지움 전용면적 84.8㎡가 최근 시세를 1000만원 가량 내려 6억2000만~6억3000만원, 59㎡는 5억~5억2000만원선에 전세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내린 값이라고 해도 2년전에 비해서는 2억~3억원이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다행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세 매물 찾는 일이 '사막에서 바늘 찾기'였는데, 지금은 그나마 전세매물이 좀 보인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5~7월 석달간 6730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주변이 시세대비 저렴하게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