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서며 호남지역 대표급 건설사로 급성장한 호반건설이 페이퍼 컴퍼니 형태의 자회사를 통해 오너 자녀 소유 회사에 4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금호 인수 자금을 확보를 위한 또다른 자금축적 방식이라는 분석과 단기간에 사업을 키우고 있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이를 통해 일찌감치 자녀에게 승계 비용을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입찰용 시행사서 차남 회사에 거액 배당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 관계사인 호반티에스는 지난해 티에스주택, 티에스개발, 티에스건설, 티에스리빙 등 4개 계열사로부터 총 38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호반티에스는 김 회장의 차남 민성씨가 지분 90%를 가진 회사다. (나머지 10%는 호반베르디움(장녀 윤혜씨 31%, 차남 민성씨 21%) 소유)
배당금 지급 규모는 ▲티에스주택 140억원 ▲티에스개발 90억원 ▲티에스건설 90억원 ▲티에스리빙 65억원 등이다.
이들 회사를 비롯한 호반건설의 계열사 상당수는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로, 임직원들도 호반건설 출신이거나 겸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자회사는 추첨 방식의 택지지구 아파트 용지 입찰에 다수의 관계사를 참여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이른바 '벌떼 입찰' 전략에 따라 세워진 것이다.
티에스주택의 경우 세종시 1-1생활권 M4블록·L8블록, 1-3생활권 L2블록 등의 시행을 맡았으며, 티에스건설과 티에스개발은 세종시 1-2생활권 L2블록, 1-4생활권 M6블록의 시행을 각각 맡았다. 티에스리빙은 전북 혁신도시 C7블록를 낙찰 받아 시행했다.
이 같은 방식은 호반건설을 비롯해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중흥건설과 우남건설, 우미건설 등 대부분 중견사들이 활용하고 있다. 관계사가 낙찰을 받으면 모회사가 자금을 대고 시공을 맡아 주택사업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대형 건설사들은 서류상 회사 설립에 제한이 있어 입찰 경쟁에서 역차별을 당한다는 지적도 줄곧 제기돼 왔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 385억원 배당금 용도는?
이번에 배당금을 받은 호반티에스의 경우 이 같은 '벌떼 입찰용' 계열사들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위치다. 특이한 점은 이 회사가 차남 민성씨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사업은 모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시행은 계열사들이 맡으면서 시행사의 순이익이 호반티에스를 통해 김 회장 차남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된다.
업계에서는 이 배당금이 결국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실탄으로 쓰일 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남 민성씨가 아직 20대이고, 김 회장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호반건설과 관계사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가족경영 형태이기 때문에 결국 김 회장 돈이나 마찬가지란 것이다.
다른 시각은 재무통 출신의 꼼꼼한 성격을 바탕으로 자수성가한 김 회장이 자녀들에게 사업 승계 밑천을 미리 챙겨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김 회장이 아직 50대임에도 세자녀에게 계열사 지분을 나눠 주고 거액 배당을 하는 것은 일찌감치 승계 비용을 마련해 주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