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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의 '창' vs 박삼구의 '방패'

  • 2015.04.07(화) 14:10

김상열 호반 회장 "체력 충분"
박삼구 금호 회장 "순리대로"

금호산업 인수전이 사실상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력한 인수후보는 호남지역 신흥세력인 김상열 회장의 호반건설과 그룹의 재건을 꿈꾸는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인수전에 사모펀드들도 이름을 올렸지만 이와 손잡은 대기업 전략적 투자자(SI)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투자금융(IB) 업계는 금호산업의 매각금액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열 회장은 "단독 인수 체력이 충분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자금력 면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박삼구 회장은 "순리대로 될 것"이라며 말을 아낀다. 다만 그룹 내부 임원진에는 "자금 확보에 지장이 없다"는 언질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산업 인수전에는 호반건설 외에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IBK투자증권-케이스톤컨소시엄 ▲자베즈파트너스 등이 참여 중이다. 인수후보들은 오는 10일까지 실사를 마친 뒤 28일까지 입찰가를 제시해야 한다. 박삼구 회장은 이렇게 선정될 우선협상대상자의 입찰가에 금호산업을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

 

◇ 김상열의 자금력

 

금호산업 인수전이 주목 받는 이유는 이 회사가 2대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지분 30.1%)라는 데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과 금호사옥·금호리조트 등을 지배하고 있기도 하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거머쥐는 구조다.

 

주택사업에만 주력해왔던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에 인수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항공을 또 한 축으로 삼아 업역을 확대해 사업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의 김상열 회장 역시 지난달 25일 "전문경영인이 구체적으로 검토해 봐야겠지만 건설업과 항공업이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이 토목이나 공항 건축 등 호반과 다른 사업분야에 강점을 가진 건설사이긴 해도 건설업 확대만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는 크지 않다.

 

호반건설은 특히 자금력 면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FI(재무적투자자)나 SI(전략적 투자자) 없이 단독으로 참여한다"며 "인수가격이 1조원이어도 자금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호반의 자금력은 금호산업 주식 투자를 통해 얻은 300억원대 차익의 용처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김 회장은 "이 차익금을 모두 대학과 문화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힌 뒤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정도 돈이 없어도 인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전략이다.

 

호반건설은 작년에도 매출 9751억원에 영업이익 547억원, 순이익 1183억원의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이에 따라 작년말 기준 사내유보금은 자본잉여금 4011억원, 이익잉여금 7067억원 등 총 1조1078원까지 늘었다. 재작년말에는 1조원에 조금 못 미쳤다.

 

호반은 당장의 투자여력으로 볼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재작년말 344억원에서 작년말 2326억원으로 끌어올려놓은 상태다. 현금화 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과 단기매매증권, 매도가능증권 등을 합치면 4054억원에 이른다.

 

금호산업 매각 주체인 채권단을 구성하고 있는 금융권과의 신뢰 관계도 호반의 무기다. 신용등급도 'A-'(한신평)로 높아 부실 우려가 적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할 때 금융기관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 박삼구의 우선매수청구권

 

하지만 호반건설이나 다른 인수 희망자가 금호산업에 제아무리 높은 가격을 써낸다고 해도,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 가격을 받아들인다면 인수는 실패로 돌아간다. 박 회장이 가진 '우선권'의 힘이다. 다시 말하자면 입찰가가 낮을수록 박 회장에겐 유리한 구도다.

 

박 회장의 가용 현금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채권단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체 자금력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금융권은 추정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11년 11월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보유 중이던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전량을 매도해 409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세금을 제외한 3500억원 중 대부분을 금호산업(2200억원)과 금호타이어(1300억원) 유상증자 자금으로 썼다.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7.99%도 전량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어 유동화가 어렵다.

 

 

게다가 박 회장이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금호산업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항공법 상 국적 항공사는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경우, 외국인이 등기이사로 참여하는 등 사실상 외국인에게 경영권이 있는 경우 등을 면허 박탈 조건으로 두고 있다. 채권단 역시 최근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제한요건을 담은 본입찰 안내서를 인수후보들에게 발송했다.

 

하지만 박 회장이 국내에서 대기업이나 연기금, 사모펀드 등을 재무적투자자(FI)나 컨소시엄 형태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군인공제회, 대상그룹 등이 박 회장 우호세력으로 꼽힌다.

 

군인공제회는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지분 70%를 매입했다가 2년 뒤 박 회장에게 32.14%를 되판 우호적 투자자다. 대상그룹은 총수인 임창욱 명예회장(부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박 회장의 매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박 회장이 다른 인수 희망자들이 제시한 금호산업 매입가격만큼의 인수자금을 모을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며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는 호반 김 회장 역시 본입찰에서 박 회장이 따라오지 못할 가격을 써내야 한다는 점에서 입찰가 책정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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