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보는 스마트한 눈' 비즈니스워치가 SBS CNBC '백브리핑 시시각각' 프로그램을 통해 각계 최고경영자(CEO)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번 회에는 중견 주택건설사 오너에서 금호산업 인수전을 배경으로 재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얘기를 전합니다. 본 기사는 콘텐츠 제휴를 통해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와 SBS CNBC 방송 공동으로 제공됩니다.[편집자]
<앵커>
인수합병, M&A 만큼 기업활동에서 역동적인 게 없죠.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가격을 얼마를 써내느냐지만 그 직전까지 인수전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M&A 매물은 금호산업인데요. 이 인수전에 발을 담근 호반건설의 김상열 회장만큼 톡톡한 부대효과를 누리고 있는 사람도 드물 듯합니다.
온라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워치> 윤도진 기자와 함께 금호산업 인수전을 통해 지방의 중견건설사 오너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재계의 풍운아로까지 떠오른 과정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
<앵커1>
윤 기자. (네) 김상열 호반 회장, 존재감 없던 지방 중견 주택건설사 오너가 몇 달만에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거물급 기업인으로 변신했는데요.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재계에서 '김상열'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죠?
<기자1>
네. 호반건설은 주택업계에서 최근 수 년간 양호한 분양 성적을 거둔 중견 건설사 중 하나였습니다. 김 회장도 세간의 관심 받을 일이 적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과시욕이 없는 성격 때문에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았고요.
하지만 김 회장과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유력 인수후보로 떠오르면서 얘기는 달라졌습니다. 인수 의지를 드러내지 않던 초기와는 달리 최근 들어서는 가격, 자금력까지 직접 거론하는 방식으로 금호산업 인수 의지를 보이며 자타공인 호남 재계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앵커2>
건설업계 밖에서까지 김 회장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1월 중순부터죠?
<기자2>
그렇습니다. 포털 검색빈도 통계 서비스인 '네이버 트렌드'를 보면 '김상열'의 검색 빈도는 매각 추진중인 금호산업 주식을 호반건설이 5% 넘게 매입한 것이 드러난 11월 중순부터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당시만 해도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매입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설명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남는 돈을 싼 주식에 투자한 것일 뿐이니 괜한 오해나 확대해석은 하지 말아달라"고 해왔죠.
하지만 호남지역을 대표해온 금호산업을 동향(同鄕)의 신흥 세력인 호반건설이 인수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대세로 떠올랐는데요. 왜냐면 금호산업은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등 수년째 경영난을 겪어온 반면 호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세를 급속하게 확대해 왔기 때문입니다.
▲ '김상열' 검색횟수를 주간으로 합산해 조회 기간 내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나타낸 그래프(자료: 네이버 트렌드) |
<앵커3>
생각해 보면 당시 호반건설의 금호 지분 매입 의도에 대해서 시장에서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는데요. 김 회장이 매물로 시장에 나올 금호를 인수하려는 것인지, 그룹 재건을 생각하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호반의 공식 입장처럼 주식투자로 차익만 따내려는 것인지 해석이 분분했죠.
<기자3>
맞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과 호반은 입을 꾹 다물었고, 오히려 이런 '묵비권' 전략이 오히려 세간의 관심을 끌어오는 마중물이 됐습니다.
호반의 금호산업 지분 인수가 '5% 룰'에 따라 공개되고, 지분율을 1%포인트 가량 늘린 뒤 다시 처분하는 2~3개월 사이 금호산업 주가는 출렁거렸고요. 자연스럽게 김 회장과 호반은 금호산업의 유력 인수후보로 인식됐습니다.
올해 초 호반이 채권단에 금호산업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부터 호반의 행보는 더욱 공개적, 공격적으로 변했는데요.
특히 김 회장은 호남지역 기업인을 대표하는 자리인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출마해 지난 3월 새 회장으로 당선된 뒤 더욱 적극적으로 금호산업 인수 의지를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앵커4>
최근에 김 회장이 "금호 인수전에 끝까지 임하겠다. 체력도 충분하다"고 얘기한 것을 보면 당초 금호 주식을 살 때부터 이런 포석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인수 성패를 떠나서 호반건설과 김 회장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대단히 효과적으로 이름을 알린 기회가 됐네요.
<기자4>
네 다소 결과론적이지만 애초 금호산업 지분 5% 안팎을 매입했다가 되판 것도 치밀한 노림수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 지분 인수 당시 속내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시장에는 가능성 있는 인수 후보라는 신호를 줬고요. 이를 되팔아 거둔 300억원대 차익을 통해서도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반은 금호산업 주식매매 차익을 통해 올해에만 60억원 넘는 돈을 풀고 있는데요. 사회공헌으로 인수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재계와 지역사회의 민심을 얻는 동시에, 이 정도 돈이 없어도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전략이라는 게 업계 해석입니다.
<앵커5>
그렇군요.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호반이 최종적으로 금호를 인수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금호를 넘볼 호남지역 수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따낸 셈인데요.
인수전 주판알을 튕기면서 회사와 CEO(최고경영자) 마케팅에 대한 부분까지 처음부터 기획한 것이라면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케이스인 듯하네요. 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