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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vs엘리엇' 공방...관전포인트 5가지

  • 2015.06.16(화) 10:35

① '합병비율' 문제 없나
② 주가, 빠졌나? 떨어뜨렸나
③ 가처분소송, 누구 손 들어줄까
④ 해외 여론 향방은
⑤ 주총 위임장 확보는

삼성물산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대결이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엘리엇은 이번 주 지금까지 법원에 낸 가처분 소송에서 대응논리를 제시하며 주주들의 표심을 잡고 합병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달 17일로 계획된 주주총회에서 합병 무산을 시도한 뒤 여의치 않을 경우 각종 본안 소송과 주주제안 등을 통해 삼성을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삼성 입장에서는 엘리엇이 지적하고 있는 다양한 사안에 대해 상대보다 많은 주주들의 지지를 필요로 하게 된 상황이다. 내달 주총 전까지 관전 포인트를 하나하나 짚어봤다.

 

 

① '합병비율' 문제 없나?

 

엘리엇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합병비율'이다. 자신이 보유한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매겨졌다는 게 이유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지난달 26일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1대 0.35다.

 

엘리엇은 주가와는 별개로 순자산으로 따지면 삼성물산은 13조4000억원, 제일모직은 4조70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비율이 합병비율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율대로 합병안을 추진하면 삼성물산 자산 약 7조8500억원이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무상 이전된다는 게 엘리엇 주장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대 1.5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이를 근거로 합병 발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삼성물산 측에 합병 반대의사를 밝혔고, 9일에는 합병 승인에 대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이어 11일에는 KCC에 대한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을 잇달아 제기한 상태다.

  

▲ 엘리엇이 주장하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전 및 합병 후 순자산 변동(자료: 엘리엇매니지먼트)

 

② 주가, 빠졌나? 떨어뜨렸나?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최악인 시점을 합병 시기로 잡은 것은 '의도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삼성물산은 최근 주력인 건설사업에서의 보수적인 수주 영업과 인원 감축 등으로 덩치를 줄이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 호조에도 불구하고 '래미안'으로 대표되는 주택사업에도 매우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이런 요인이 작용하면서 삼성물산의 주가는 합병 전까지 하락세를 거듭해 왔다. 올 초 주택시장 신규분양 활황으로 다른 건설사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과 반대 흐름이다. 삼성물산 출신인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물산 주가가 방임 상태로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 에버랜드는 제일모직과 합병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키워왔다. 합병이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석할 여지를 주는 부분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보를 위한 스케줄에 맞춰 합병전 해당 계열사 주가가 관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씻어내야 한다.

 

③ 가처분소송, 누구 손 들어줄까?

 

엘리엇과 삼성물산은 이주부터 본격적인 법리싸움을 시작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9일 엘리엇의 가처분 소송에 대한 1차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엘리엇은 중견로펌 넥서스를, 삼성물산은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종전 판례 등을 볼 때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재계와 법조계 의견이다. 국내 자본시장법에서 시세(주가)를 시장에서 형성된 공정 가격으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합병비율 산정의 부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각을 인정한 사례(SK 소버린 사태 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처분 결과는 합병결의 무효 등 본안 소송으로 가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툼이 해외로 갈 경우에는 예측이 어려워진다. 엘리엇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의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카드를 꺼낼 경우다. 해외에서는 엘리엇의 주장처럼 순자산가치가 합병비율 산정의 주요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④ 해외 여론 향방은?

 

엘리엇이 이처럼 인용 가능성이 낮은 가처분 카드를 먼저 꺼내든 이유는 따로 있다. 이는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대결 구도를 보도하는 해외 언론들의 반응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엘리엇이 삼성의 심장을 겨눈 전쟁을 시작했다(Elliott Launches Battle for the Heart of Samsung)"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씨 일가(Lee Family)' '삼성제국(Samsung empire)'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적은 지분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삼성그룹의 특수성을 짚었다.

 

같은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엘리엇의 삼성 비판 속엔 재벌 이슈가 숨어있다(Chaebol issues lurk at heart of Elliott’s criticism of Samsung)"는 제목의 해설기사도 냈다. 합병비율을 근거로 삼성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엘리엇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가처분 소송 제기는 법정에서의 효력보다는 위임장 대결 등을 앞둔 상황에서 법정 밖에서 시선을 모으려는 액션으로서 의미가 더 강하다"며 "다만 다른 주주들의 동조를 이끌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같은 명분보다 수익을 더 낼 수 있다는 유인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⑤ 주총 위임장 확보는?

 

내달 17일 열릴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하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전체 발행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삼성물산의 경우 기존 보유주식과 KCC로 넘긴 자사주 등을 더하면 현재까지 약 20%의 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상황이다.

 

삼성물산 지분 9.92%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의 선택이 관건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 베스트는 지난 10일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합병 반대'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연금으로서는 합병안 부결시 당장 수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주주명부 폐쇄일까지 7.12%의 지분을 확보한 엘리엇은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위한 세 결집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합병반대 매수청구가격이 현 주가보다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엘리엇이 이를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 엘리엇의 합병 반대 주장에 동조하는 주주들이 얼마나 될 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20%를 넘어가면 부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엘리엇을 포함한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34%나 되는 점과 해외 유력 매체들이 삼성 지배구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이 우세하다고 단언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보유주 주총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를 설득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합병에 부정적 의견이 나올 경우 삼성으로서 표결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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