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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D-1..주가는 올랐는데

  • 2015.07.16(목) 17:57

소액주주 표심이 관건
주가는 합병 기대감으로 상승

한 기업의 주주총회가 이렇게 세간의 관심을 끈 적이 있을까?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하는 삼성물산의 주주총회가 오는 17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다.

 

안건은 3개지만 이목은 첫번째 안건인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안에 집중된다. 나머지 2개는 이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안한 '현물배당 추가'안과 '주총 결의로도 중간배당을 하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이다. 주총에서는 각각의 안건이 순서에 따라 주주의 의사진행발언과 표결, 그리고 개표순으로 다뤄진다.

 

합병안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합병을 추진하는 삼성이나 이에 반대하는 엘리엇 모두 장담하지 못한다. 상법상 합병을 이루려면 반대의 2배에 해당하는 찬성 의결권을 얻어야 한다. 박빙의 백중세 속에서 막판까지 위임장 확보 전쟁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 외국인 반대 얼마나 거셀까

 

총 33.53%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은 합병 성사에 부정적이다. 이번 이슈를 조명하는 해외 언론들은 1대 0.35로 정해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불합리한 것이고, 이것이 한국 기업의 비정상적 지배구조에 기인한 것이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엘리엇의 폴 싱어 회장은 15일(현지시간) CNBC 등이 뉴욕에서 주최한 콘퍼런스의 대담을 통해 "이번 주총은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며 "한국인들에게도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반대를 주도하는 엘리엇(7.12%)을 비롯해 비슷한 성향인 메이슨캐피탈도 반대 표결이 유력하고, 일부 연기금 운용 해외 투자기관들도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이미 반대 입장을 드러낸 외국인을 제외하고 외국인 투자자 중 70%가 의결권 행사에 참여하고 그 중 적어도 70%가 반대에 투표한다고 할 경우 외국 투자자에서 나오는 반대 지분은 21.59%다.

 

삼성 등 한국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외국 투자자들이 반대 쪽에 더 결집했을 가능성도 있다. 찬반이 불투명한 외국인 중 80%가 의결권을 행사하고 그 중 80%가 반대 표결할 것을 가정하면 외국인 반대 비율은 25.10%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삼성이 외국인 반대를 막는 데만 50.20%의 찬성이 필요한 셈이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소액주주 얼마나 모았나

 

하지만 삼성이 이만큼의 찬성 지분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찬성 쪽은 삼성 특수관계인 13.92%와 '백기사' KCC의 5.96% 등 19.88%. 여기에 찬성 표결이 유력한 국민연금(11.21%)과 국내 기관투자자(국민연금 제외 11.05%)중 절대다수(90% 가정 시 9.95%)를 합치면 41.04%가 된다. 외국인 찬성 지분을 3.75%(80% 참여 20% 찬성)로 추정하면 찬성표는 44.79%가 된다.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외국인이 주총 참석 80%, 반대 투표 80% 수준으로 반대 쪽에서 세를 불렸다면, 삼성물산은 5.4%의 찬성지분을 더 모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현재까지 삼성물산 임직원들의 주주 '맨투맨' 접촉과 광고 등을 통해 위임장을 확보한 지분은 7~8%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일단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나오는 반대표는 막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반대표가 일정 수준 이상 나온다면 합병이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만일 국내 소액주주 지분 가운데 인터넷카페 '소액주주연대' 등을 통해 반대표가 1% 나오는 상황이라면, 삼성은 그 두 배에 해당하는 2% 이상의 찬성표를 추가로 확보해야 합병을 가결시킬 수 있다.

 

◇ 합병 기대감에 주가 올라

 

주총 전날인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각각 19만4000원, 6만93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대비 제일모직은 5.72%, 삼성물산은 3.43% 오른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두 회사의 주가상승에 대해 "합병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이 이번 합병안에 대해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비롯해 다수의 주주들을 끌어들여 합병을 가결시킬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주가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또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낸 가처분 항고를 법원이 이날 모두 기각한 것도 합병 성사쪽 기대감을 키운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종가로 비교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 비율은 1대 0.357216495로 합병 비율에 거의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주가비율이 합병비율에 수렴하는 것을 주주들이 합병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삼성물산 주식 1주당 제일모직 0.35주를 배정받게 되는데, 삼성물산의 주가가 제일모직 주가의 35%를 넘으면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보고, 35% 미만일 경우에는 제일모직 주주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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