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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에 첫 메스..'분양과열'만 도려낼까

  • 2016.06.28(화) 17:06

중도금 대출 제한..'수요제어' 모드로
강남 재건축 등 과열 양상 진정 기대
브렉시트 겹쳐 전체시장 냉각 우려도

정부가 내달 1일부터 중도금 대출보증을 1인당 2건, 최대 3억(지방)·6억(수도권)원,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대상으로 제한키로 했다. 대출보증에 종전에 없던 제한이 생기면 보증을 발급받지 못해 중도금 대출 금리가 올라가거나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신규주택 분양시장에 '수요 진작책'만 내놨던 박근혜 정부가 처음으로 꺼내든 '수요 제어용' 카드다.
 
이 같은 조치는 시장 호조를 틈타 분양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강남 재건축이나 투자수요 비중이 높아진 일부 분양시장의 과열현상을 정밀 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국내외 이슈를 감안하면 자칫 주택시장 전반을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투기판 분양시장에 제어, 필요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분양시장 과열에 칼을 빼든 것에 대해서는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부쩍 단기 투자족이 늘고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횡행하는데다 가계부채도 급증해서다. 시장분위기가 돌변하면 입주 때 중도금을 갚지 못하거나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연구개발실 부연구위원은 "매매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분양시장만 뜨겁게 달아오른 배경에는 집단대출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즉 이번 조치로 "분양대금에 대한 자금 부담 없었기 때문에 팽창했던 투자수요를 어느정도 차단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게 할 단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달 초 분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루체하임'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 이 단지 바로 옆에서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힐스테이트 아너힐즈'는 3.3㎡당 분양가 4400만원 대로 사상 최고가가 될 전망이다.(사진: 삼성물산)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중도금 제한은 실수요자만 분양시장에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브렉시트 이슈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도 조치를 강행한 것을 보면 분양시장 과열을 가라앉히는 게 더 급선무라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서초·송파나 과천,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구 등에 먼저 영향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양시장에 몰려드는 유동성을 축소해 청약이나 분양권 전매 열기, 고분양가 등을 제어하는 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과열 조짐에 적절한 대응책"이라고 평가하면서 "자금동원력이 있는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시장이 재편되면 전반적으로 청약경쟁률이나 계약률은 낮아지고, 분양가격도 적정수준에서 정해지는 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가계부채도 줄겠지만 시장 얼어붙을라"
 
가계부채 건전성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예상됐다. 이준용 위원은 "무분별한 집단대출이 줄어들면서 가계부채 건전성도 제고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실수요자들도 여분의 보유자금을 신규 주택 구입 자금으로 투입하고 모자란 부분만 대출받게 되면 저금리가 유발한 과잉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단타성 투자차익을 노리고 대출받는 사람들이 차지하는 집단대출이 줄면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위례신도시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에서 방문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 대우건설)

 
다만 강남권 등 과열된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을 넘어서 분양시장 전반이나 이미 정체 상태인 기존주택 매매시장에까지 냉기류를 불러오는 것 아닐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브렉시트나 조선업 등 산업 구조조정과 같은 내외부 변수로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때가 좋지 않은 듯하다"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도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조치를 동시에 내놓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정부 목표대로 일부 시장의 과열을 차단하는 데에만 효과를 발휘하면 다행이겠지만 시장 전반이 침체되거나 오히려 이미 열기가 꺼진 곳의 분위기만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며 "여름 분양 비수기와 맞물려 어떻게 시장 분위기가 바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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