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가 분양사업을 할 때 주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이 실제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로 주택시장에 대한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한 시장 위축이 오히려 가계 신용 위험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다시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18일 주택산업연구원과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이 공동 주최한 '주택금융규제 긴급진단 세미나'에서 "집단대출은 그 규모나 성격을 볼 때 가계부채 건전성과는 큰 연관성이 없다"며 "오히려 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주택금융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가계부채의 증가는 부동산시장 영향 뿐만 아니라 저금리, 금융사의 경영형태, 금융정책 및 사회경제적 요인, 전세의 월세전환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며 "중도금·이주비·잔금 등 집단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도 성격이 다른 데다 분양보증이 있어 리스크가 적다"고 설명했다.
가계신용 중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7%(130조1000억원)에 불과하고 또 연체율도 0.29%로 가계신용 전체연체율(0.42%)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면서까지 위험을 관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정부의 가계 건전성 관리는 부채 외에도 소득·자산·지출을 모두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바람직하지만 최근 규제는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에 집중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밀집지역 일대 부동산 /이명근 기자 qwe123@ |
고성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계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 "금융규제가 주택시장 위축을 부르게 되면 특히 하위소득계층, 한계 가구에 대한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9번째로 높고 증가속도도 빠른 편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가계부채의 50%를 밑돌고, 연체율도 기업대출의 5분의 1수준에 그치는 것을 보면 그 위험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계부채 관련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주택금융규제 강화로 인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주택수요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그 영향은 소득 하위 한계가구에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가계부채문제는 경기부양이나 가구의 소득증대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금융규제강화로 가산금리가 높아지면서 중도금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주택 수요자들에게까지 피해 전이가 우려된다"며 "보완책으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중도금 집단대출 지원,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의 2금융권 확대, 펀드를 활용한 집단대출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