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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대출 제한은 편의적 규제" 건설업계 성토

  • 2017.04.18(화) 19:09

주택시장 전문가도 "인위적 규제가 양극화 키워"
금융권서는 "좋은 흐름 끌고가기 위한 선제조치"

"건설사들이 리먼 사태 이후 엄청난 수업료 지불하면서 배운 게 있다. 미분양 내면서도 앞만 보고 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근시안을 벗어나 거시적으로 시장 파악하면서 사업을 한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억지 중도금 대출 규제에 막혀 사업이 위태로워지니 기가 차는 노릇이다." - 이기동 대림산업 주택사업실장(상무)

 

"과거와 달리 공급되는 아파트의 대부분이 중소형이란 것을 봐도 주택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규제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주택가격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데 오히려 당국이 너무 편의적으로 규제를 가한 것이 시장의 목을 조르고 있다." - 고문철 양우건설 대표이사

 

아파트 계약자들에게 중도금 집단대출을 주선하기 어려워진 건설업계가 정부의 금융 규제 실태를 집중 성토했다. 실체없이 은행권에 구두지도로 이뤄지는 중도금 대출 제한이 주택시장을 과하게 위축시킨다는 게 불만의 핵심이다. 금융규제가 시장 전반에 일괄적으로 영향을 미치다보니 지역 격차, 수요자 계층 격차 등 시장의 '양극화'를 키운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나왔다.

 

18일 서울 남대문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금융규제 긴급진단 세미나'에서 건설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토론자들은 "인위적인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킨다"며 규제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세미나는 주택산업연구원과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주최했다.

 

이기동 대림산업 상무는 "토론이 아니라 '토로'를 하려고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은행과 중도금 협의가 되지 않아 사업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예전에는 집단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없었는데 재작년부터 규제가 시작되더니 최근에는 사전 협의조차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 상무는 "자신 있게 내놓은 분양단지도 규제 때문에 예기치 않게 계약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길 수 있다"며 "미분양 단지를 책임준공하려고 끌고 가다보면 건설사는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적 물적 자원 활용과 시장 수요 등을 민감하게 파악하면서 사업을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있는데 금융규제가 이런 기업적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규제를 통한 수요 위축이 오히려 향후 특정 시점에 시장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고 봤다. 이 상무는 "금융규제로 건설사들의 공급이 줄어들면 오히려 대기수요가 쌓이고 이게 한꺼번에 터지면 주택가격이 급상승하는 시장 불안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 주택업체인 양우건설의 고문철 대표이사는 "금융당국이 건설업계의 목을 조이는 편의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금융권에서는 주택가격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로 규제를 가하는데 서울이나 대도시는 이주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에 당장 그럴 염려는 없다고 본다"며 "중도금 일부를 계약자가 자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과도한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주택시장 및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근 주택시장 금융규제가 과하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당국이 의도한 것은 아닐 수 있겠지만 최근 시장에서 나타나는 중도금 관련 규제의 문제점들은 심각하다"며 "대출이 왜 안되는지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률적인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소득 자산가들은 대출 규제에 영향을 적게 받지만 서민들은 대출 가부에 따라 수요자로서 판단이 크게 달라진다"며 "실수요자 위주 분양계약자들의 내 집 마련을 부담을 키우고, 지역적으로도 정비사업 진행 등에 격차를 키우는 등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규현 한국주택학회 수석부회장(한양사이버대 교수)은 "집단대출은 선분양제 특유의 개발금융 성격이 있어 가계부채로만 치부할 수 없다"며 "가계부채가 늘어난 근본원인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줄이겠다고 억제하는 방식의 정책은 더 큰 부실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권 참석자들은 다른 시각을 보였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센터장은 "시장은 사이클이 있는데 정부 정책은 어떻게 하면 좋은 흐름을 길게 끌고가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며 "금융 규제는 시장에 위해(데미지)를 가하자는 게 아니라 지금 리스크를 조금 줄이면 더욱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선제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상도 우리은행 부동산금융부장은 "리먼사태 이후 주택공급이 위축되기도 했지만 2013년 이후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사업 때문에 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며 공급과잉 우려에 따른 금융권의 규제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다만 당장 실수요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면 이에 대한 금융권 지원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가계대출 규제가 오히려 소득하위계층이나 한계가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한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융규제는 아이와 어른이 섞여 있는 수영장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다"며 지역별, 계층별 편차가 없는 일괄적 규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집단대출 규제 관련 주제발표를 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주택공급, 도시재생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집단대출의 속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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