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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 리셋]④'개혁'하려면 '안정'부터

  • 2017.05.08(월) 14:18

학계·업계·시민단체 전문가 제언
"금융규제도, 세제개편도 차분해야"
도시재생 '기대'..재원 확보는 숙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과 조기 대선을 앞둔 2017년 현재 주택시장의 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침체일로에서 과열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어느 때보다 고저차가 컸다. 4년여 전에는 '시장 활성화'가 지상과제로 여겨졌지만 가계부채 우려가 커진 요즘은 '안정 유지'가 숙제다. 박근혜 정부 시기 주택시장 흐름과 정책 변화를 짚어보고 19대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토대로 향후 정책 방향을 관측해 본다.[편집자]

 

오는 9일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은 새 정부를 맞으며 작지 않은 폭의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들이 많은 상태에서 정책 변수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와 학계 및 시민사회 전문가들은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놓은 주거복지와 제도개편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시장 안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장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금융 규제 수위다. 박근혜 정부 초기 부양 기조 속에서 불어난 가계부채는 집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정책적 제어를 받기 시작됐다. 다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새 정부에서 금융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면서 그 과정에서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봤다.

 

 

◇ '금융 규제 강화' 수위는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부동산 대출 규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 분양 뒤 이뤄지는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도금 금리 인상 등 공급 측면의 금융비용 부담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도 "금리 인상 움직임과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고려해 부동산 여신 기준이 당분간 강화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에서 금융 규제 및 금리 인상 변수가 더 확대되며면 부동산 수요가 위축돼 시장 조정 속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급격한 조정은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함 센터장은 "만약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입주물량 증가가 겹치면 한계 차주(빚에 몰린 집주인)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이들의 주택을 매입해 도심 위주의 공공임대 주택으로 활용하면 한계 차주의 디레버리징(빚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돕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주택시장 안정을 유지하려면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들에게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하고, 도심을 중심으로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투 트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저리대출과 생애최초구입자에 대한 지원은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세제 개편도 '안정 우선'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보유세를 증세하고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대선 중 정치권 움직임에 대해서도 시장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경영금융연구실장은 "보유세가 강화 된다면 주택 수요가 감소해 경기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요즘처럼 공급과잉, 금리 인상으로 주택경기가 불안할 때 다룰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국민 자산의 70%가 쏠려있는 부동산 시장에 무리한 보유세 인상을 시도하면 경기 충격이 클 수 있다"며 "큰 틀에서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수준에서 실효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되, 거래와 관련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완화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후보의 전월세 상한제 공약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즉각 도입해야 한다"며 환영했지만 대체로 부작용을 감안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홍일 실장은 "임대료 재계약시 상한을 두는 것은 기존 세입자에게는 득이 되지만 신규 세입자에게 독이 되는 제도가 될 수있다"며 "양질의 민간 임대 공급이 축소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세입자 주거 안정과 집주인 재산권 행사중 어느 것이 우선이냐는 문제가 상당한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일단 주택 임대소득세 강화 로드맵에 맞춰 월세소득공제 확대와 근본적인 공공임대주택 확보를 시행한 후 임대료 규제책을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 '도시재생' 재원부터 챙겨야

 

▲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채 추이(자료: 건설산업연구원)

 

후보들의 공약에서 산업적 투자를 기대할 수 있는 쪽은 도시재생이 유일했다. 이상영 교수는 "전반적인 주택과 도시인프라 노후화가 진행돼 있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도시재생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개인과 공공이 얽혀있는 낡은 도시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비사업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홍일 실장은 "복지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도시재생 사업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공을 중심으로 연 10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무리없이 마련하고, 정부 주도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은 숙제로 꼽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정부 재정 2조원, 주택도시기금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 등에서 연 8조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냈는데 공기업 재정 부담이 너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실장은 "사업 초기 활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공적연기금 활용 투융자나 메자닌금융 등 새로운 도시재생금융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며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생활 밀착형 인프라가 선진국 수준으로 공급되는데도 초점을 맞추고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정부에서는 부동산으로 인해 사회 불평등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 국책사업감시팀장은 "우리 사회는 부동산 소유 여부에 따라 과도한 불로소득과 주거비 부담이 엇갈린다"며 "새 정부에서는 실수요자를 위한 후분양제 도입, 주택가격 투명성 강화, 토지임대부 공공주택 확충 등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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