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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 리셋]③흐릿해진 '보유세 인상'

  • 2017.05.02(화) 09:11

부동층 잡으려는 '文·安' 공약 공식화 안해
유 '증세', 洪 '감세', 沈 "공시가격 현실화" 대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과 조기 대선을 앞둔 2017년 현재 주택시장의 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침체일로에서 과열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어느 때보다 고저차가 컸다. 4년여 전에는 '시장 활성화'가 지상과제로 여겨졌지만 가계부채 우려가 커진 요즘은 '안정 유지'가 숙제다. 박근혜 정부 시기 주택시장 흐름과 정책 변화를 짚어보고 19대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토대로 향후 정책 방향을 관측해 본다.[편집자]

 

19대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대부분 주거복지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시장을 보는 방향도 '부양'보다는 '안정' 유지쪽에 기울어 있다. 대선 레이스 초기였던 2~3월까지만 해도 보유세 인상이나 금융규제 강화로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의지를 보이는 후보들이 적지 않았다. 작년말 서울 강남권 재건축과 분양시장 일부를 중심으로 주택 경기가 과열됐던 상황 탓이다.

 

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유력 후보들은 보유세 인상을 공약으로 공식화하기를 포기했다. 주택 매수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민감한 정책이다 보니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잡는데 부정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문재인도, 안철수도 "지금은 시장 안정"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공약집의 '조세정의' 부분에 ▲국민성장을 위한 공정·형평 과세방안 마련 ▲조세 재정 개혁을 위한 특별기구 설치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 ▲자산소득 과세강화 ▲재벌 대기업에 대한 과세 정상화 ▲탈루소득 과세 강화 ▲중산층·서민·자영업자 세제 지원 ▲국세행정 투명화 등을 담았다.

 

당내 경선 때만 해도 공약에 담길 것으로 관측했던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 부분은 공약으로 공식화하지 않았다. 자산소득 과세강화 항목에서도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 및 상속·증여 신고세액 공제 축소만 넣었다. 앞서 더민주는 우리나라 보유세수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0.7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09%)보다 낮다며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문 후보는 2012년 대선 때 보유세 인상을 공약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지만 시장 안정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섰다. 하반기로 갈수록 주택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등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자 보유세 인상을 공약에 명문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보유세 인상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초반만 해도 '주택 관련 세제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신중 모드'다. TV토론에서도 "재정 효율화와 실효세율의 정상화를 거쳐 국민적인 공감대를 토대로 증세하겠다"고만 하고 보유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시장 안정이 필요한 지금은 섣불리 보유세 등 세제를 건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역시 민감한 세제 개편 사안이 판세에 미칠 영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보수층을 품어야 하는 상황에서 선뜻 한 쪽에 무게를 싣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 심상정 "공시가 현실화율 80%로" 해법 제시

 

 

이번 대선에서 보유세 인상에 가장 선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다. 심 후보는 "부동산 조세 정의로 주거안정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로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 비율을 높여 보유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구체화해 내밀고 있다. 정의당이 파악한 부동산 보유세의 시가 대비 실효세율은 0.15% 수준으로 선진국의 1~2% 수준에 비해 매우 낮다.

 

현재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평균 65%인데(아파트 72%, 단독주택 59%, 개별토지 61%)인데 이를 80%로 높이기만 해도 재산세 1조9000억원, 종부세 2조1000억원 등 약 4조5000억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있다는 논리다. 정의당은 재산세를 지방세인 종부세로 통합하고 공시가격 조사를 지방정부로 이양해 지자체가 스스로 더욱 적극적으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도록 한다는 방안도 덧붙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시장 안정의 측면보다는 '중부담·중복지'를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보유세 인상에 접근하고 있다. 이미 TV 토론 등 여러 자리에서 "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 예산 확보를 위해 보유세를 비롯해 법인세·소득세·부가세 인상 등의 증세를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보유세율 인상 등 시장 안정책 공약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재건축 층수 제한 규제를 과감히 푼다는 공약과 함께 유일하게 시장 활성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 재정지출을 확대해 내수를 살리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TV토론에서도 유일하게 감세를 주장해 오히려 당선시 세율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보유세 인상의 시장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보유세율이 낮다는 공감대가 있고 세율 인상이 주택시장 전체에 미치는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반면 지난 26일 건설업계 공약 점검 세미나에서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유세 강화는 주택 수요와 거래 위축을 가져온다"며 "주택경기 경착륙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민간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은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후보들도 당선 뒤 복지예산 필요나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등에 손을 댈 수 있다"며 "다만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세제를 건드리기보다는 공약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개편을 시행하는 게 시장에는 오히려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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