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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용산땅'에 쏠린 눈…유엔사부지 누구 손에?

  • 2017.05.17(수) 18:11

유엔사부지 매물, 업계 '주판알 튕기기' 분주
고급단지 조성시 분양가 3.3㎡당 4천만원 넘을듯

서울 용산에 건설사와 투자사 등 150여곳이 구름처럼 모였다. 사업비가 2조원까지 추정되는 용산 유엔군사령부 부지에 고급 주거복합단지를 짓는 사업의 수지타산을 맞춰보기 위해서다.

 

땅값만 최소 8000억원을 넘는 사업이다. 주택시장 전망이 점점 흐려지는 가운데서도 서울 한 복판 용산에 매머드급 사업을 벌일 수 있는 땅이 나오자 관련 업체들이 너나없이 달려들었다. 이 땅 낙찰가격이 얼마가 될지가 앞으로 주택 경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1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캐피탈호텔에서 열린 '유엔사부지 투자설명회'에 업계 참석자들이 주최측 발표를 듣고 있다.(사진: LH)
 

1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캐피탈호텔에서 개최한 '유엔사부지 투자설명회'에는 대형건설사와 부동산개발회사, 증권사 및 컨설팅회사 등 150여개 업체에서 온 300명의 참석자들이 모였다.

 

참석자들 가운데서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한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10위권내 대형 건설사뿐만 아니라 부영, 우미건설, 한양 계열 보성산업 등 중견 건설사에서 온 개발사업 담당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또 MDM(엠디엠), 신영 등 부동산 개발업계(디벨로퍼)  대표 주자들과 SK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업계 및 외국계 컨설팅사들도 자리를 찾았다.

 

설명회는 용산구 이태원동 소재 4만4935㎡ 면적의 유엔사 부지를 놓고 벌일 경쟁입찰을 앞두고 마련된 것이다. 내달 26일 전자입찰에서 최고가격을 써낸 사업자가 이 땅을 가져가게 된다.

 

옛 유엔군사령부가 있던 이 땅은 2008년 말 한·미 합의로 용산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이 결정된 뒤 빈 터로 남아 있다. 입찰 시 써낼 수 있는 최소 금액은 8030억7832만원이다. 3.3㎡ 당 가격으로 5908만원에 달한다.

 

 

관련업계의 뜨거운 관심은 이 땅이 서울 중심 입지에서 선보이는 희소성 있는 고급주택 사업부지라는 데에 있다. 용산공원과 이태원 상업지구를 연결하는 요충지이자 17년만에 사업 속도를 내고 있는 한남뉴타운에 둘러싸인 입지다.

 

업계에는 이 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면 공급면적 기준 3.3㎡ 당 4000만~4500만원 대에 분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이 부지에는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를 780가구(전체 건축물 지상 연면적의 40%)까지 지을 수 있다. 지상 연면적의 30% 이상을 상업·업무시설로 채워야 하지만 나머지 30%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지어 분양할 수 있다.

 

부지가 위치한 이태원동은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위 10가구 중 7가구가 포진한 고급주택 밀집지역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 등 대기업 총수 소유 주택이 있는 곳이다. 입지적 장점과 사업부지의 희소성 및 활용성을 감안하면 토지 낙찰가격이 1조원대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지난해 LH가 매각한 용산 한남 외인주택 부지(6만677㎡)의 경우 대신증권 계열사 대신F&I가 예정가 대비 111억원 높은 6242억원에  낙찰받았다. 이번 부지는 외인주택부지보다 면적은 작지만 용적률이 높은 일반상업용지라 예정가격이 30% 정도 높다.

 

설명회에 참여한 한 개발업체 임원은 "외인주택 부지는 층고 제한 등이 엄격하고 주택만 지을 수 있어 사업성에 한계가 있었지만 유엔사부지는 해발 90m 내에서 상품성 있는 설계를 뽑아낼 수 있고 상업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단지로 조성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며 "낙찰가가 1조원은 쉽게 넘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다"고 말했다.

 

사업비는 최소 1조4000억원 가량에서 많으면 2조원대까지 추정된다. 복합단지의 건축비를 최소 5000억원 가량으로 예상할 경우다. 설명회 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금액 규모가 큰 데다 경기 불확실성이 있어 한 기업이 독점적으로 이 땅에서 사업을 벌이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며 "유력 시행사가 건설사와 금융권을 모아 컨소시엄을 꾸린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말 공무원연금공단이 통매각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상록8단지 아파트 부지는 현대건설과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1조1908억원에 낙찰 받은 바 있다. 유엔사 부지의 낙찰가가 이를 넘어설지도 업계 관심사다.

 

 

설명회에서 지역 전망을 발표한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과다, 주택 입주물량 집중 등으로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 전반이 하방 압력을 받겠지만 용산 지역은 그동안의 저평가 받아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 중심에 한강변과 녹지 접근 장점을 살린 고급주택 상품은 건설사들에겐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지난해 12월 국방부로부터 이 땅을 넘겨받은 뒤 매각 작업을 벌여 왔다. 이 부지를 시작으로 캠프킴, 수송부 부지 등 용산공원 주변 주한미군이전 부지 3곳을 팔아 매각대금을 주한미군 이전 재원으로 쓰게 된다.

 

김동섭 LH 미군사업기지본부 사업기획부 부장은 "이태원동 용산구청 주변은 입지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남뉴타운 사업지연과 미군 부지 산재로 개발에서 소외돼 왔다"며 "민간 사업자들이 창의적으로 주거·문화·상업 공간을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땅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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