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말로 후분양제를 도입할 적기다."(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한 채라도 집을 임대하는 다주택자는 모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 해야 한다."(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 고위 공직자들도 다주택자인데 집 팔아서 모범을 보여야 할 것 아니냐."(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대출 없이 아파트를 도저히 살 수 없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8.2 부동산 대책 등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엇갈린 평가와 시각이 첨예하게 맞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후분양제 도입 등 시장을 안정시킬 더 강한 규제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권 의원들은 현 정부 고위 공직자 일부도 정부가 투기세력으로 모는 다주택자라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또 과도한 규제가 부작용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후분양제, 장점 공감하지만 준비 필요"
국토부는 이날 국감에서 참여정부 이후 명맥이 끊긴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재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공공택지 우선 공급 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거의 다 지은 다음 파는 방식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분양제 시행 계획에 대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전북 전주병) 질의에 "우선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주택 부문에서 먼저 도입하는 계획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후분양제의 장점은 공감하지만 지금 전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기업과 소비자 등 준비가 필요하다"며 "후분양 주택에 대해 주택도시기금 지원 비율을 높이거나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3000만원짜리 승용차를 구입할 때도 꼼꼼히 확인하고 구입하는 데 주택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계약부터 해야 한다"며 "이런 선분양제 때문에 많은 주택 수요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최근 불거진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 부실시공 논란을 계기로 자재 바꿔치기, 부실공사, 분양권 투기 등 선분양제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같은 당 최경환 의원(광주 북구을)도 "인사청문회에서 김현미 장관은 후분양제에 대해 적극 검토 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도입하지 않고 미적대고 있다"며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강남권 재건축 사업지에서 민간 건설사들이 후분양제를 제시했다는 점을 들어 "지체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갑)은 정부의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방침에 대해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임대차 시장과 과세를 투명화하고 임대·임차인 모두 보호하려면 1가구 이상 모든 임대주택을 등록시키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 "공무원도 한 채까지 임대사업 가능"
정부가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했지만 고위 공직자중 상당수가 주택을 2가구 이상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김 장관이 8.2 대책 발표 이튿날 청와대 뉴미어비서관 사회관계망(SNS) 인터뷰 등을 통해 "다주택자는 자신이 살 집이 아니면 집을 팔라"고 한 말이 화근이 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서울 강서을)은 "정부의 부동산대책의 초점은 공급 확대보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빨리 팔아야 한다는 것인데, 고위 공직자 10명중 4명이 다주택자"라며 "공직자들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장관도 집을 팔라고 하지 않았냐"며 다그치기도 했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도 "김 장관은 다주택자는 집을 모두 팔라고 했지만 정부 1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42%가 다주택자"라며 "고위 공직자는 집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 국민 다수를 죄악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함진규 의원(경기 시흥갑)도 "국토부가 고위 공직자중 다주택자 비율이 59.3%로 정부 부처 중 3위"라고 꼬집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8월3일 청와대 SNS 인터뷰 동영상 화면(자료: 청와대) |
이에 김 장관은 "단순히 다주택자에게 집을 모두 팔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며 "자기가 살지 않은 집은 당당하게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사회적 의무를 지면 된다"고 답했다. 이어 '공무원이 임대사업을 해도 되는가'라는 질의에 대해 "한 채까지는 가능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8.2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용기 의원은 "대출금이 없으면 아파트를 도저히 살 수 없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을 내놓기 전 이런 상황에 대한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란 촉진제 주사기 뭉치를 꺼내 들어보인 뒤 "힘겹게 임신에 성공했지만 중도금 대출이 막힌 충격으로 유산한 40대 여성이 전해온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정교한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기업형 임대, 임대료 제한..물량은 줄여
국토부는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를 통해 내년부터 5년간 공공지원 민간임대 연 4만가구를 공급하고 이중 연 3만가구는 기업형임대(뉴스테이) 부지 확보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뉴스테이에 대한 현 정부의 공급계획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새 정부 출범 전인 올 초 국토부가 내놓은 연간 뉴스테이 부지확보 목표가 6만1000가구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물량은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특히 기업형 임대가 기금 출자, 용적률 완화 등 공공지원을 받는 경우 '시세 미만 임대료 설정' 규제를 둬 공공성을 강화키로 했다. 또 '청년.신혼부부 등 우선공급' 등의 기준도 도입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역세권 개발 등 촉진지구 개발, 택지 공모, 민간 제안, 정비사업 연계 등을 통해 기업형 임대를 2022년까지 매년 5년간 총 15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연 4만가구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중 나머지 연 1만가구는 집주인 임대나 소규모정비사업을 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리모델링이나 신축주택을 대상으로 한 집주인임대 사업을 기존 보유주택까지 확대하고, 가로주택정비 등 소규모정비도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강화해 사업비 저리 융자, 공공의 사업 참여나 미분양 매입 등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포함한 공적임대 공급 계획은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내달 중 발표할 주거복지로드맵에 담길 예정이다. 김 장관은 "국토부 소관이 아닌 가계부채 대책 발표 후 주거복지로드맵을 낼 예정이어서 발표시기를 특정하긴 어렵다"며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내달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