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이자 국내 시공능력평가 8위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이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를 637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부동산 전문 포털로 이름난 부동산114 역시 이 분야 대표급 업체다.
부동산114가 가진 시장 빅 데이터와 정보분석 역량을 활용해 개발사업 역량을 한 층 더 끌어올리고 사업 범위를 확대한다는 게 HDC그룹이 밝힌 가장 큰 인수 이유다. 특히 이번 딜에는 현 시세가치 700억원 가량인 판교벤처타워 건물도 포함돼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중 '누가 남는 장사를 한 거냐'는 후문도 낳고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미래에셋캐피탈 등으로부터 부동산114 인수를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수 목적을 "온-오프(on-off)라인 비즈니스 플랫폼 확보, 종합 부동산기업으로의 밸류체인(사업가치사슬) 확대"라고 설명했다.
총 인수가액은 637억원으로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인 HDC아이콘트롤스가 8대 2비율로 각각 513억원, 124억원의 자금을 인수에 투입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대산업개발이 지주회사(HDC)로 전환하며 분할 설립하는 사업회사다. 본계약은 오는 10일 체결할 예정이다.
부동산114는 방대한 부동산시장 데이터베이스와 폭넓은 중개업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업체로 평가된다. 현대산업개발은 "뛰어난 분석력과 연구 실적을 바탕으로 일반 대중은 물론 언론·학계·재계나 정부로부터 높은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사114 주요사업은 ▲매물 등록 플랫폼 ▲데이터 판매 ▲리서치·컨설팅 등이다. 이런 정보분야 사업 역량에 더해 수백억대 보유 자산도 이번 인수금액 산정에 반영됐다. 부동산114는 현금자산이 200억원안팎으로 평가됐고, 시세 700억원에 달하는 판교 벤처밸리 빌딩의 사실상 소유주여서다.
부동산114는 자회사로 미래비아이라는 건물임대업체를 두고 있다. 작년말 기준 보유지분은 64.45%로 나머지 지분은 텔리언 15%, 램스웨이 10.52%, 빅솔론 10.03% 등 벤처회사들이 나눠 갖고 있다.
이 회사는 부동산114가 입주한 경기도 성남 분당구 삼평동 소재 10층 높이 '미래에셋벤처타워'를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114도 연간 6억6000여만원(2016년 기준)의 임대료를 미래비아이에 내고 있다. 자회사지만 건물주인 셈이다.
미래비아이가 440억원에 취득한 이 건물은 2016년말 기준 장부상 가치로는 392억원이지만 시장 가치인 실제 감정평가가격은 640억원이다. 1년이 지난 현재 시세는 700억원 가량으로 이번 딜에서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 경기 성남 분당 삼평동 판교신도시 소재 미래에셋벤처타워(사진: 네이버 로드뷰) |
여기서 부채 성격의 차입금 및 보증금 244억원을 제외하면 미래비아이가 가진 빌딩 부동산 순자산은 460억원 가량. 지분비율을 감안할 때 부동산114가 가진 판교 부동산 가치는 300억원 가량으로 이번 딜에 산정됐다.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을 제외한 부동산114 기업 가치는 140억원안팎으로 평가된 셈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기존 개발 사업을 강화하고, 부동산 관리, 운용, 금융서비스, 부동산컨설팅, 리폼 비즈니스 등 다양한 방면으로 건설업 밸류 체인(Value Chain)을 확대해 시너지를 창출할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앞서 김대철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건설 부동산의 하드웨어적 요소를 넘어 물류, 유통, B2C(business to consumer) 사업 등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 영역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겠다"며 "이를 위해 그룹 사업을 연결하고 이종 산업과의 제휴, 전략적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의 경영권 강화 등을 염두에 둔 지주사 전환을 오는 5월 완료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연계해 최근에는 사장 직속 미래혁신실(CoE)를 신설하고 ▲건설사업본부(건축+토목) ▲개발·운영사업부 ▲경영기획본부 등 3본부를 주축으로 삼는 조직 개편을 실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