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이어 8월에도 서울과 수도권 주택 시장에선 이상 현상을 지속했다. 주택 매매거래는 크게 줄어들었는데 가격은 계속 오르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등 투기 억제를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집값 추가 상승을 막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6만5945건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31.7% 감소했다. 최근 5년과 비교해도 19.9%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1만3577건으로 집계돼 44%(이하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역시 32.4% 줄어든 3만8604건에 불과했다.
올 들어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다주택자 대상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직전인 3월 9만3000건 수준으로 급등한 이후 매달 전년대비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6만8000건, 6만5000건을 기록했던 6~7월에는 줄어든 거래량과 함께 집값도 약세를 보이며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주택거래 비수기인 7월 이후부터는 이상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거래량은 6만4000건에서 6만6000건으로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한 것.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서울 집값은 7월 첫 주 0.09%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토부가 동작‧동대문‧종로‧중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며 규제 강화 신호를 보냈음에도 상승세는 멈출 줄 몰랐다. 9월 첫째 주 서울 집값 상승률은 0.47%, 경기 지역은 0.16%를 기록해 전주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국토부는 거래량 없이 집값이 오르는 것은 개발계획 이슈를 시작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즉 투기수요가 집값 상승을 주도한 가운데 수도권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내 집 마련을 계획한 실수요자까지 시장에 참여해 이상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 13일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 초고가주택 보유자와 조정지역 내 2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종부세를 부과하는 규제책을 꺼냈다. 이와 함께 대출 장벽을 크게 높여 실수요자를 제외한 투기수요의 시장 진입을 차단했다. 오는 21일 추가 공급대책도 발표한다.
잇단 대책으로 과열된 집값은 당분간 진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유지, 거래량 감소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시장이 안정을 찾을 지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미지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을 이사철을 맞아 이전보다 주택 매매거래량이 다소 증가할 수는 있지만 예년과 비교해 감소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9.13 대책을 통한 투기수요 억제로 폭등했던 집값은 진정되겠지만 정부가 기대했던 시장 안정화로 이어지기는 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단기간 급등했던 집값에 대한 부담과 9.13 대책 영향 등으로 호가만 올랐던 현상은 잠잠해질 것”이라며 “집값 상승세 둔화에도 세부담 증가,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구매여력이 줄었다는 점에서 거래량은 당분간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불안한 시장 상태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