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을 겨냥해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부담을 더욱 무겁게 물리고 다주택자의 자금줄을 꽁꽁 묶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추가 대책을 내놓고 투기와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하는 등 시장을 향해 '이래도 집을 사겠느냐'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큰폭으로 늘어나는 반면 1주택자의 시가 18억원 이하의 종부세 부담은 크지 않아 '똘똘한 한채' 수요는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공급 대책은 오는 21일로 미뤄지면서 최근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이 13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조세 저항' 부담됐나, 1주택자보단 다주택자 겨냥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큰 폭으로 확대했다. 기존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만 추가과세를 했지만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 보유자'도 추가과세 대상에 포함했다. 현행보다 0.1~1.2%포인트 높은 세율로 세금을 부과한다.
과세표준 94억원 초과의 경우 최고 세율이 기존 정부안의 2.8%에서 3.2%로 높아진다. 다주택자의 세부담 상한도 현행 150%를 유지하려던 것을 300%로 상향한다. 세부담을 전년도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금액의 300%로 상한을 정하면서 세 부담이 늘어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다주택자의 경우 1000만원 내던 것에서 3000만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어서 현금흐름이 충분하지 않거나 무리해서 집을 산 사람들은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세율도 과표 구간별로 0.2~0.7%포인트 인상하고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까지 고려하면 세 부담은 큰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또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인상했다. 기존 정부안은 6억원 미만은 현행 세율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똘똘한 한채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를 의식해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해 현행 0.5%의 세율을 1주택자와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각각 0.7%, 0.9%로 인상했다. 3억원 이하도 다주택인 경우 0.6%로 0.1%포인트 인상한다.
다만 과세표준 3억원이라고 해도 1주택자의 경우 시가 기준 18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똘똘한 한채에 대한 수요는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기획재정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과표 3억원(1주택자)의 경우 당초안을 적용하면 종부세 부담은 99만원인데 수정안에 따라 104만원으로 고작 5만원 늘어난다. 현행보다는 10만원 늘어난다.
과표 6억원이라고 해도 시가로는 23억6000만원에 달하고 보유세 부담은 당초 정부안의 215만원에서 293만원으로 78만원 늘어나는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크지는 않다"면서 "세금부담을 감안한 매수자의 똘똘한 한채 선호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다주택자 돈줄 묶어 투기 수요 확실히 차단
다주택자의 돈줄도 더욱 확실하게 조인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만 규제하면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갭투자에 이용하는 투자수요를 사실상 방치했다. 게다가 임대등록을 하는 경우 받을 수 있는 사업자금대출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적용되지 않아 최고 80%까지 대출을 받았다. 이 역시 다주택자의 갭투자 수단으로 활용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금지했다. 집이 한채 있는 경우에도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예외 허용)하고 전세자금대출 역시 부부합산소득 1억원이 넘으면 전세자금보증이 어려워진다.
임대사업자의 사업자대출 역시 한도가 40%로 줄어든다.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경우엔 신규 주담대는 아예 금지된다.
전문가들은 자금줄이 꽁꽁 묶이면서 투자수요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단기간 집값 급등으로 가격 저항선이 생겼고, 보유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며 "집값 고점기에서 세부담이 커진 상황으로 추격매수자들이 들어가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공급정책은 오는 21일 발표로 미뤄지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 협의가 완료된 공공택지와 도심내 공급 확대,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등 구체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 인접한 지역의 경우 주민 반발과 일부 후보지 유출 등으로 대규모 공급카드가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애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준의 양과 질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