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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부동산 흔드는 정치권 '말말말'

  • 2018.09.17(월) 16:46

정치권, 종부세 인상에서 토지공개념까지
시장‧정책 혼란에 집값 불안정 지속

하루에도 호가가 몇천만원씩 뛰던 서울 부동산 시장. 지난 약 2주의 시간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집값은 치솟았고, 연일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한마디는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조만간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고된 상황에서 정치권이 던지는 메시지를 국민들은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상황을 돌아보자. 잠잠하던 서울 집값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관련 발언(7월10일)을 시작으로 8월 말까지 무섭게 올랐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동대문‧종로‧중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며 급한 불을 끄려했다.

불씨는 다소 진정됐지만 그렇다고 꺼질 불씨는 아니었다. 그러던 중 정치권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불씨는 다시 커졌다.

 

 

#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를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정부에서도 강력히 검토해 주길 바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종부세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른 배경에는 박원순 시장의 개발 발언 외에도 7월 발표된 종부세 인상안(세법 개정안)이 예상보다 세지 않다는 것이 한몫했다.

이해찬 대표 발언 이후 종부세 인상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앞으로 발표될 정책에서 종부세 인상안이 담길 것이란 전망에 시장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실제 지난주 발표된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3주택자뿐 아니라 조정지역내 2주택자, 초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 주된 골자였다. 여당의 요구와 시장의 비판을 정부가 수용한 셈이다.

 

# 정부가 공급 대책을 이른 시일내에 제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후인 지난 3일, 이해찬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적인 주택 공급대책을 주문했다.

 

그동안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계획은 충분한 수준으로 판단했다.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는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 발언 이후로 주택 공급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국토부도 서울시에 그린벨트 해제와 도심내 건축규제 완화 등을 요청하며 공급대책 마련에 속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터졌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의왕‧과천)를 포함해 수도권 일부 택지개발지구 후보지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반향은 컸다. 과천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가뜩이나 공급이 많아 시장이 침체된 안산시는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반발이 일었다.

 

여기에 후보지로 거론된 일부 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몰리며 토지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양산됐다.

 

결국 9.13 대책에서는 구체적인 주택공급 계획은 빠지고 원론적인 내용만 포함되면서 반쪽 대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는 21일로 공급대책 발표 시기를 미룬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입지와 규모의 주택 공급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 하고 있다. (사진: 이명근 기자/qwe123@)

 

# 토지공개념을 도입해놓고 20년 가까이 공개념 실체를 만들지 않아 토지가 제한 공급돼 집값이 급등하는 구조가 됐다.(이해찬 더민주 대표)
# 토지공개념은 헌법에 도입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이 개념이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는다.(이재명 경기도지사)


9.13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 11일부터는 토지공개념이 시장을 장악했다.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만난 이해찬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토지공개념을 언급한 까닭이다.

1990년대초 도입됐던 토지공개념은 당시 급등한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고,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강력한 조치(토지공개념 3법, 토지초과이득세‧택지소유상한제‧개발이익환수)의 바탕이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시장이 매우 민감해하는 주제다.

일각에서는 9.13 대책에 토지공개념을 반영한 강력한 규제책이 담길 것으로 예상했다.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가 각각 헌법 불합치, 위헌 판결을 받아 사라졌지만 이에 준하는 내용이 담길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대책에서 토지공개념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토지공개념은 단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부동산 시장을 휩쓸만한 커다란 이슈였다. 이외에도 '아파트 후분양제 본격 시행'과 '분양가격 공시정보 공개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정책'이라는 말이 있다. 9.13 대책 발표 이전 지난 2주는 정책 변수가 극에 달했다. 정치인들의 입이 이슈를 만들었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시장에 퍼졌다.

 

결과적으로 정치권 입김은 정부 정책에 혼선을 초래했고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발언에 따라 흔들리는 정부 정책을 지켜보는 이들은 집을 가진 사람도, 집이 없는 사람도 모두 불만섞인 푸념만 내놓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이런 정치인들의 '말' 잔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앞으로도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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