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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고수에게 듣는다]"서울 집값 상승세, 아직 남았다"

  • 2018.10.19(금) 11:33

강영훈(붇옹산) '부동산 스터디' 대표
급등 없지만 완만한 오름세 지속…3년 이후 변곡점
'똘똘한 한 채'는 없다…상승 소외지역으로 투자 이동

정부의 잇단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은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눈치보기에 한창이다. 실수요자나 투자자,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에 대한 진단과 향후 시장 전망, 그 속에서 시장참여자들의 전략을 부동산 고수들에게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부동산 시장은 거대한 항공모함 같다. 방향 전환이 쉽지 않고, 방향이 바뀌었다면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이 발표됐다고 최근 부동산 시장 흐름이 갑작스레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영훈(필명 붇옹산) 부동산 스터디 대표(운영자)는 그가 직접 만난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부동산 시장을 설명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서울 집값을 두고 여러 의견이 쏟아지는데, 시장이 단기간에 크게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강영훈 대표는 2006년부터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다. 이 카페는 국내 부동산 전문 카페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그 역시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집값 하락세를 경험했고, 자연스레 부동산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정말 힘들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회상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은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인 재건축‧재개발 전문가로 꼽힌다.

강영훈 대표는 오는 24일 비즈니스워치가 주최하는 머니워치쇼 시즌7 '부동산 고수들의 썰전' 토론자로 참석한다. 그에 앞서 서울 집값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 강영훈(붇옹산) '부동산 스터디' 네이버 카페 대표(운영자)/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정부 대책 발표후 시장이 잠잠한 것 같은데
▲ 조정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으로 규제가 겹겹이 적용된 지역에서는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이 조정 혹은 하락 기대감에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 확연하다.

 

그렇다고 매도인들이 호가를 낮추지는 않는다. 반대로 매수자들은 (집값)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 호가 격차가 커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는 소강상태다.

그동안 소외됐던 곳으로 투자자들이 이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고양과 안산 등 집값 상승기에 오히려 하락했던, 비(非)규제지역으로 투자 흐름이 몰리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단순히 규제가 없다는 점도 있지만 집값 키 맞추기 현상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기간이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 정부 정책이 시장에 주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 상당하다. 집을 사려는 수요층의 자금줄을 끊었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이 조정을 겪고 있지만 시장에서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가령 기존 집을 팔고 갈아타려는 수요자가 있다. 눈여겨 본 지역은 가격이 많이 올랐다. 물론 내 집도 오르기는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 집을 팔고 새 집을 살지 매우 고민스러울 것이다. 집값이 더 오를지 떨어질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이런 사람들이 일단 거래를 포기하면서 시장 흐름이 끊기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 집을 사고 싶어 하는 수요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앞으로 이들이 다시 시장에 어떤 식으로 참여할지는 예측이 어렵다.

- 공급대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 공급 계획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대단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공공이 주도해 좋은 입지에 집을 공급하겠다는 신호만 준 것 뿐이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해 규제를 높이고 있지만 이미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도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사업을 진행했던 단지들이 지금은 시장을 이끄는 대표 단지가 됐다.

비슷한 관점에서 규제 속에서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경우 5년 정도 후에 본격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밝힌 공공주택 공급 시기와 비슷하다. 이렇게 되면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더해 수도권에서도 공공주택이 동시에 공급된다.

5년 후면 시장 분위기가 지금처럼 상승세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 때 쏟아지는 공급물량을 시장이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재건축‧재개발 전문가로 불리는데, 현 정책에 대한 평가는
▲ 개인적으로 도심 내에서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전문가들 중에서도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현 정부는 이 시장으로 투자 흐름이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을 늦추고 있는 상태다.

만약 재개발 등 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아직까지는 시장 관심을 받지 못했던 노후된 빌라나 다세대 주택, 단독 주택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어디에든 투자하고자 하는 시장 에너지가 넘치는 상황에서 재개발 사업지가 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필요하지만 지금 시점에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 정부 정책에 아쉬운 점은
▲ 정부가 집값 상승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

 

가령 국토부는 그동안 허가를 받아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등 사업을 통해 신규 주택공급은 부족하지 않고 적확한 시기에 공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주택이 공급되려면 기존 주민들이 이주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정책을 통해서는 금융 규제를 통해 돈줄을 막았다. 이로 인해 이주가 지연되면서 제 때 주택 공급이 안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자금이 흘러오면서 이 부분을 차단하려는 정부 입장은 이해가지만 정비사업 등은 원활히 이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주택공급도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

- 집값 상승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 지난해 발표된 8.2대책 부작용으로 시장이 왜곡되는 상황이라고 본다.

특히 아쉬운 부분은 8.2대책 중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양도세를 중과한 점이다. 양도세 중과는 하지 말고 금융 규제만 강하게 해서 기존 다주택자가 집을 더 사지 못하게 했다면 시장에 물건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로 매도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그렇다고 이미 가격이 급등한 현 시점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것도 어렵다. 유주택자들이 이미 오른 가격을 내리면서 팔지는 않을 것이고, 이 경우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고스란히 집주인들이 가져가게 되는 탓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내놓은 정책이지만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실수요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청약시장을 보면 여전히 집을 사고 싶어하는 수요가 넘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에서는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가점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평균 2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당첨자를 제외한 나머지 19명은 계속해서 집을 사려는 수요자로 남아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분양이 아니더라도 기존 주택을 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올들어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오른 까닭에 지금 가격이 정상 수준인지, 버블이라면 초기인지 아니면 과도하게 많이 오른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강남의 경우 상승을 주도하며 많이 올랐는데,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이 있다.

특정 지역을 꼽을 수는 없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덜 오른 곳, 혹은 예전에도 쌌는데 지금도 싸다고 평가받는 곳이라면 집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해당 지역 내에서도 입지가 좋아야 하고, 금융비용도 부담이 너무 크지 않은 수준이어야 한다. 

- '똘똘한 한 채' 현상은 어떻게 보나
▲ 개인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영원한 상승과 하락은 없다고 생각한다. 즉 ‘똘똘한 한 채’라고 평가받는 강남 주택도 과거에는 크게 하락한 적이 있었다. 최근 가파르게 올랐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똘똘한 한 채는 단순히 시장 흐름이 만들어 낸 것일 뿐이다.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접어든다면 강남 집이라고 해서 시장 흐름과 다르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떨어지는 칼날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 집값에 대한 전망은
▲ 최근 집값이 조정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바로 하락장세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 전문가가 말하기를 부동산 시장은 항공모함과 같아서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 또 방향이 전환되면 이전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상승 분위기가 당분간은 더 이어지면서 서서히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본다. 지금의 집값이 고점은 아닐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만 올해처럼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정을 겪으면서 완만한 기울기로 상승 분위기가 좀 더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 그렇다면 상승세는 언제까지 계속 될 것으로 보나
▲ 집값이 많이 오르기는 했다. 신체 부위로 보면 어깨 이상으로 온 상태다. 좀 더 오르기는 하겠지만 가파르게 혹은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시장 주기를 보면 부산이 서울보다 3~4년 정도 빠르다. 즉 3~4년 먼저 상승세를 탔다가 하락세로 전환하고 있다. 부산 부동산 시장이 작년 8.2대책 이후 올해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이를 감안하면 서울도 하락세로 전환하는 시점이 3년 정도 남았다고 본다. 만약 올해처럼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또 발생한다면 하락세 전환 시점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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