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힘겨루기가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에서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타이밍은 언제가 좋을까.
'부동산 고수에게 듣는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8명의 고수들도 다소 엇갈린 시장 전망을 내놨다. 내집마련 타이밍 역시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다만 대부분은 실수요 무주택자라면 시기에 상관없이 혹은 가급적 빨리 내집마련을 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이는 서울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실수요 등의 대기수요가 넘치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단기적으로 부침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론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아울러 무주택자의 경우 투자수익을 노리기에 앞서 주거 안정 등을 위해서도 내집마련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은 금물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반면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과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일단은 거품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매수 타이밍을 잡으라고 강조한다.
◇ 서울 내집마련, 거품꺼지길 기다려라
이광수 수석연구위원은 가장 보수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는 고수다. 이 위원은 서울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내년 6월 이전에는 세부담을 줄이려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른 경제지표가 나쁜데 집값만 오르는 것은 주택시장에 버블(거품)이 생겼다는 것"이이라며 "경제지표가 부동산 시장에 반영된다면 집값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이 위원은 "1주일에 1억씩 호가가 올랐던 지역은 반대로 1억씩 빠지기도 한다"면서 "이런 시장에서 쫒기듯 집을 사면 고점에서 잡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후 집값이 조정을 받으면 이자비용 등을 감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2017년 상반기 수준의 집값이 거품이 없는 적정한 수준"이라며 "매수를 노리는 집이 있다면 2017년 상반기 수준 가격과 비교해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명숙 부장도 규제를 받지 않는 무주택자라면 급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안 부장은 "최소한 올해는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주택자 교체수요의 경우 실거래가와 호가 차이가 큰 지역은 실거래되는 수준까지 호가가 떨어지거나 내년 이후 급매물을 노리라고 조언했다.
다만 안 부장은 "기대감이 높아진 시장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본격적인 가격조정은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외 전반의 경제상황을 가장 큰 변수로 지목했다.
◇ 최대한 빨리 사는게 유리
반면 대부분의 고수들은 빨리 사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서울 집중이 심화되고 여전히 서울에 집을 사려는 실수요층이 많아 집값이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시적으로 부침이 있다고 해도 결국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내집마련을 통한 주거안정 역시 주택구입을 서두르라는 주요 배경중 하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도 같은 맥락에서 "주거가 주는 만족도가 상당하다"면서 "지금이라도 내집마련을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다만 소득의 30%를 넘어 대출을 무리하게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고 센터장은 "거래절벽이라고 해도 항상 (매도가) 급한 사람은 있다"면서 "조금 시기가 지나면 물건이 조금씩 나올텐데 그 때 내집마련을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서울은 수요층이 몰리고 있는 만큼 집값이 급락할 수 있는 변수가 많지 않다"며 "구매자에겐 유리한 시기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자금 마련이 가능한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주택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며 "대출장벽이 높은 서울에선 집을 살 수 있는 여력만 된다면 시기를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도권은 3기 신도시 입지 발표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가격 하락 시기가 올 수 있다"며 "2025년까지 분양이 이뤄진다고 보면 조금 기다려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도 "향후 금리 인상을 고려하면 지금 금리가 쌀 때 정책기금 등을 최대한 활용해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주택자의 경우 투자가치보다는 당장 거주가치를 더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집값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조정이라는 것이 집값 하락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비이성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조정되는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앞으로도 2% 정도 내외에서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필명 붇옹산) 역시 "서울 청약시장은 평균 2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당첨자를 제외한 나머지 19명의 무주택자들은 계속해서 집을 사려는 수요자로 남아 있다는 의미"라며 실수요자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의 집값이 정상 수준인지, 버블 초기인지 과도하게 올랐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들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장(필명 빠숑)도 "내년초 전후로 조정이 되는데 빠지는 조정이 아니라 안 오르는 조정"이라면서 "최대한 경제적 능력이 감당되는 수준에서 지금이라도 집을 사라고 권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중산층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헷지할 수 있는 수단은 집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내년 시장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택이 정말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언제나 필요할 때 집을 사면 된다"고 말했다.
◇ 어디에 사면 좋을까
서울 시장을 여전히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고수들의 내집마련 추천 지역은 어디일까. 고준석 센터장은 서울의 베드타운 격인 강북권 4개동 상계·중계·하계, 월계동을 꼽았다. 3억~4억원대로 내집마련을 할 수 있고, 이미 교통이나 교육 등 생활인프라가 완벽히 갖춰져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게다가 이미 상계주공 8단지는 재건축에 들어갔고, 다른 단지들도 노후돼 향후 재건축을 기대할 수 있다.
강영훈 대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덜 오른 곳, 예전에도 쌌는데 지금도 싸다고 평가받는 곳이라면 집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지역 내에서도 입지가 좋아야 하고 금융비용도 부담이 너무 크지 않은 수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명숙 부장은 수도권 중에서도 GTX 등 광역교통망이 갖춰지는 곳들을 추천했다. 동탄이 입주물량이 많아도 값이 안 떨어지는 것 역시 GTX 기대감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통망이 잘 갖춰져 서울 오피스권역으로 진입 가능한 지역이라면 괜찮다는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오는 24일 비즈니스워치가 주최하는 머니워치쇼 시즌7 '부동산 고수들의 썰전'에서도 들을 수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필명 붇옹산)가 토론자로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