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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고수에게 듣는다]"거품 빠지기 시작…더 기다려라"

  • 2018.10.17(수) 08:59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
"'종부세 부담‧대출 규제' 정부, 집값 급등 원인 짚었다"
"서울도 집값 하락 불가피…작년 상반기 수준 가격이 적정"

정부의 잇단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은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눈치보기에 한창이다. 실수요자나 투자자,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에 대한 진단과 향후 시장 전망, 그 속에서 시장참여자들의 전략을 부동산 고수들에게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지난달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정교하게 잘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파악한 것 같다. 대출 규제가 강해지고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어난 만큼 매도 물량이 늘면서 집값 거품이 빠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강도 높은 규제책이 연이어 발표됐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힘들다고 비판하며 주택 공급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9.13 대책과 9.21 수도권 주택 공급방안에 대해서도 집값이 잠시 숨고르기를 할 뿐, 궁극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이광수 수석연구위원의 생각은 결이 다소 달랐다. 최근 집값 상승은 집을 팔려는 사람이 줄면서 시작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번 정책으로 집값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고, 향후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집주인을 꿈꾸는 실수요자들도 좀 더 시간을 갖고 매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매수 시점은 언제가 좋을까. 오는 24일 비즈니스워치가 주최하는 머니워치쇼 시즌7 '부동산 고수들의 썰전'에 토론자로 참석하는 이광수 수석연구위원의 생각을 들어봤다.

 

▲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정부가 부동산 추가대책을 발표했는데, 이후 시장 상황은
▲ 9.13 대책은 정교하게 잘 나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정부가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책 핵심은 보유세 부담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보유세를 통해서는 다주택자 부담을 늘려 집을 팔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공급 증가), 대출 규제는 매매 수요를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 일부에서는 이번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 많은 사람들이 주택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가격 상승 원인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새 집은 과거에도 부족했고, 강남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계속 많았다.

그럼에도 집값은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것은 유동성 자금이 늘면서 수요가 증가한 측면이 있는데, 여기에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지 않은 영향이 크다.

시장에서는 매물이 나와야 거래가 이뤄져 가격이 형성된다. 집을 사려는 수요는 변하지 않았지만 매도 물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책은 매도 물량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했다. 보유세 강화는 집주인들의 세 부담을 늘렸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올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공시가격 상승도 다주택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라 정책 실효성은 충분할 것으로 본다.

- 정책 효과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호가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시장 참여자들도 지금의 집값에 대한 합리적 고민을 하고 있다. 즉 서울 집값은 무작정 오르기만 하고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여기는 비이성적인 현상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종부세 인상을 담은 법률개정안 통과 과정이 이슈화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더해지면 집값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집값 이상 급등은 일부 단지의 담합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현상도 잡아낸다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서울 집값이 상승세 둔화가 아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인가

▲ 가격이 오르면 집을 팔아 차익을 현금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기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다. 보유세 개편안이 적용되는 내년 6월 이전에는 세부담을 줄이려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광범위하게 보면 국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가계부채와 실업자 수가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만 오를 순 없다. 다른 경제지표가 나쁜데 집값만 오르는 것은 주택시장에 버블(거품)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지표가 부동산 시장에 반영된다면 집값 하락은 불가피하다.

-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 일반 실거주자들은 가격 올랐다고 집을 내놓거나 하지는 않는다. 집값은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느냐 혹은 매물을 거두거나 사들이냐에 영향을 받는다.

정부가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을 늘렸고,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증가하면 집값 상승으로 노릴 수 있는 기대수익이 낮아지게 된다. 또 최근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다주택자들 입장에서는 집을 팔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 내놨던 매물을 두고 매수자들이 가격에 부담을 느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매도자 입장에서는 손실 회피를 위해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집을 처분하기 위한 매물이 계속 나올 수도 있다.

- 똘똘한 한 채 현상은 어떻게 보는지
▲ '똘똘한 한 채'라는 표현은 8.2 대책 이후 올초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나면서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즉 똘똘한 한 채라서 오르는 게 아니라 오르고 나니 '이 집은 똘똘한 한 채야'라고 부르는 것이다.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를 대부분 똘똘한 한 채라고 하는데 2010년 이후에는 여기도 집값이 많이 하락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강남이라고 해서 무조건 오르는 똘똘한 한 채는 아니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 실수요자, 집 사야하나
▲ 최근 시장을 보면 1주일에 1억씩 호가가 올랐던 지역이 반대로 1억씩 빠지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상황인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심리에 위축돼 쫓기 듯 사면 고점에서 잡게 된다. 이후 집값이 조정을 받으면 이자비용 등을 감내하기 힘들다.

2017년 상반기 수준의 집값이 거품이 없는 적정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그 이후로 매물이 줄고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버블 현상이 발생한 탓이다. 매수를 노리고 있는 집이 있다면 2017년 상반기 수준 가격과 비교해 기다릴 필요가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한 평가는
▲ 서울‧수도권은 오르는데 지방은 떨어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하지만 지방은 정상적인 시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산을 비롯해 지방은 2010년 이후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고 서울보다 상승 시점이 빨랐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량이 늘었고, 분양 단지들의 입주 시점이 다가오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는 주택 공급량이 줄고, 이후 다시 상승장이 다가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지방 부동산 시장은 건전한 조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 부동산 시장에 남아있는 변수, 내년 전망은
▲ 금리 인상이 매우 중요하다. 금리가 오르면 내수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기준금리를 2% 정도로 올려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금리가 너무 낮아 투자를 촉진하지 못해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 자금이 쏠린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은 시장에 중요한 변수다.

이와 함께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영향이 클 것이다. 유주택자들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까닭이다. 공시가격이 어느 정도로 실거래가를 반영할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 정부 정책에 보완할 점이 있다면
▲ 집값이 주기적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정부는 인위적으로 집값을 잡으려는 것보다 변동성이 비이성적으로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집값 하락세에는 너무 많이 떨어지지 않게, 반대로 상승 시에는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아 시장에 매물이 적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혜택이 축소됐다면 집 소유에 부담을 느끼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려는 경우가 늘었을 것이다.

공급 대책 중에서는 서울 도심에서의 구체적인 공급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추가 공급 대책은 실행여부에 상관없이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떠나 어떤 지역에 얼마나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있었다면,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집을 사야한다'고 쫓기는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 시기를 더 늦춰 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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