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격 공시항목 확대와 축소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이에 대한 찬반이 극명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도 한쪽은 이를 집값 잡는 무기 중 하나로 사용했고, 다른 한쪽은 주택사업을 옥죄는 요인 중 하나로 여겼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공시항목 확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집값잡는 효과가 없을뿐더러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건설사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주택 건설과정에서 원가라는 개념을 정의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2007년에 이어 또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 원가? 그게 뭔데…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처음 확대했던 2007년 이전에도 논란은 많았다. 그 중 하나가 분양원가라는 개념을 정의하기 힘들고, 세부 항목에 따라 비용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 적정 원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도 문제다. 최대한 낮춘 가격을 기준으로 할지 업계 평균 수준을 적정 원가로 할지 등이다.
당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던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은 2004년 기고문에서 "분양원가 공개 논란은 원가 개념부터 대립되고 있다"며 "법적인 개념이나 생산자(건설사)가 생각하는 원가는 사실상 기업의 영업비밀이고, 원가 공개를 강제하면 주택사업을 하려는 기업이 줄어들거나 주택사업을 해도 원가를 절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가에 대한 개념을 통일해야 하고 적정원가를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며 "생산자가 제시한 원가를 평가할 객관적인 자료 확보와 기준 설정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선제적 조치가 없다면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늘리는 것은 또 다른 행정비용을 유발시키고 주택가격도 안정시키지 못해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게 당시 주장이었다.
지금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분양원가에 대한 개념은 잡혀있지 않고, 62개로 공시항목이 크게 늘었지만 이것 역시 정확한 원가로 보기에는 힘들다는 주장이 많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공개되는 각 항목의 원가가 얼마인지 증빙할 수 있는 체계가 아직 잡혀있지 않고, 어디까지를 원가로 정의할지에 대한 부분도 논란이 많다"며 "특히 공공택지에서 주택을 짓는 민간 건설사에도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 역시 "공개 항목을 명확히 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사용한 비용을 어떤 항목에 반영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공시항목 확대로 분양가격을 예상했는데 실제 분양가격과 예상 가격에 차이가 나면 소송 등이 빈번해져 사회적 비용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토로했다.
◇ 집값은 잡힐까
분양가격 공시항목 확대로 기대되는 효과로는 집값 안정화가 있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이 효과도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실질적 분양가 통제로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되는 청약 로또 단지 논란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분양가격 공시항목 확대를 통한 분양가 안정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오히려 건설사들의 주택사업을 위축시켜 주택 공급이 감소하면 최근 안정세를 찾아가는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확대하는 것에 앞서 공공택지에 적용되던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면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하지만 공시항목을 늘리면 민간 기업들의 이윤이 공개되고 이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하는 공공택지 사업 자체에 진입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분양원가 공개는 개별회사들의 문제가 아닌 만큼 다른 건설사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07년의 경우에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았던 까닭에 이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기는 했다. 반면 최근은 고분양가를 집값 이상 급등 현상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최근 집값이 오른 것은 원가가 비싸서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 측면에 원인이 있었다"며 "분양가격 공시항목 확대가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