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공동주택) 분양가 공시항목이 대폭 확대된다. 분양가 산정항목을 더 투명하게 하고, 이를 통해 분양가 거품을 빼 궁극적으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수도권 일부 택지에서 되레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인근 시세와 신규 분양단지의 분양가 차이가 커 발생하는 이른바 '로또 청약'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분양시장은 무주택자 중심으로 재편됐고, 공공택지 내에서 분양받을 때 전매제한 등 규제도 촘촘해 로또 청약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 '로또 청약' 왜 나왔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1일부터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공동주택 분양가격 공시항목이 세분화돼 기존 12개에서 62개로 늘어난다.
개정안이 적용되는 첫 단지로는 위례신도시에서 분양 예정인 '힐스테이트 북위례'가 될 전망이다. 이 단지는 작년 말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청약제도 개선 등의 영향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위례신도시는 최근 조성된 택지지구 중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아 분양 단지마다 열기가 뜨거웠다. 앞서 분양했던 단지들 몸값도 분양 때보다 크게 올랐다.
이 때문에 힐스테이트 북위례처럼 위례신도시 내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을 두고 한동안 잠잠했던 '로또 청약'이란 수식어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분양가상한제 뿐 아니라 분양가 공시항목 확대로 주변 시세와의 격차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실제 힐스테이트 북위례 분양가는 3.3㎡ 당 평균 1900만원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주변 시세는 3.3㎡ 당 3200만원이 넘는다.
위례신도시와 함께 과천 지식정보타운 등도 로또 단지 예상 지역이다. 과천은 지난해 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크게 오른 곳 중 하나다. 이 중에서도 지식정보타운은 입지적 장점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돼 과천 내에서도 수요자들 관심이 높다.
분양가상한제 뿐 아니라 공시항목 확대로 분양가가 더 떨어지면 특정 지역에서 로또 청약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 로또보단 무주택자 내 집 마련 기회가 중요
하지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분양가 공시항목이 늘어나도 분양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공시항목 확대로 지금보다 분양가가 크게 낮아지는 것은 아니고, 이 때문에 로또 청약 현상이 발생하지도 않는다"라며 "대신 건설사들이 집값 상승 때 과도하게 이익을 가져가는 것을 막고, 소비자들에게 분양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항목별로 원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건설사 입장에서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공시항목 확대로 이전보다 분양가가 크게 떨어지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를 포함해 수도권 분양시장은 무주택자 중심으로 개편, 로또 청약에 대한 우려보다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권 소유 경험을 유주택으로 보고, 전용 85㎡ 이상 주택에 대해서도 무주택자가 우선 당첨되도록 하는 등 무주택자를 위한 분양시장이 조성됐다"며 "동시에 대출 문턱도 높아졌고, 분양 당첨자들은 전매제한 기간이 강화되는 등 규제도 촘촘해져 시세와 분양가 차이가 크다는 것만으로 '당첨만 되면 로또'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주택자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최근 정책 방향"이라며 "일부 단지에서는 당첨자들이 차익을 가져가 '로또 청약 단지'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지만 시장 전체를 뒤흔들 큰 문제로 보기는 힘들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