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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중도금 문턱 못넘는 실수요자…활개치는 현금부자

  • 2019.04.24(수) 14:15

주요 분양단지 미계약 속출…당첨 가점도 수도권 38점
무순위 청약 등 현금부자 '줍줍'…실수요 중심 제도 무색

올 들어 현금부자들이 분양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 개편이 무색할 정도로 현금부자들의 리그가 돼가는 분위기다.

실수요자들은 비싼 분양가와 높아진 대출문턱 등의 영향으로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 기회를 활용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일각에선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한해 대출규제 완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아 보인다.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 청약자 줄고 미계약 늘고

올 들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분양시장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직방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평균 청약 경쟁률은 8.6대 1로 작년 4분기(37.5대 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은 11.7대 1에서 7.1대 1로, 지방도 9.6대 1에서 8.8대 1로 하락했다.

경쟁률이 떨어지면서 당첨자들의 청약 가점도 낮아졌다. 서울 1순위 해당지역 최저 청약가점은 44점으로 작년 4분기(57점)보다 청약 커트라인이 하락했다. 수도권은 45점에서 38점으로, 지방도 52점에서 46점으로 떨어졌다. '적어도 60점은 돼야 당첨을 노려볼 수 있다'는 얘기는 1년 만에 옛말이 됐다.

표면적으로는 작년에 비해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 확률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청약제도 개편으로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환경이 조성돼 무주택자들의 당첨 확률이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에서도 청약자를 채우지 못하거나 청약 성적은 좋아도 미계약이 발생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올 1월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는 청약 평균 경쟁률 33.4대 1을 기록했지만 일반 분양물량 403가구 중 60가구가 미계약 되기도 했다. 2월 분양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도 419가구 중 174가구가, 노원구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도 560가구 중 62가구가 미계약됐다. 이들 단지 역시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대 1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었지만 실계약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외에 서울 광진구에서 공급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일부 평형이 청약 2순위에서도 마감에 실패했다. 서울에서 청약 마감이 실패한 것은 2년 만이다.

이 단지의 경우 입지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싼 분양가가 부담이었다. 특히 총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서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아 자금력이 부족한 서민들 입장에서는 접근이 어렵다.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환경 조성에도 소외되는 실수요자들이 생기는 이유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진입장벽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로 인해 청약에는 당첨이 됐어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생기는 미계약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틈새 노리는 현금부자

반대로 이 같은 상황을 적극 활용하는 현금부자들이 늘고 있다. 청약 부적격자 혹은 당첨자들의 미계약 물량 중 알짜는 현금을 앞세워 선제적으로 계약해 확보하는 것이다.

실제 사전 무순위 청약과 사후 접수에 다수의 청약자가 몰리며 미계약 물량을 노리고 있다.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는 미계약분을 차지하기 위해 3000여명이 운집했다.

또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도 사후모집 청약 경쟁률은 평균 61대 1이 넘었고, 서울에서 처음으로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는 1만4000명이 넘는 사람이 청약했다.

사전‧사후 청약자들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고 주택 소유여부도 상관없이 성인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미계약 된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사전‧사후 무순위 청약에 다수의 청약자들이 몰리는 현상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북위례와 과천 등 로또 분양으로 불리는 단지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들 지역 분양 예정단지는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하지만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물량이 대부분이다. 특히 북위례는 중대형 평형이 대부분이고, 과천은 시세 자체가 많이 오른 까닭이다. 이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 실수요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반면 현금 부자들은 알짜 신규 분양 매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대출규제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서울과 주요 수도권 도시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대출 규제가 강한데 경우에 따라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오랜 시간 집이 없었거나 갈아타려는 1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은 대출 문턱을 낮춰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아 보인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선별적 대출규제 완화 등을 고민해볼 수 있지만 규제 형평성 문제 등으로 실제 이뤄지기는 어렵다"라며 "예비당첨 비율 확대 등도 일시적으로 미계약 물량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근원적인 해결책으로 보긴 힘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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