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의 자금줄을 꽁꽁 묶고 청약 당첨 기회도 축소함에 따라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기회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9.13대책 후속조치를 통해 지난 15일부터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신규보증을 원천 차단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전세자금대출 봉쇄는 수요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갈아타기 수요 등 조금은 투자 여력이 있는 수요층까지 다 막는 강력한 조치"라고 말했다.
청약시장에서도 추첨체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 우선 공급한다. 나머지 물량도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을 수용한 1주택자에게 먼저 돌아간 후 남는 물량을 유주택자에게 공급한다. 내달말께 적용된다.
이같은 조치로 무주택자의 청약 당첨 기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약가점제 확대 이후 인기지역에 고 가점자들이 쏠리면서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청약경쟁률이 높아지고 청약 가점도 60점 안팎 수준은 돼야 서울에서 당첨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직방이 아파트투유의 서울아파트 청약결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 당첨가점은 58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률도 27.9대 1로 높아졌다. 지난해까지 평균 당첨가점은 50점, 경쟁률 13.4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폭으로 높아진 셈이다.
특히 서울 투기지역 15곳의 청약결과를 비교해 본 결과 투기지역은 지난해 평균 당첨가점이 53점에서 올해 60.6점으로 높아졌고, 경쟁률은 15.5대 1에서 28.9대 1로 치솟았다.
서울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해선 무주택 기간은 만점인 15년 이상(32점)이어야 하고 적어도 자녀 2명을 둔 세대주(배우자 포함 부양가족 3명, 20점)이어야 한다.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최소 4~5년(6점)은 돼야 한다. 투기지역과 같은 인기지역에 당첨되기 위해선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추가로 2년 정도 더 늘어나야 당첨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직방 관계자는 "무주택자에게 추첨제 등으로 한번의 당첨기회가 더 주어지게 되지만 규제가 강화될수록 인기지역에 대한 쏠림현상은 여전해 분양시장에서 당첨되기 위한 청약경쟁은 여전히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가점 낮은 무주택자의 경우 추첨제 비율이 높은 전용 85㎡ 초과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추첨제가 적용되는 경우는 85㎡ 이하의 경우 청약과열지구에서만 공급물량의 25%를 공급하고 투기과열지구 등에선 100% 가점제를 적용한다. 85㎡초과의 경우 수도권 공공택지는 가점제 50% 이하에서 지자체가 결정하도록 하고, 투기과열지구는 50%, 청약과열지역은 70% 기타지역은 100%로 추첨제로 공급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청약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들은 85㎡ 초과의 추첨제 물량에 집중해야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실수요자들에겐 이번 제도 개선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인기 지역내 관심단지의 청약 쏠림은 심화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수 있기 때문에 눈높이를 조금 낮춰 접근해야 당첨확률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최근 집값이 폭등하면서 당장 실수요자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집값 상승에 대출규제까지 심해져 자기자금으로 충당해야 할 부담이 커지면서 내집마련은 더욱 멀어지는 상황이다.
기존 LTV·DTI(주택담보인정비율·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 이어 이달말부터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까지 적용된다.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다주택자를 겨냥했다면 DSR규제는 모든 수요층에 적용된다.
특히 고DSR 기준을 70% 초과로 정했는데 이는 대출자의 모든 대출 원리금 합계가 연간 소득의 70%을 넘어선 안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DSR 70% 초과 대출 비중을 시중은행의 경우 15% 이내로 관리하도록 했다.
이 경우 결국 연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20~30대 등이 고DSR에 해당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미 DTI에서 상당 부분 걸러지기 때문에 추가로 대출을 줄이는 부분은 소수일 것"이라면서도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택구입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