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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혼부부 청약 '웃지 못하는 이유'

  • 2018.07.01(일) 11:55

어느 신혼부부 기자의 하소연

2016년 1월. 신혼집 구하기는 매서운 추위를 견디는 것보다 힘들었다. 2014년부터 극심한 전세난이 계속되고 있었던 탓이다. 집주인들은 반전세를 원했지만 우리 부부는 어떻게든 전세를 구하자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운이 좋게 전세 매물이 하나 나왔고 집도 보지 못한 채 계약금부터 보냈다. 그렇게 지금의 신혼집을 구했다.

결혼 3년차. 이제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 '신혼부부가 가족계획시 최우선 고려사항이 주거환경'이라는 국토교통부의 조사처럼 아기를 갖고 키우기 시작하려면 먼저 집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장이 변했다. 전세난은 사라졌지만 집값은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랐다.

 

지금 우리 부부가 거주하는 곳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다. 애초에도 집을 사기에는 부담스런 동네였지만 이제는 꿈도 못 꾸는 지역으로 바뀌었다. 강남 집값이 오르니 따라 오르기 시작했고, 몇 달 전부터 강남은 잠잠해졌는데 분당은 오름세가 멈출 줄 모른다.

 

 

결국 기존 아파트 대신 새로 짓는 분양단지로 관심을 돌렸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 단지도 많다는 소식에 연일 '로또청약' 열풍이 불고 있다. 게다가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확대됐고 하니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국토부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 물량을 이전보다 2배 늘리고, 소득 기준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특별공급 지원이 가능한 신혼부부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어차피 안 되겠구나'로 바뀌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량은 늘었지만 특별공급 지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경쟁률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까닭이다.

이 과정에서 의문이 들었다. 높은 경쟁률은 차치하더라도 이 소득기준은 어떻게 산정된 것일까.

 

신혼부부 특별공급 지원이 가능한 소득기준은 전년도 월평균 도시근로자 소득의 100~120%(외벌이, 맞벌이 120~130%)로 확대됐다. 다만 이는 신혼부부 특공 배정물량의 25%에 해당하는 상위소득에 해당한다. 75%가 배정되는 우선공급(기준소득) 기준은 이전과 같다.

수도권의 한 단지 특별공급 신청을 하면서 우리 부부의 소득을 따져봤다. 우리 부부의 예상과 달리 상위소득에 해당돼 일반공급을 신청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 완화로 신청이 가능해졌다고 반색했던 것도 잠시 실제 당첨 확률은 턱없이 낮은 현실에 쓴웃음을 삼켰다.

주변으로 눈을 돌려봤다. 같은 처지에 있는 신혼부부가 꽤 많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특별공급 관련 기사 댓글에도 정부가 정한 소득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많다.

공급물량이 많은 우선공급 기준에 해당하려면 맞벌이에 자녀 한명을 둔 신혼부부는 월 소득이 둘이 합쳐 600만3108원을 넘으면 안 된다. 이마저 세전 소득이기 때문에 실제 수령액은 한 사람당 280만원 언저리인 부부들이다.

좋다. 우리 부부보다 소득이 적은 신혼부부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이해를 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과연 우선공급 기준을 충족하는 부부들은 분양가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 것인지 다시 의문이 들었다. 최근 수도권 분양단지의 분양가격은 보통 5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아무리 열심히 돈을 모은다 해도 자녀 양육비까지 감당하면서 분양가에 맞는 목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보다 소득이 많은 우리 부부도 자금 마련 계획이 쉽지 않은데 말이다.

'우선공급 기준을 충족하는 월소득이면서 적어도 5억원 이상의 분양가를 마련할 수 있는 신혼부부'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결국 자금 여유가 있는 부모를 둔 금수저 신혼부부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1만가구 공급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7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인 신혼희망타운도 대다수 신혼부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신혼희망타운 공급 대상자 역시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하다. 즉 특별공급 기준과 큰 차이가 없다.

이 기준에 들어가지 못하는 신혼부부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값싸게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은 물론 특별공급을 활용한 내 집 마련도 어렵다. 신혼부부인데도 정부가 마련한 혜택을 바라만 보는 처지에 놓인 신혼부부들은 무슨 죄인가.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주거지가 아닌 외곽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정부는 신혼부부 주거 정책에 대해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지난 25일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2배로 확대해 민영주택 당첨자 가운데 신혼부부 비율이 대폭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중을 늘렸으니 당첨자중 신혼부부가 증가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정부의 주거정책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 미래 세대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보편적 주거환경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련된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복지 정책은 신혼부부내에서도 일부 소수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다수의 신혼부부는 정책에서 소외된 채 이전과 마찬가지로 맞벌이(혹은 외벌이)로 힘들게 자녀를 키우고 있다. 전세보증금이 올라갈 것이란 걱정, 이사 갈 집을 구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 집 마련을 꿈꾸지만 여전히 요원한 일이다.

 

신혼부부를 신경써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현실을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정말 평범한 신혼부부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신혼부부를 향한 정부의 정책과 관심도 공허한 헛손질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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