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단독주택인 연남동 369-16(건물 연면적164㎡)의 올해 공시가격은 31억7000만원으로 산정됐다. 소유자 의견청취 과정에서 이 주택은 23억6000만원으로 8억1000만원이나 내려 공시됐다.
실제로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예정가격(열람전) 상승률은 서울의 경우 20.7%에 달했지만 이후 올해 1월24일 공시 당시 서울의 평균 상승률은 17.75%로 낮아졌다. 자연스레 고무줄 산정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는 최근 지자체에서 산정하는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열람에 들어가면서 또다시 논란이 됐다. 개별단독주택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통상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상승률 격차가 1%대 이내였지만 올해는 최대 7%까지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열람을 시작한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시장가격과 역전하는 등 여기저기서 이해하기 어려운 공시가격 사례들이 불거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들쭉날쭉한 공시가격을 바로잡기 위해 올해 칼을 빼들었다. 특히 시세반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가 주택(혹은 토지)을 중심으로 현실화율을 개선했는데 들쭉날쭉한 공시가격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 상승률 커지며 '허점' 드러나
전문가들은 지난해 집값이 큰폭으로 오른데다, 현실화율까지 높이면서 가격상승이 가중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가격을 산정하는 쪽에서나 주택보유자 모두 부담으로 다가왔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장은 "사안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에도 크고작은 문제들은 있어 왔다"면서 "공시가격이 큰폭으로 오르면서 논란이 커졌고, 과거의 제도적 허점들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에서 고스란히 부작용으로 드러났다. 개별단독주택 산정의 경우 지자체가 민원을 의식해 비싼 표준단독주택 대신 싼 표준단독주택을 기반으로 산정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 역시 그동안 어떤 표준단독주택을 쓰느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결국 지자체가 재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의 표준단독주택 산정 자체에 무리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감정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 표준을 선택하든 저가 표준을 선택하든 표준주택이 제대로 산정됐다면 개별단독주택과 가격이 벌어질 수 없고 비슷한 (시세반영)수준으로 수렴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고가주택을 끌어올리면서 A표준의 시세반영률이 70%이고, B표준이 60%인 상황이 벌어졌다. 지자체에서 통상적으로 썼던 A표준이 아닌 B표준을 끌어와 쓰면서 이같은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표준단독주택은 감정평가사들이 산정해 오던 것을 지난 2017년부터 한국감정원에서 산정하고 있다. 올해가 세번째다. 이 때문에 한국감정원에 대한 전문성 논란과 함께 양측의 감정싸움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 공시가격과 조세정책은 별개인데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의 보유세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공시가격은 조세뿐 아니라 부담금, 과태료, 각종 사회보험료 산정 등 60여개 행정분야의 기초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공시가격은 시세에 근접하게 산정을 하되 행정목적에 따라 가감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국회 정책세미나(윤관석 의원실 주최)에서 임형욱 법무법인 명륜 변호사(감정평가사)도 "공시가격이 높거나 낮다는 불만은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불가피하다"면서 "기본적으로 공시가격을 현실화(100%)하고 조세부담 증가는 공시가격을 가감조정해 과표를 산정하거나 세율을 조정해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시가격 현실화만을 강조했을 뿐 이에 따른 복지수급 등 추가적인 행정조치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세금 부담 역시 이미 지난해 보유세를 인상하기로 하면서 세율,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결과적으론 정책 보폭을 좁힌 셈이 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부동산공시법 제8조에 행정 목적에 따라 가감조정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으나 그 범위가 평가에 한정되며 주택공시가격의 가감조정은 규정이 없다"고 꼬집었다.
◇ 여전한 깜깜이 논란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공시가격 산정 근거는 물론이고, 향후 정부가 목표로 하는 현실화율 등에 대한 로드맵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실제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을 시작한 후 한 감정평가사는 '(내 아파트) 시장가치를 얼마로 본 것인지'를 감정원 측에 질의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한다. 이 관계자는 "내부 정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답이 왔다"고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으면서 '깜깜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적정가격 판단(여러개의 실거래가중 적정 실거래가 판단)에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이 부분이 전문가의 영역"이라면서 "이후엔 가격 비준표에 따라 객관화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과 업계의 요구이기도 하다.
박상수 실장은 "납세자(주택보유자) 입장에서 왜 이 가격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서 "공시가격이 상승한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에 대해 설명하는 등 납세자와의 의사소통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